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병에 대해 논문을 쓸 때 당뇨병,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함께 흡연력, 음주력, 가족력 등 여러 관련요인들을 평가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의 경제 상태는 평가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고 윤리적인 문제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시행된 이전 연구들을 보면 환자들의 경제적 상태는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18년 전국 광역시도 시군구 건강격차 프로파일을 보면 소득이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의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은 각각 85.1세, 72.2세이지만 하위 20%는 78.6세, 60.9세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소득이 낮을수록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이 낮았다. 2020년 통계 개발원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수명 격차는 2004년 6.24세에서 2017년 6.48세로 커지고 있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 여론조사센터가 시행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의사의 진단을 받아 3개월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치료 중인 만성질환이 있다는 응답이 대졸이상 및 정규직 근로자는 10%에 불과했지만 고졸이하는 39%, 비취업자는 35%나 됐다. 가구소득으로 월소득 700만원 이상이면 18%였지만 200만원 이하는 56%나 되었다. 우울증도 ‘축약형우울척도’로 측정한 결과,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는 9.21로 높게 나온 반면, 701만원 이상은 4.61로 낮게 나왔다. 이렇게 소득이나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계층과 같은 사회적 건강결정요인에 따라 질병 발생률이나 유병률, 사망률 등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건강불평등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건강불평등은 불합리하며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건강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보장률을 더욱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층이 의료비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에서 의료비를 모두 부담하는 의료급여수급자의 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들은 이런 방법이 정말로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예들 들어 최근 민간보험형태로 제공되는 의료보험 때문에 인구의 10%정도가 건강보험이 없고,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의료비로 악명이 높은 미국과 전국민에게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면서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 두 나라를 놓고 사회적 지위와 부의 정도에 따른 수명과 건강기대수명을 비교했더니 두 나라 모두 사회적지위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에 비하여 수명이 5~6년 정도 높게 나왔고 부유층이 빈곤층에 비해 건강기대수명이 평균 9년 정도 길게 나왔다(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20;75:906-913). 이외에 다른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나 의료급여 수급자의 비율을 높이는 등 의료기관에서 질병치료나 관리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호전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의료기관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사람들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얼마나 호전시킬 수 있을까?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슬프기는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본부(CDC)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접근성(Access) 정도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약 10% 정도만 줄이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Health Aff (Millwood) 2002;21:78-93). 이와 같은 사실은 현재의 병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의료정책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건강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 발생하는 건강불균형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위 논문의 저자들은 의료기관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젊어서 건강할 때 건강을 잘 보살피도록 정부가 건강관리정책을 이끌고 이와 함께 저소득층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이들이 약물이나 흡연,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회환경을 호전시키는 등 사회정책을 함께 동반해가야 소득격차에 따른 건강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JAMA Intern Med 2017;177:1745-1753).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 행복한 삶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은 필수적이며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단 내에서 완전한 평등은 존재할 수 없으며 다소간의 불평등은 어느 사회에서도 존재해왔다. 특히 소득, 교육기회, 고용, 지역 등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불평등은 필연적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개인이 부담해야 할 본인부담금이 부담돼 의료이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이용의 접근성이 이러한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소득에 따른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 사회구조, 의료체계 및 보건행정,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및 근로환경개선 등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윽, 또 시작이다. 식후 입가심으로 담배를 한 개비 물 때마다 이런다. 가슴이 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 나만 그런가 싶어 함께 나온 강대리에게 말하니 ‘역류성 식도염’ 이라며 병명까지 내놓는다. 그리고 양배추 추출물이 위에 좋으니 한 번 먹어보란다. 양배추가 위에 좋다는 말은 나도 한 번 들어본 것 같다. 그런데 양배추 추출물을 먹는다고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완화될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 양배추 추출물이 들어있는 약의 비밀 양배추는 위 건강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 음식으로 유명하다. 양배추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U가 위 점막을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U는 1950년대 동물시험에서 위궤양 치료 가능성을 근거로 궤양의 ‘Ulcer’ 앞 글자를 따서 이름 붙였지만, 일반적인 비타민은 아니다. 이 성분의 정확한 명칭은 ‘메틸-메티오닌-설포늄염화물(MMSC)’이며, 위 점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촉진해 위벽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의약품에는 긴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양배추 유래성분 ‘MMSC’로 표기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양배출 유래성분이 함유된 약에는 이 성분 외에도 무려 8가지 성분이 더 들어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 약의 효과는 양배추 유래성분, MMSC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약에는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와 소화를 돕는 복합효소제, 그리고 위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생약 성분이 함께 들어있다. 그래서 일반 양배추즙이나 양배추 추출물보다 빠르게 위부불쾌감, 위부팽만감 및 위산과다로 인한 속쓰림, 신트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개선시킨다. 성분의 구성이나 각 성분의 효과를 고려할 때 ‘양배추 추출물’ 혹은 ‘양배추 유래성분’ 단독의 기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 역류성 식도염 치료약의 효능, 효과 역류성 식도염은 하부식도 괄약근 기능 저하, 위산과다, 위 배출 지연, 식도 점막의 저항력 감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으로 가슴쓰림(명치 끝에서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 불쾌감 등)과 식도 역류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역류성 식도염 치료는 주로 위산의 분비를 대폭 감소시켜 위에서 식도로 위산의 역류를 막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를 사용해 환자의 불편함을 개선한다. 대표적 성분으로 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에스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등이 있다. 빠른 증상 완화를 위해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나 위장 운동을 정상화하는 약물 등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일시적인 산 역류나 가슴쓰림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매하는 일반의약품은 위산의 역류를 막는 물리적 방어막을 형성하고 위산을 중화시켜 식도의 자극을 감소시킨다. 위산 역류로 인한 불편 증상을 빠르게 치료하지만 ‘양성자 펌프 억제제’ 만큼 강력하게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진 못한다. 그래서 7일 동안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의 복용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와 다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 양배추 추출물은 일반 식품 위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기능성은 동물시험에서 작용기전을 확인한 후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원료를 섭취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의 섭취 전후 불편 증상 개선도를 근거로 허가된다. 예를 들어 인동덩굴꽃봉오리 추출물은 복통, 속쓰림, 산 역류 등 15가지 위장관 증상에 대한 불편도를 평가한 ‘위장관 증상 평가척도’를 인체적용시험에 활용했다. 이때 속쓰림, 산 역류가 역류성 식도염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건강기능식품으로 관리하려는 분들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건기식은 약처럼 직접 위산 분비를 조절하진 못한다. 주로 식물 추출물들이 위 점막의 손상을 보호해 위 점막이 위산의 공격을 이기는 힘을 길러준다. 위에는 매일 음식이 들어오고 위산이 나오기 때문에 위를 보호하고 공격하는 물질이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래서 위에 좋은 음식이나 식품 등의 섭취가 백해무익한 건 아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은 차이가 크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적용시험으로 기능성을 나타내는 원료의 기준과 함량이 결정된 반면, 일반식품은 그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위 건강의 히어로로 보이는 양배추 추출물은 기능성이 허가되지 않은 ‘일반식품’이다. 앞서 말했듯 위에 좋은 음식이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지만, 양배추 추출물은 그 명성에 걸맞은 기능성은 아직 불명확하다. 그러니 모든 위장질환을 양배추 추출물로 퉁치려고 하진 마시라. 약은 여러분의 삶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개발된 물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