2026년 08월 20일 (목)

완전히 새로운 mRNA 독감백신 등장…이번엔 ‘환자 맞춤형 암 치료’ 도전

모더나 mRNA 독감백신, 미 FDA 승인
백신·mRNA 회의적 트럼프 행정부 설득
유전자 정보만 바꿔 다른 형에도 적용
향후 암치료제·조직생성제 개발도 기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모더나 로고와 백신 접종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가 ‘전령RNA(mRNA)’ 기술을 적용한 독감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8월 초순 미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았다. 독감백신의 특성상 이번 백신도 저항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대상이라고 한다. 일단 50~64세용으로는 정식 승인을 받았다. FDA는 65세 이상에게는 확인을 위한 추가 임상 데이터가 제출되는 대로 신속 승인을 해줄 방침이다.

모더나 mRNA 독감백신의 허가를 계기로 전 세계 의약계·과학계·바이오계·투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mRNA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신약 개발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mRNA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당시 널리 알려졌다. 백신에 그치지 않고 항암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기대되는 유망 바이오 기술이다. 바이러스 표면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mRNA 정보를 지질 나노입자로 감싸 안전하게 체내로 전달하면 체내 세포가 이를 읽고 항원 단백질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작동원리다. 우리 몸이 이렇게 만들어진 항원 단백질을 이물질로 인식해 이에 맞서는 항체를 생성하게 되면 해당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게 된다.

모더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표면 항원 정보를 담은 mRNA를 체내에 주입해 항체를 생성하게 해주는 백신을 개발했다. 당시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 mRNA백신을 내놨다. 두 백신은 항원의 용량과 이를 감싸는 지질의 조성·가공 기술에서 서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백신과 mRNA 모두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

모더나 mRNA 독감 백신의 FDA 승인은 여러 면에서 기존의 벽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로버트 케네디 보건부 장관의 백신과 mRNA 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와 고집을 무너뜨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mRNA 백신 연구 자금을 대폭 삭감한 것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회도 제한했다. 사실 지난 2월 “FDA가 실험용 독감백신 ‘mRNA-1010’의 허가 신청에 대한 심사 개시를 거부했다”는 기사가 외신에서 나왔는데, 이번에 심사를 승인받은 mRNA 독감백신이 비로 그것이다. ‘mRNA-1010’은 모더나의 mRNA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과학적 및 개발 코드명이고, 허가받을 때 거론된 ‘mFLUSIVA’는 브랜드명이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업계와 보건 및 백신 전문가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발 물러났다. 그 결과 지난 6월 독립적인 외부 자문위원회를 소집해 백신을 검토시킨 결과 이들은 만장일치로 FDA에 새로운 백신의 승인을 권고했다. 새 백신이 탄탄한 데이터와 신뢰성을 갖췄기 때문에 이뤄진 권고로 볼 수 있다.

유행 독감 바이러스 바뀌어도 ‘업데이트’로 쉽게 대응 가능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해 축소시키는 모습. 사진=UCLA 존슨종합암센터

둘째, 이번 mRNA 독감백신은 유전자 정보만 바꾸면 쉽사리 다른 형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업데이트 백신’의 문을 열었다. 해당 연도에 유행이 예상되는 특정 형을 몇 가지 선택하고 혼합해 만드는 기존 백신과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우선 기존 독감 백신의 특성을 살펴보자. 독감 바이러스는 여러 형이 있는데 제약사들은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 등 총 3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 백신’과 A형 바이러스 2종과 B형 바이러스 2종(빅토리아·야마가타) 등 총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백신’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B형 야마가타 계통의 바이러스가 소멸됐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권고에 따라 접종이 3가 백신 중심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제조 방식도 다르다. 기존의 독감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만든다. 제약사는 무균 유정란의 살아있는 배아 세포를 이용해 해당 바이러스를 다량으로 배양한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에서만 증식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살아있는 세포에서만 기생하면서 숙주 세포의 기관을 이용해 자기의 유전체와 단백질 성분을 새로 만든다. 배양은 유정란 내부의 요막강이나 난황낭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이뤄진다. 증식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배양액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해 화학 물질이나 열로 사멸시키거나 독성을 불활성화시킨 뒤 항체가 되는 표면 단백질만 정제해 백신으로 사용한다.

이런 배양 방식은 유행하는 바이러스형이 바뀌면 배양을 따로 해서 백신을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힘들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mRNA 백신은 해당 연도에 유행하는 바이러스형이 달라져도 mRNA가 옮기는 항원의 유전자 정보만 수정하면 거기에 맞는 백신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데이트 백신’으로 불리는 것이다.

mRNA가 만들 무궁무진한 치료제의 세계

셋째가 mRNA 기술 확장의 문을 열였다는 점이다. 이번 독감백신 개발과 승인을 계기로 mRNA 기술은 의약 분야에서 더욱 광범위한 혁명을 폭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에 대항하는 다양한 백신을 넘어 항암, 희귀·만성 질환 대응, 면역 조절 등 의학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mRNA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부터 차세대 바이오 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아왔다. 유전자 서열만 알면 수주일 내 초고속으로 치료제를 설계하고 표준화된 플랫폼으로 대량 생산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유전자의 정보만 바꿔주면 새로운 백신이나 의약품을 신속하게 재설계할 수 있는 유연성이라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나 독감백신 등 기존 백신의 성능 개량은 물론, 아직 백신이 없는 감염병이나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응하는 다양한 백신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유아·고령자에게 특히 위험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의 소두증 등 심각한 선천성 이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아직 백신이 없는 지카바이러스 등이 주요 대상이다.

mRNA 이용한 환자 맞춤형 항암제 개발의 꿈

치료용 암 백신은 면역 체계가 항원을 인식하고 반응하며, 항원을 포함하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을 학습하도록 돕는다. 사진은 인체 면역세포가 특정 암세로를 공격하는 모습. 사진=미국 국립암연구소(NCI)/Victor Segura Ibarra and Rita Serda, Ph.D.

감염증 외에 가장 기대되는 확장 분야의 하나가 환자의 종양 특이변이 정보를 활용해 암세포를 정밀 공격하는 ‘맞춤형 항암 백신’의 개발이다. mRNA 기술의 유연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특정 단백질의 결손이나 부족으로 생기는 희귀병이나 만성 질환의 경우 mRNA를 활용해 결핍된 단백질을 체내에서 직접 발현시키는 유전자·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자가면역 질환의 경우 mRNA 기술로 면역계의 과도한 반응을 조절하고, 심혈관 질환의 경우 이를 활용해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유도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유토피아의 문을 열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도 있다. mRNA가 체내에서 쉽게 분해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개발해야 한다. 특히 mRNA 정보를 체내로 전달하려면 이를 안전하게 감싸는 지질 나노입자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mRNA 기술은 이러한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속속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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