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3일 (목)

“연인과 다퉜다면 팔을 슬며시?”⋯ 기분이 좋아지는 뜻밖의 방법

연인이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었을 때 긍정적 정서 변화 커져...생리적 반응에는 차이 없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연인이 팔을 천천히 쓰다듬어주는 행동이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연인이 팔을 천천히 쓰다듬어주는 행동이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똑같은 방식으로 팔을 쓰다듬더라도 연구자가 할 때보다 연인이 직접 했을 때 접촉을 더 기분 좋게 느끼고 감정 상태도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헝가리 카롤리 가르파르 개혁교회대 연구진은 연인 관계에 있는 성인 110명을 대상으로 느리고 부드러운 신체 접촉이 감정과 생리적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4.2세였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정서적 접촉'이다.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따뜻하게 안아주는 등의 부드럽고 정서적인 신체적 접촉을 말하는데, 이 같은 행동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 상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사진을 세 차례 보여준 뒤 서로 다른 조건에서 반응을 살폈다. 참가자들은 연인이 팔을 초당 5cm의 느린 속도로 쓰다듬는 조건, 연구자가 같은 방식으로 쓰다듬는 조건, 쓰다듬는 자극 없이 자신의 피부 감각에 집중하는 조건을 경험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참가자가 접촉을 얼마나 기분 좋게 느꼈는지와 감정 상태 변화를 측정했다. 동시에 심박수와 심박변이도(HRV), 호흡수 등을 측정해 신체의 생리적 반응도 살폈다. 참가자의 애착 특성과 연인 관계 만족도, 신체 감각에 대한 인식 등도 함께 조사했다.

똑같이 쓰다듬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

분석 결과, 참가자들은 연인이 팔을 천천히 쓰다듬었을 때 연구자가 같은 자극을 가하거나 피부 감각에만 집중했을 때보다 쓰다듬는 느낌을 더 편안하고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 역시 연인이 쓰다듬었을 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이러한 결과는 정서적 접촉의 효과가 단순히 피부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같은 속도와 방식으로 피부를 자극하더라도 ‘누가 나를 만지는가’라는 사회적, 관계적 맥락이 주관적인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체에서 측정된 단기적인 생리 반응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심박수와 심박변이도, 호흡수 등을 비교한 결과 연인이 쓰다듬었을 때와 연구자가 쓰다듬었을 때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남녀 간에도 주관적인 경험이나 생리적 반응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신체적 접촉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주관적인 촉감과 감정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단기적인 말초 자율신경계 반응까지 다르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에서 조사한 애착 특성과 관계 만족도, 신체 인식 등의 심리적 특성은 접촉을 얼마나 기분 좋게 느끼는지와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쓰다듬는 행동이 특별한 이유는?

사람의 피부에는 압력이나 진동, 온도 등 다양한 자극을 감지하는 신경이 분포한다. 이 가운데 부드러운 신체 접촉과 관련해 주목받는 것이 ‘C-촉각 섬유’다.

이 신경섬유는 주로 털이 있는 피부에 분포하며, 피부를 천천히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과 같은 자극에 잘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접촉을 얼마나 편안하고 기분 좋게 느끼는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피부 자극 자체뿐 아니라 ‘누가 접촉하는가’도 주관적인 느낌과 정서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접촉 상대에 대한 기대와 같은 요인도 이러한 효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행동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의 경우 커플 치료처럼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연인의 팔을 쓰다듬는 행동이 실제 연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거나 관계 만족도를 높인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실험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사진을 보여준 뒤 나타나는 단기적인 변화를 살펴본 것으로, 실제 갈등 상황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또는 이러한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정신생리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physiology)》에 ‘Your partner makes a difference. Affective touch delivered by the romantic partner improves affective state but not physiological stat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연인의 팔을 천천히 쓰다듬으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지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 뒤 연인이 팔을 천천히 쓰다듬었을 때 연구자가 같은 방식으로 쓰다듬거나 피부 감각에만 집중했을 때보다 감정 상태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다만 실제 연인 간 갈등을 해결하는 효과까지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Q2. 왜 천천히 쓰다듬는 것이 중요한가요?
A. 털이 있는 피부에 분포하는 C-촉각 섬유는 피부를 천천히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과 같은 자극에 잘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접촉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Q3. 연인이 쓰다듬으면 심박수나 스트레스 반응도 달라지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박수와 심박변이도, 호흡수 등 단기적인 생리적 반응에서는 연인이 쓰다듬었을 때와 연구자가 쓰다듬었을 때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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