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될까? ‘도나네맙’, 인지 기능 저하 35% 늦춰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카네맙보다 좋은 치료 효과

일라이 릴리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34명을 대상으로 18개월에 걸쳐 진행한 첫 번째 3상 임상시험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도나네맙을 주사한 실험군이 위약이 투여된 대조군보다 치매 증상의 진행이 35%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사진=일라이 릴리]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donanemab)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35%가량 늦춰준다는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이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신속 승인한 바이오젠-에자이의 레카네맙(lecanemab‧상표명 레켐비)의 초기 치매의 진행 지연율 27%보다 좋은 치료효과다. CNN과 B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도나네맙은 레카네맙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뇌세포 사이의 빈 공간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응집(플라그)을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Aβ는 타우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양대 원인 물질로 꼽힌다.

일라이 릴리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34명을 대상으로 18개월에 걸쳐 진행한 첫 번째 3상 임상시험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도나네맙을 주사한 실험군이 위약이 투여된 대조군보다 치매 증상의 진행이 35%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타우 단백질을 중간 수준으로 가진 그룹에서 인지 및 기능 저하가 35% 지연된다는 것. 타우 수치가 더 높은 그룹과 결합 된 중간 그룹에서는 22%가 지연됐다.

약물을 복용 한 환자의 약 47%는 1년간 인지 능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위약군에서 인지능력 저하를 보이지 않은 사람은 29%였다. 또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중 약 52%는 약물의 효과로 인해 1년 만에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 약 72%는 1년 반까지 약을 끊을 수 있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협회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마리아 카리요 박사는 지금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다른 치매 신약과 비교해 가장 좋은 3상 임상시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일라이 릴리는 이를 토대로 6월 말까지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도나네맙에 대한 정면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월 신속승인을 받은 레켐비는 7월경 전면 승인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레켐비의 가격은 1년간 복용할 경우 2만6500달러(약 3500만 원)가 든다. 도나네맙의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몇 가지 위험 요소도 발견됐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1734명 중 3명이 임상시험 도중 숨졌다. 사망자 중 2명은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라는 뇌부종 또는 미세출혈이 발생해 사망했다. 임상시험 참여자 중 최대 3분의 1에서 뇌부종이 발견될 정도로 흔한 부작용이었으나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었고 1.6%만이 위험한 수준이었다.

일라이 릴리의 신경과학 연구개발 그룹의 마크 민툰 부사장은 “도나넴맙이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인 임상적 혜택에 고무되어 있지만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관련 위험도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는 질병의 초기 병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에 가장 잘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두 가지 약물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춰준다는 결과는 수십 년간의 치매 연구에 매진했던 과학자들에게 치매 치료 시대의 여명을 열어주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30년 전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삼는 아이디어를 낸 영국치매연구원의 존 하디 교수는 두 가지 약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접근법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의 수잔 콜하스 박사는 ”우리는 이제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1세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정점에 서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는 뇌가 너무 손상되기 전인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약이 승인되더라도 질병 진단 방식에 혁명이 대동될 필요가 있다. 뇌 스캔이나 척수액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이 있는지 아니면 해당 치료제를 무용지물로 만들 다른 형태의 치매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람은 대상자의 1~2%에 불과하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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