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기만 하면 자지러져”…간지럼 나만 잘 타는 이유는?

간지럼 정확한 원인 몰라...방어기제, 사회적 상호작용, 심리적 영향 등

간지럼
사람마다 강도는 다르지만 인간은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간지럼을 타며 간지럼을 태우면 일단 웃음이 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독 간지럼을 잘 타는 사람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손이 닿기도 전에 자지러진다. 대체 왜 우리 몸은 간지럼을 느끼고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걸까. 인간 등 영장류, 설치류 등 일부 포유류만이 느낀다는 신비한 ‘간지럼’에 대해 알아본다.

방어기제, 사회적 상호작용 수단

미국 건강정보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은 존스홉킨스의대 신경과학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간지럼은 기본적으로 감각 신경과 연관이 있지만 왜 인간이 간지럼을 느끼고 간지럼을 태우면 실제 감정과 상관없이 웃음이 먼저 나는지 등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여러 이론을 소개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는 주요 혈관이 위치해 부상을 입으면 위험한 급소로 이곳을 향한 공격을 피하게 하려는 방어 기제라는 주장이 있다. 간지럼을 태우면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려는 것도 이러한 반응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간지럼을 잘 느끼는 대표적인 부위로 발바닥, 겨드랑이, 옆구리, 배꼽, 사타구니, 귀, 목, 허벅지 등이 있다.

간지럼을 느끼면 일단 웃음이 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 역시 진화론적 관점에서 간지럼이 자녀에게 생존을 위한 방어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이들이 자신의 약함을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도록 불편한 상황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법을 간지럼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유머를 이해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이론도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발바닥, 배 등을 간질이면 아이가 그 감각을 느끼고 상대 얼굴의 웃음과 미소를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유사한 자극에 웃는 법을 알고 무엇이 웃긴 지에 대한 이해력을 키운다. 부모와 자녀가 간지럼을 태우며 서로 웃고 교감하면서 긍정적 상호작용을 연습하고 유대감도 형성할 수 있다.

왜 대다수의 성인들은 간지럼 태우는 걸 싫어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간지럼이 ‘친밀한’ 사람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방식이자 친밀한 사람을 통한 생존 훈련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가까운 사람이 간지럼을 태워 취약한 부위를 지키는 생존훈련을 반복하면 친밀한 상대와는 보다 끈끈한 유대감을 쌓고 간지러운 감각 자체는 유해한 자극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간지럼을 태웠을 때 불쾌한 기분이 들어도 일단 웃음부터 나는 것 역시 웃음을 보여야 상대가 계속 자극을 줘 훈련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간지럼이 하나의 분리된 감각이 아니라 심리적 반응이 더해진 결과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간지럼을 태우는 상대가 누구인지, 간지럼을 느낄 때의 기분 등에 따라 반응과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베를린 훔볼트대 연구에 따르면 쥐 역시 인간처럼 간지럼을 태우면 웃음소리를 내는 데 간지럼을 느낄 때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지럼을 태울 때 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 본 결과 촉각 관련 영역이 활발한 반응을 보였고 쥐는 더 간질여 달라는 듯 손 쪽으로 다가오며 그 상황을 하나의 놀이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높은 곳에 있는 발판 위에 올려 놓는 등 불편한 상황에서는 간지럼을 태워도 웃지 않고 뇌 활동도 활발하지 않았다.

간지럼 잘 탄다? 신경 밀도와 심리적 영향

간지럼을 유독 잘 탄다면 가장 의심할 수 있는 이유는 감각 신경의 밀도가 높아 더 큰 자극을 느끼는 것이다. 간지럼을 잘 타는 발바닥, 겨드랑이 등도 감각 신경의 밀도가 높아 자극을 더 쉽게 감지한다. 사람마다 신경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간지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대, 상황에 따른 감정 변화 등 심리적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깝고 친밀한 사람이 간지럼을 태우면 깔깔 소리를 내며 웃기도 하지만 친밀감이 없거나 싫은 사람, 불편한 상황이라면 굉장히 짜증스럽고 불쾌한 기분이 들 수 있다.

간지럼을 태우는 시기, 부위 등의 예측 여부도 자극 강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간질이면 자지러질 정도로 간지러운데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면 괜찮은 것도 어떤 부위를 어떻게 자극할 것인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준비한 이벤트나 선물을 미리 알면 막상 받았을 때 감동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에는 스스로 간지럼을 태웠을 때 참지 못하고 웃는다면 정신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의식과 인식 저널(Journal Consciousness and Cognition)》에 실린 프랑스 릴대 연구에 따르면 397명을 대상으로 인격장애 검사와 스스로 간지럼 태우기를 실시한 결과 보통은 별 느낌이 없지만 정신분열이 있으면 스스로 태우는 간지럼을 잘 참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신분열이 있으면 착각과 혼란 때문에 간지러움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간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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