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5일 (목)

술로 간 나빠진 70세女⋯요양원 낙상 후 ‘평온하게’ 죽은 사연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가려움증(소양증) 1년 이상 앓은 환자, 이미 연명치료 거부 밝혀⋯통증을 누그러뜨리는 데 중점을 두고 완화치료만 받다 평온하게 숨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성이 혼술을 하고 있다.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앓는 70세 여성 환자가 요양원에서 낙상한 뒤 보습 관리로 가려움증을 완화하고 비교적 평온하게 숨진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건강이 나빠진 70세 영국 여성이 요양원에서 지내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낙상 사고를 당했다. 이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38일 뒤 숨졌다. 하지만 비교적 평온하게 삶을 마감했다.

영국 레스터 대학병원, 임페리얼 칼리지 등 공공 연구팀에 의하면 알코올성 간 기능 부전을 앓던 이 환자는 1년 이상 가려움증(소양증)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환자는 배에 물이 차는 증상(복수)이 재발돼 힘들었고 간성 뇌병증으로 고통스러웠다. 요양원에서 지내던 중 목격자 없이 낙상 사고를 당해 손목과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시 환자는 심정지가 왔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통증 완화와 안락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담은 ‘응급 치료 및 처치에 대한 권장 요약 계획(ReSPECT)’ 양식을 이미 작성해 둔 상태였다. 이는 한국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와 비슷한 내용이다.

이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사지와 몸통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겪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악화돼 온몸에 광범위한 긁힘 상처와 피부 손상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가려움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항히스타민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투여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가족들은 환자가 보습제를 발라 가려움증을 어느 정도 관리했으나, 입원 후에는 보습 관리 소홀로 피부 건조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같은 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환자에게 입원 전과 같은 보습제 도포 요법을 재개했다. 환자는 이후 심하게 긁는 행동을 멈췄고, 입원 38일째에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이 사례 연구 결과(Refractory Pruritus in Advanced Liver Disease: Exploring the Overlooked Role of Basic Emollient Car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기보다 기본적인 보습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임종기 환자의 안락함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환자가 겪은 가려움증은 담즙정체성 간 질환에서 흔히 나타나지만, 알코올 관련 간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매년 12만 명을 웃돌며, 이 병은 국내 만성 간 질환과 간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말기 간 질환 환자에게 동반되는 만성 가려움증은 일반 피부병과는 다르다. 히스타민 외의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대사 물질이 얽혀 있는 난치성 증상이다.

가려움증은 피부 건조는 물론 몸 안의 독소 축적, 탈수, 대량 복수를 빼내는 배액에 따른 급격한 체액 이동과 피부 장벽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악화된다. 말기 환자의 가려움증은 통증은 물론 수면장애를 일으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진정제나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 등 약물 투여에만 의존하면 과도한 진정과 다약제 복용으로 또 다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약물 처방만이 능사가 아니다.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지지 요법과 보습 관리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요법과 관리는 특히 임종기 환자의 존엄과 안락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알코올성 간 질환 환자에게 왜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죠?

A1. 간 기능이 떨어지면 몸 안에 각종 대사 물질과 독소가 쌓이고, 여기에 탈수와 피부 장벽 손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기 힘든 난치성 가려움증을 일으킵니다.

Q2. 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 가려움증에 보습제가 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나요?

A2. 만성 가려움증은 일반적인 항히스타민제로 잘 듣지 않는 비히스타민성 경로로 발생합니다. 입원 과정에서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지면 다시 철저한 보습 관리로 틈만 나면 몸을 긁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줘야 합니다.

Q3. 임종을 앞둔 환자 관리에서 의료진과 가족이 명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3. 증상이 심해진다고 해서 무조건 고강도 약물을 늘려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기본적인 보습이나 일상적인 지지 요법을 소홀히 여기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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