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방치하면 인격장애, 조기치료 맞춤교육 중요

어린이 심리적 손상 안받게 부모 교사 전문의 협력 절실

“정말 끔찍하게 산만한 남학생이 있었어요. 수채화 그리는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더니 큰 양동이에 물을 받아왔어요. 그리곤 교실을 돌아다니며 마구

물을 뿌려대는 통에 수업이 엉망이 됐죠.” (서울 종로구 혜화동 A초등학교 P특수교사)

“ADHD를 앓는 학생이었는데, 수업 시간에 샤프펜슬 뒷부분의 바늘처럼 뾰족한

것을 꺼내 입에 물고 장난을 치더라고요. 다칠까봐 몇 번이나 ‘입에서 빼라’고

지적했는데 그럴수록 더 심하게 장난을 치는 거예요.” (경기 고양시 일산 B초등학교

S교사)

산만한 어린이와 ADHD 어린이는 겉보기에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데, 교사 입장에서는 구분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산만한 학생을 ADHD로 단정 지어서도 안 되지만, 모른 채 지나쳤다가는 ADHD를 방치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ADHD를 방치하면 성인이 됐을 때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ADHD 조기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모는 물론이고

학교 교사들까지도 ADHD에 대해 잘 알아둬야만 한다.

대부분 청소년기까지 지속… 절반이 성인돼도 과격성향

ADHD 어린이들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저서 ‘여덟살 심리학’에서 “2006년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의

5, 6%가 ADHD 질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4년 ADHD 어린이의 70~80%가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며,

50% 정도는 성인이 돼서도 이 증상을 버리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ADHD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아동기에는

또래관계에서 왕따를 당할 수 있고, 학업 성적과 자존감도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로 청소년기가 되면 아동기 때 경험했던 이런 문제점들이

지속되고 그동안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은 ADHD 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보다 약물, 알코올,

흡연 등의 중독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약 3배 이상 높고, 치료를 받은 ADHD 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되면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통제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돼 일부 증상은

개선되지만 이들 중 40~50%는 학업, 직업, 대인관계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증상 자체가 이미 성격처럼 돼 어린 시절보다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증세 일찍 찾아내고, 실질적 도움줄 특수교육 가장 중요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ADHD가 심해지면 커서 반사회적 인격장애(psychopath)가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며 억울함과 불만을 풀려고 하는

과격한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지난해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올해 2월 10일 숭례문 방화 사건의 주인공들은 모두 ADHD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아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도 학교 전체적으로 ADHD를 선별하고 보조적인 교육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DHD로 진단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성에 맞춰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양대 신경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선진국이라고 해서 ADHD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특수교육법에

ADHD도 대상에 포함시켜 제도적으로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도록 의무사항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특수교육법에도 ADHD 어린이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대상자로 지정돼 있다”면서 “ADHD 어린이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은 이제 시작된

정도”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행동 이상하면 선생님이 먼저 가정에 연락, 병원방문 권유를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학생이 평소 학교생활을

할 때 ADHD가 의심되는 행동을 한다면 선생님이 먼저 병원에 가볼 것을 가정에 얘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어린이와 함께 보내는 선생님의 관찰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ADHD 어린이 중 15% 정도만 병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과 양재원 교수는 “ADHD 어린이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문제가 있는데도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오해해 많은 부모가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ADHD 어린이들이 증가하면서 일선 교사들도 ADHD 어린이를 자주 마주하게

돼 선생님들이 먼저 ADHD에 대한 정보를 교육청에 요청하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이런 요청에 교육청에서도 병원, 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강의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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