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병제를 운영 중인 요르단의 23세 남자 병사는 군 기지에서 낙상 사고를 겪은 뒤 왼쪽 발에 심한 통증이 있다며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사고 이후 발에 체중을 전혀 실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당시 응급실은 매우 혼잡했고, 이 때문에 담당 의료진은 이 병사의 군용 양말을 벗기지 않은 채 발등 부위만 간단히 살펴봤다. 환자는 발등과 엄지발가락 주변에 통증이 있다며 발과 발목을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곧이어 진행된 단순 방사선 촬영(X레이 촬영) 결과, 제1 중족골과 제2 중족골 사이에 뚜렷한 뼈 조각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를 골절 파편으로 판단하고 무릎 아래까지 깁스를 한 뒤 1주일간의 병가를 내주었다.
하지만 얼마 뒤 외래 진료실을 다시 찾은 이 병사는 여전히 깁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이 깁스를 한 상태에서 방사선 촬영을 다시 한 결과, 놀랍게도 이전에 보이던 뼈 조각의 위치가 묘하게 이동해 있었다. 골절된 뼈가 저절로 움직였다고 보기에는 참 이상했다.
의구심을 품은 의료진은 정밀 진단을 위해 발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CT 판독 결과는 뜻밖이었다. 문제의 뼈 조각은 발 내부가 아니라 발 바깥쪽, 즉 깁스 재료 속에 덩그러니 파묻혀 있었다. 발 뼈에는 금이 가거나 부러진 곳이 전혀 없었다.
의료진은 병사를 불러 감독하에 다시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병사가 외부에서 가져온 뼈 조각을 발 옆에 의도적으로 갖다 놓는 모습이 직접 목격됐다. 병사는 이전 엑스레이 촬영 때도 이 뼈 조각을 일부러 발 옆에 놓아 골절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요르단 왕립 의료서비스 정형외과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A Fabricated Foot Fracture Caused by Deliberate Placement of an External Osseous Fragment: A Case Report)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이 사례는 환자의 통증 호소와 영상 검사 결과가 서로 어긋날 때 의료진이 빠지기 쉬운 진단적 함정을 경고했다. 단순 방사선 촬영은 뼈 상태를 파악하는 기본 검사지만, 촬영 각도나 외부 이물질 때문에 오진이 발생할 수 있다. 다리 외상 X레이의 초기 판독 민감도는 93.5%, 특이도는 89.7% 수준이다. 발 부위는 작은 뼈와 관절이 촘촘하게 겹쳐 있어 미세한 박리 골절이나 변이를 정확히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뼈의 발달 과정에서 생기는 정상 변이인 '부속골'이나 엉뚱한 이물질이 골절로 오인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번 사례처럼 환자가 병가· 보상 등 이차적 이득을 노리고 고의로 증상을 조작하는 경우, 의료진이 환자의 말과 초기 영상만 믿고 속단하면 불필요한 치료와 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의 호소와 엑스레이 소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뼈 조각 위치가 갑자기 바뀐다면 깁스를 풀고 환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등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재평가를 거쳐야 한다. 섣부르게 꾀병이나 골절로 결론 내릴 필요는 없다.
요르단은 자국 내 미국 기지 때문에 최근 이란의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요르단은 올해 2월 오래 유지해 온 모병제 체제를 폐지하고, 의무 복무 제도(징병제)를 34년 만에 재개했다. 요르단(인구 약 1140만 명)에서는 최근 의무복무제도 재도입에 따라 매년 약 6000명이 징집된다. 한국(인구 약 5100만 명)에서는 매년 15만 명 이상의 대규모 현역병이 상시 입영한다. 이 사례는 군 복무 환경에서 훈련이나 임무를 회피하거나 휴가를 얻으려는 일탈적 동기는 국경을 초월해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의 법원 판결문 등을 보면 현역 복무 중인 장병들이 훈련을 피하려고 민간 병원 진료 확인서를 위조하는 사건이 이따금 적발된다. 휴가를 연장하기 위해 진단서 날짜를 변조하다가 형사 처벌을 받는 사건도 발생한다. 이런 사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군 병원의 첨단 영상 장비(CT, MRI 등) 고도화와 철저한 의료 교차 검증 체계 때문에, 이런 조작 시도는 정밀 진단 과정에서 꼬리가 잡히게 마련이다. 의료진의 치밀함은 불필요한 행정 낭비와 일부 병사의 기만 행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엑스레이에 찍힌 뼈 조각이 진짜 골절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밝혀냈나요?
A1. 처음 찍은 사진과 깁스 상태에서 재촬영한 사진을 비교했을 때 뼈 조각의 위치가 수상하게 이동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든 의료진은 CT를 촬영해 뼈 조각이 발 내부가 아니라 깁스 재료 바깥쪽에 박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의료진의 감독 하에 환자가 직접 뼈 조각을 갖다 대는 행동을 목격하면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Q2. 발 부위 엑스레이 판독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발에는 작고 복잡한 뼈와 관절이 촘촘하게 모여 있어 일반적인 2차원 방사선 촬영 때 여러 뼈가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뼈의 발달 변이나 주변 이물질이 미세한 골절이나 떨어져 나간 뼈 조각처럼 보여 오인하기 쉽습니다.
Q3.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말이 의심될 때 의료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3. 임상 증상과 영상 검사 결과가 서로 맞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의복이나 깁스 등 외부 요인을 철저히 제거하고 환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하면 CT 등 정밀 검사를 추가하고 단계적 재평가를 거치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