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박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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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소득층 의료 책임지면, 건강불평등 해소될까?
의사들이 병에 대해 논문을 쓸 때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함께 흡연력, 음주력, 가족력 등 여러 관련요인들을 평가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의 경제 상태는 평가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고 윤리적인 문제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시행된 이전 연구들을 보면 환자들의 경제적 상태는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18년 전국 광역시도 시군구 건강격차 프로파일을 보면 소득이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의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은 각각 85.1세, 72.2세이지만 하위 20%는 78.6세, 60.9세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소득이 낮을수록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이 낮았다. 2020년 통계 개발원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수명 격차는 2004년 6.24세에서 2017년 6.48세로 커지고 있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 여론조사센터가 시행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 3개월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치료 중인 만성질환이 있다는 응답이 대졸이상 및 정규직 근로자는 10%에 불과했지만 고졸이하는 39%, 비취업자는 35%나 됐다. 가구소득으로 월소득 700만원 이상이면 18%였지만 200만원 이하는 56%나 되었다. 우울증도 ‘축약형우울척도’로 측정한 결과,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는 9.21로 높게 나온 반면, 701만원 이상은 4.61로 낮게 나왔다. 이렇게 소득이나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계층과 같은 사회적 건강결정요인에 따라 질병 발생률이나 유병률, 사망률 등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건강불평등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건강불평등은 불합리하며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건강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보장률을 더욱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이 의료비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에서 의료비를 모두 부담하는 의료급여수급자의 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은 이런 방법이 정말로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예들 들어 최근 민간보험형태로 제공되는 의료보험 때문에 인구의 10%정도가 건강보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의료비로 악명이 높은 미국과 전국민에게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면서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 두 나라를 놓고 사회적 지위와 부의 정도에 따른 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을 비교했더니 두 나라 모두 사회적지위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에 비하여 수명이 5~6년 정도 높게 나왔고 부유층이 빈곤층에 비해 건강기대수명이 평균 9년 정도 길게 나왔다(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20;75:906-913). 이외에 다른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나 의료급여 수급자의 비율을 높이는 등 의료기관에서 질병치료나 관리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호전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의료기관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사람들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얼마나 호전시킬 수 있을까?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슬프기는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본부(CDC)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접근성(Access) 정도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약 10% 정도만 줄이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Health Aff (Millwood) 2002;21:78-93). 이와 같은 사실은 현재의 병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의료정책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건강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 발생하는 건강불균형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위 논문의 저자들은 의료기관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젊어서 건강할 때 건강을 잘 보살피도록 정부가 건강관리정책을 이끌고 이와 함께 저소득층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이들이 약물이나 흡연,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회환경을 호전시키는 등 사회정책을 함께 동반해가야 소득격차에 따른 건강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JAMA Intern Med 2017;177:1745-1753).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 행복한 삶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은 필수적이며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단 내에서 완전한 평등은 존재할 수 없으며 다소간의 불평등은 어느 사회에서도 존재해왔다. 특히 소득, 교육기회, 고용, 지역 등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불평등은 필연적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개인이 부담해야 할 본인부담금이 부담돼 의료이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이용의 접근성이 이러한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 사회구조, 의료체계 및 보건행정,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및 근로환경개선 등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방송 건강 쇼 프로그램 내용, 믿습니까?
경제수준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트랜드에 맞추어 종편뿐 아니라 공중파 방송에서도 관련 건강정보를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부터 좀 더 오락적 요소를 아우른 인포테인먼트형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방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보다는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정보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정보프로그램의 경우 아무래도 재미와 흥미위주로 다루다 보니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이나 추천하는 것이 정확하고 객관적이기보다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사람들이 광고는 신뢰하지 않지만 프로그램이나 뉴스나 기사는 신뢰한다는 점을 이용해 마치 일반인의 체험사례를 과학적 검증을 거친 지식이나 사실처럼 전달하거나 각종 민간요법이나 특정 치료법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거나 과대포장하여 일반화하는 등 광고성 정보를 무분별하게 내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 물질이나 식품의 효능이나 장점을 건강정보프로그램에 내보내면서 바로 옆 채널인 홈쇼핑에서 그 제품이나 식품을 시연하고 판매하는 소위 연계편성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릴오일이다. 작년에 인포테인먼트 방송프로그램에서 크릴오일을 자주 다루었고 홈쇼핑과 연계편성되면서 크릴오일 열풍이 불었다.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들마다 크릴오일 먹어도 되냐고 묻곤 했다. 그러다가 크릴오일 몇 개 품목에서 허가 이상의 추출용매가 남아있다는 이유로 허가가 취소됐고 이후 크릴오일 열풍은 급속하게 식었다. 요즘은 크릴오일 먹어도 되냐고 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건강정보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 잘 알려진 보건의료전문가들을 패널로 섭외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방송프고르램에서 소개된 의학관련 정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협찬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운영하거나 속해 있는 병원을 홍보하거나 마케팅을 위해 출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는 적당한 유머와 재치로 인기를 얻게 되면 그 인기를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거나 개발에 참여해 이를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하거나 과장하는 것이다. 최근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의제제를 받은 사례를 예를 들면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시술하는 성형외과 원장 A가 주의사항이나 문제점을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서 줄기세포 성형의 장점을 강조하고, 방송 중에 자막으로 상담번호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참여를 반복적으로 독려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물파스를 자주 바르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여기 저기 물파스를 바르는 등 억지설정을 하고 결론에 맞춘 비과학적인 시술을 시연하기도 했고 건강정보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고 있는 의사 B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홈쇼핑에서 유산균을 판매해 심의제제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내용이나 추천한 내용을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소개한 내용이나 추천한 내용을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를 들어 2006년 국내 방송사 저녁뉴스에 방송된 건강의학정보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내용에서 오류를 보이는 경우가 40%나 되었는데 대리결과와 최종결과를 혼동한 경우가 15.3%, 비인체 실험결과를 사람에게 확대해석을 하는 경우가 8.2%, 연구설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의 강도를 확대해석을 하는 경우가 12.9%,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변수를 사용한 경우는 7.1%이었다(가정의학회지 2006;27:523-528). 방송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저녁뉴스가 이정도라면 건강정보프로그램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더 좋을 리 없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만이 아니다. 캐나다의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건강토크쇼인 ‘닥터 오즈쇼’와 ‘닥터스’라는 TV 방송프로그램에서 추천한 내용들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팩트체크를 시행했더니 ‘닥터오즈쇼’는 54%만이 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고 46%는 근거가 없었다. ‘닥터즈’의 경우 63%만이 의학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던 반면, 14%는 의학적 근거와 반대였고 24%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BMJ 2014;349:g7346). 특히 ‘닥터오즈쇼’의 진행자인 오즈 박사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체중감량보충제를 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홍보했고 결국 50만병이상이 팔렸지만 이 제품은 임상검증 및 미국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으로 판명돼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연방통상위원회에서 허위광고로 35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도 하였다. 앞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조금 더 흥미를 유발하면서 재미있는 형식을 갖춘 인포테인먼트형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내용 상당 부분은 신뢰하기 힘들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도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진을 검증할 수 있는 제작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내부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그때까지 시청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방송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시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