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의사 면허 빌려서”⋯불법 ‘사무장병원’, 21년간 1조원 넘게 벌었다

경찰, 랩지노믹스 전현직 임원 등 31명 송치⋯이례적 규모에 코스닥 상장사까지 연루 혐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최근 한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의 임직원이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닥에 상장된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임원이 21년 동안 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불법 운영한 혐의로 공소청에 넘겨졌다. 알려진 수익만 1조원대를 넘어선다.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랩지노믹스 전현직 임원 등 31명을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4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의사 2명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설립하고 불법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에 해당하는 행위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세운 ‘랩지노믹스진단검사의학과의원’은 다른 의료기관이 진료한 환자의 혈액 등을 넘겨받아 검사한 뒤 해당 의료기관이 받은 건강보험 급여의 일부를 검사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알려진 금액만 요양급여 약 8200억원, 의료급여 약 600억원에 코로나19 검체 검사로 벌어들인 부당이득 약 2000억원 등이다. 전체 수익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다.

이들은 전형적인 사무장병원(비의료인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 형태로 운영했다. 사무장병원은 개설하는 것만으로도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부과되는 중대 범죄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등 의료인이나 국가 및 지자체,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 등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장병원은 영리추구를 위해 낮은 질의 의료 서비스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과잉진료를 청구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누수와 환자 안전 위협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09~2025년 1800여 곳의 불법 의료기관을 적발해 요양급여를 환수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의 환수 대상 금액을 합친 금액이 2조9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병원 단독 수익으로만 1조원대를 넘긴 이번 사건의 규모는 이례적으로 크다. 코스닥 상장사가 운영에 연루된 것 역시 알려진 사건 중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7월 랩지노믹스 사옥과 주요 피의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해당 피의자들이 세운 병원은 현재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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