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 (목)

“사망자 피부 조직을 내 얼굴에?”⋯ECM 스킨부스터, 안전할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국정감사에서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미용시술이 논란이 됐습니다. 사망한 사람이 기증한 피부조직을 가공해 얼굴에 주사하는 시술입니다.

10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100여 종에 달하는 인체조직 유래 스킨부스터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제품인데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닌 ‘인체조직’으로 분류되어 유통되는 실정이라,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충분한지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부를 내 얼굴에 주사한다고?’

처음 들으면 섬뜩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술에 사용되는 것은 세포외기질(ECM, Extracellular Matrix) 입니다. 우리 몸의 조직에서, 세포와 세포 사이에 콜라겐, 엘라스틴 등 여러 단백질을 비롯한 물질들이 존재합니다. 세포를 지지하고 연결하며 조직의 구조를 유지하는 세포외기질입니다.  기증받은 인간 진피에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외기질을 남긴 것이 무세포동종진피, 즉 ADM(Acellular Dermal Matrix)입니다.

사람의 피부조직(좌측)과 탈세포화 후 조직(우측)의 육안 및 현미경 비교. 출처: 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 (2020)

이식된 세포외기질은 일종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여기에 환자 자신의 세포와 혈관이 자라 들어오며 자기 조직처럼 자리잡습니다.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ADM은 이미 매우 친숙한 재료입니다. ADM은 이미 1990년대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화상이나 심한 피부 결손의 재건에 사용되었고, 이후 여러 재건수술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방암 수술 후 유방재건에 필수적이라 할 정도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사학위를 준비하기 위해 ADM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시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유방재건 수술에서 ADM을 이용해 보형물을 감싸는 모습: BMC Surgery, 2022

물론 감염이나 염증, 장액종 등의 합병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30여 년간 축적된 임상 경험을 통해 ADM의 생체적합성과 사용상의 안전성에 관한 풍부한 지식이 쌓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에서 세포를 제거해 만든 ADM 시트의 실제 모습. AlloMend 제품. 출처: AlloSource

그렇다면 이것을 피부에 주사하는 것은 어떨까요?

기본적인 재료와 작용 원리는 비슷하지만, 사용 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ADM은 주로 일정한 두께와 면적을 가진 시트 형태로 이식했습니다. 최근 미용목적으로 쓰이는 ECM 스킨부스터는 이를 작은 입자로 가공해 주사로 피부에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넓고 얇은 조직을 이식하는 것과 잘게 분쇄한 입자를 피부 여러 곳에 주입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조건입니다. 따라서 ADM이 오래 사용되어 왔다고 해서 주사 형태로 사용 시 안전성과 효과까지 모두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분야의 임상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장기적인 결과와 반복 시술에 관한 근거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발상의 다른 제품은 이미 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뉴바(Renuva)’입니다.

리뉴바는 피부가 아니라 사람의 지방조직을 이용합니다. 기증받은 지방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남은 세포외기질을 가공해, 지방이 부족한 부위에 주입하는 것입니다.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는 수술인 ‘자가 지방이식’은 환자 자신의 지방세포를 옮겨 심는 방법입니다. 리뉴바는 이와 달리 지방세포 자체가 아니라 타인의 세포외기질을 주입해 지방세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여기에 환자 자신의 세포와 혈관이 자라 들어와 새로운 지방조직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한때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불리던 배우 린지 로핸(린제이 로한)이 최근 전성기의 얼굴을 되찾은 것이 레누바의 효과라고 말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 연구 규모가 작고 장기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두 제품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피부에서 얻은 세포외기질은 피부조직의 개선을, 지방에서 얻은 세포외기질은 지방조직의 재형성을 목표로 합니다. 단순히 부족한 부분을 다른 물질로 채우는 것을 넘어, 우리 몸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재생의학과 조직공학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접근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만납니다. 

바로 ‘기증받은 인체조직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인 쟁점입니다.

10월 21일 미국의 경제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미국에서 사후 기증된 피부가 한국으로 수출되어 미용 주사제로 사용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도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피부를 사후 기증하기로 결정했을 때, 아마도 그 피부가 심한 화상이나 외상 환자, 혹은 암 수술 후 재건에 사용되는 모습을 원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기증한 조직이 다른 나라에서 피부를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고가의 미용 시술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기사에 의하면, 2010년 한 학술지에 발표된 미국 내 기증자 가족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증된 조직을 영리 기업이 가공 및 유통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0% 미만이었습니다.

물론 미용 목적의 의료 행위도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미용에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기증 조직의 활용을 잘못된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증자의 의사가 어디까지 존중되고 있는지, 사용 목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이루어졌는지,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업적인 이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ECM을 이용한 재생의학의 발전은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 피부나 지방조직을 재생시키는 기술이 발전한다면 성형외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도 훨씬 다양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재료가 누군가의 기증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기증받은 인체조직은 단순한 의학적 재료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 남긴 선의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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