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정액은 뭔 잘못?”…피부에 닿으면 빨개지는 女사연은?

정액 알르레기에 더해 콘돔도 거부반응...美여성 사연, 희귀성 '엘러스-댄로스 증후군' 앓아

수많은 알레르기 중 정액 알레르기로 인해 고통스러운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왼쪽은 테니슨이 받은 각종 알레르기 테스트 모습. 오른쪽은 정액이 닿았을 때 나타나는 피부 발진 현상. [사진=미국 일간 뉴욕포스트 캡처]
세상에는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알레르기가 있다. 수많은 알레르기 중 정액 알레르기로 인해 고통스러운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가 최근 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앨리슨 테니슨(34세)은 정액과 콘돔에 알레르기가 있어 성관계가 너무 어렵다고 고백했다. 콘돔도 사용할 수 없어 친밀감을 느끼기도 힘들다는 테니슨은 24세 때 결합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엘러스-댄로스 증후군(EDS) 진단을 받았다. 당시 진단을 받고 그는 많이 울었다. 테니슨은 “들어본 적도 없는 질환과 증상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에 화까지 났다”고 말했다.

희귀 유전성 질환인 엘러스-댄로스 증후군에 걸리면 관절이 약해지거나 늘어지고 피부도 매우 예민한 상태가 되어 쉽게 멍이 들거나 찢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이 병 때문에 피부가 극도로 예민해져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니슨은 니켈과 페니실린 등 몇 가지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검사를 받은 후 정액 알레르기를 발견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정액 알레르기는 정액 혈장 과민증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남성 정자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에 대한 드문 알레르기 반응이다. 테니슨의 피부가 정자와 접촉하면 표피에 작열감을 느끼게 된다.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화끈함이 생기는 것이다.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니슨은 섹스의 개념은 즐기지만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나는 남편과 더 친밀한 성생활을 기대하지만 초기 단계만 즐길 뿐 너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정액이 피부에 닿았을 때 견뎌야 하는 고통 때문에 매번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성관계는 물론 남편과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데도 걱정이 앞선다. 항상 아기를 원했지만 테니슨은 임신 중 위험할 수 있는 혈액 응고 장애도 앓고 있다. 몸 속에서 혈관을 돌아다니는 피는 굳으면 안된다. 만약 체내에서 피가 굳는다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반면, 상처 등으로 인해 피가 체내 밖으로 흘러나오면 피가 굳어서 과다한 출혈을 막아줘야 한다. 작은 상처에도 피가 굳지 않는다면 과다출혈이 된다. 정액과 콘돔 알레르기에 더해 이런 혈액응고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니슨은 남편과 함께 아기를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액과 콘돔 알레르기에 더해 이런 혈액응고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니슨은 남편과 함께 아기를 임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사진=미국 일간 뉴욕포스트 보도 캡처]
질 부위 외에도 피부나 입에도 발진…정액 알레르기 뭐길래?

세계성의학회(ISSM)에 따르면 정액 알레르기(Semen allergy)는 남성의 정자 속에 있는 특정 단백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흔치는 않다. 여성이 정자와 접촉한 10-30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증상은 질 부위에 국한되지 않으며 피부, 입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ISSM은 정자 알레르기가 온몸에 영향을 미쳐 두드러기, 붓는 증상, 호흡곤란은 물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정자 알레르기는 매우 희귀하므로, 파트너와의 성관계가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지 않을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정액 알레르기가 있는지는 파트너가 사정한 후 알아챌 수 있다. 정액 알레르기가 있으면 음부가 빨갛게 충혈되고, 붓고, 가렵고, 후끈거린다. 하지만 질염이나 헤르페스와 달리 코티지치즈 같은 분비물이 생기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다른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정액 알레르기 검사에 앞서 라텍스, 피임용 살정제, 윤활제 등에 대한 알레르기 검사를 한다. 여러 단계의 검사 결과 정자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파트너의 정액으로 피부반응검사를 한 뒤 확진한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울 때는 질에 소량의 정자를 노출하는 치료법(질 내 탈감작요법)과 콘돔 사용, 항히스타민제 복용 등으로 정자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예방수단으로 에피펜(자가 주사용 에피네프린)을 사용할 수 있다. 정자 알레르기는 난임(불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들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IVF)로 임신할 수 있다며, 정자 알레르기가 임신에 영향을 미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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