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1일 (목)

“숨도 잘 못 쉬어” 두 돌 앞둔 아기 안락사…네덜란드 1~12세 아동 첫 사례

임신 26주에 태어나 중증 질환 앓아…심사위원회 “담당 의사, 주의 의무 준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네덜란드에서 심각한 뇌 손상과 여러 중증 질환을 앓던 아이가 두 돌을 앞두고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연이 전해졌다. 영아기를 지난 1~12세 아동에게 안락사가 시행된 첫 사례다.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덜란드에서 심각한 뇌 손상과 여러 중증 질환을 앓던 아이가 두 돌을 앞두고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연이 전해졌다. 영아기를 지난 1~12세 아동에게 안락사가 시행된 첫 사례다.

영국 매체 미러 등이 보도한 네덜란드 ‘임신 후기 낙태 및 신생아·아동 생명 종결 심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는 임신 26주 만에 태어나 심각한 뇌 손상과 뇌성마비, 시각장애가 있었고 뇌전증 발작도 겪었다. 폐에 점액이 고여 숨을 쉬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사망 당시 생후 24개월을 앞두고 있었으며 성별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모와 담당 의사는 치료로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아이의 생명을 종결하기로 했다.

의료진의 의견이 처음부터 같았던 것은 아니다. 추가 의견을 요청받은 독립적인 의사들은 당시 아이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지는 않다고 봤다. 뇌전증으로 상당한 불편을 겪었지만 발작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완화의료나 다른 약물을 통해 발작을 더 잘 조절할 가능성이 있어, 시도할 만한 대안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의견을 제시한 또 다른 의사는 아이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 뚜렷하며, 안락사 요건도 충족됐다고 봤다. 부모와 담당 의사 역시 의학적, 비의학적 조치에도 아이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고통을 덜어줄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아이의 운동 능력과 행동, 성격 등 여러 측면이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으며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담당 의사가 여러 의사에게 자문하고 윤리적 숙의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논의한 점을 확인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의료진은 생명을 종결하는 것 외에 고통을 줄이거나 없앨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결론 지었다.

부모 동의만으로는 안 돼…네덜란드 아동 안락사, 어떤 절차 거치나

네덜란드는 2024년 2월부터 1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도 엄격한 요건 아래 생명 종결이 가능하도록 별도 규정을 시행했다. 그전에는 신생아와 12세를 넘은 사람에게만 안락사가 허용됐다.

네덜란드에서 1세 이상 12세 미만 아동의 생명을 종결하려면, 담당 의사는 아이가 호전될 가망 없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를 덜어줄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 완화의료를 포함한 다른 치료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부모에게 진단과 앞으로 예상되는 경과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며, 아이가 이해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생명 종결이 아이의 뜻에 반해 이뤄져서도 안 된다.

담당 의사의 판단과 부모의 동의 외에 독립적인 의사의 검토도 필요하다. 네덜란드 소아과학회 기준에 따르면 최소 한 명의 독립적인 의사가 아이와 부모를 직접 만나고, 필요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서면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사례의 공식 심사결정문 ‘LK-2026-001’에 따르면 담당 의사는 여러 의사에게 자문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검토했으며, 병원 내 윤리적 숙의 과정에서도 판단을 논의했다. 아이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였고, 위원회는 부모의 요청이 자발적이고 일관됐음을 확인했다.

위원회의 심사는 생명 종결이 이뤄진 뒤 진행된다. 의사는 시행 후 지방자치단체의 검시 의사에게 알리고, 3개월 안에 신고서와 관련 자료를 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는 의료진의 판단과 동의 절차, 실제 시행 과정이 주의 의무에 맞았는지 검토하며, 필요하면 추가 자료나 담당 의사의 설명을 요청한다.

심사 결과는 검찰에 전달되고, 검찰이 형사절차 진행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위원회가 주의 의무를 지켰다고 결론 내리면 통상 형사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한다.

한편, 안락사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스페인·캐나다·뉴질랜드 등이 있다. 이들 국가는 일정한 요건 아래 의사 등 의료진이 직접 약물을 투여해 생명을 종결하는 방식을 허용한다.

스위스와 미국 일부 주에서 허용하는 조력자살은 환자가 제공받거나 처방받은 약물을 스스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의료진이 직접 시행하는 안락사와 구분된다. 허용 국가라도 대상 연령과 질환, 의사결정 능력, 동의 절차는 서로 다르다. 캐나다는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네덜란드의 1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생명 종결은 별도의 기준과 사후 심사 절차에 따라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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