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임플란트 칩’이 시력도 되찾아줄까

일리노이공대 연구팀 “완전 실명 환자, 물체 분간할 정도로 시력 회복”

[사진=Illinois Tech 홈페이지 캡처]
컴퓨터 임플란트 칩을 뇌에 이식해 사지마비 환자들의 일상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뇌에 칩을 이식한 시각장애인의 시력이 일부 회복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 공대 연구팀은 최근 대뇌피질에 임플란트 칩을 이식한 환자의 수술 경과를 발표했다. 해당 환자는 망막 박리증으로 2016년 완전히 시력을 잃었던 브라이언 버사드다.

연구팀에 따르면 버사드는 2022년 칩 이식 수술을 받은 뒤 현재 ‘방 안의 물체를 식별하고 접시를 들어올릴 정도’의 시력을 회복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일리노이공대 생명공학부 필립 트로이크 교수는 “버사드가 생물학적인 시력을 ‘회복’했다기보다는, 인공적으로 시력을 만든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본다는 것’은 시각 신호 처리의 결과물이다. 물체에서 나온 빛은 망막에 상으로 맺혀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이 신호는 시신경을 따라 뇌 뒤쪽에 위치한 시각피질로 이동하며, 시각피질에서 신호를 해석해 물체를 인식하게 된다.

연구팀은 시신경을 우회해 직접 시각피질을 자극하면 환자들이 물체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위해 브라이언의 뇌에 약한 전류를 방출하는 소형 자극기 칩 25개를 이식했다. 해당 칩 하나에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16개의 전극이 탑재됐다.

버사드의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가 물체를 특수 소프트웨어로 처리해 전극으로 전달하면, 400개의 전극이 작동하면서 신호가 시각피질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버사드는 불투명한 반점 형태로 물체를 분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트로이크 교수는 “임플란트 칩의 전극이 많을수록, 전류가 강할수록 더 잘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전류는 발작이나 뇌 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성능과 안정성을 고려한 최적의 전류 수준을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플란트 칩의 수명도 관건이다. 트로이크 교수는 “버사드에게 이식한 칩은 어디까지나 기계 장치로, 반영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의 시각 개선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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