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6일 (화)

또, 아기 낳다 숨진 산모…산과 의사 “너무 부족”, 이런 방법 어떨까?

[김용의 헬스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아기를 낳다가 숨지는 산모가 가장 많은 곳도 지방이다. 출산을 위해 대도시로 원정 출산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산부인과 중 산과 의사의 대가 끊길 지경입니다. 60세 넘은 의사가 곧 정년 퇴임하면 아기를 받을 의사가 없어요. 대형 병원에 산과 의사가 없다니”…

분만이 급한 임신부의 ‘산부인과 뺑뺑이’ 얘기가 나오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산과 의사 부족이다. 대형 병원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산부인과 간판을 내걸었지만 아기를 받을 의사가 모자란 곳이 많다. 특히 고령이거나 쌍둥이 임신부 등 고위험 산모를 돌봐줄 유능한 의사가 없다. 응급 상황을 호소하는 낯선 임신부를 무턱대고 받았다가 의료 사고라도 나면 병원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 배상 액수가 다른 진료과에 비해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다. 개인 산부인과 의원은 파산으로 몰린다. 동네 산부인과 의원이 분만을 기피하는 이유다.

지방 산부인과 의사 평균 나이 60세…“후배 의사 없어요”

지방 산부인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어섰지만, 대를 이을 젊은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너도 나도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분만 및 산과 의료 체계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2024년 기준 지방 주요 시·도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60세였다. 경북 60.7세, 전남 59.7세, 전북 59.2세, 충북 58.7세, 강원 58.4세, 경남 57.6세, 충남 57.1세 등이다(소병훈 국회의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특히 전남·경북·강원 등은 30대 산부인과 의사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30대 산부인과 전문의는 서울(262명)과 경기(190명)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반면에 지방 도 단위 지자체 30대 이하 전문의는 전남 4명, 경북 5명, 세종 5명, 강원 7명, 전북 7명, 경남 7명, 충남 8명 등 10명 미만이다. 현재 분만 현장을 지키고 있는 50~60대 전문의들이 은퇴하면 분만과 응급 산과 수술을 담당할 의사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아기 낳다가 숨지는 산모 가장 많은 곳도 지방

아기를 낳다가 숨지는 산모가 가장 많은 곳도 지방이다. 예전에는 분만 중 사망하는 산모가 적지 않았다. 의료 상황이 열악한 데다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많았다. 목숨 걸고 아기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강국 10위권인 대한민국에선 지금도 분만 중 산모가 숨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고위험 상황에 놓인 산모를 지켜줄 유능한 산과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판단 아래 응급 처치를 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산모가 아기를 두고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산모 사망의 흔한 원인은 산후 과다 출혈

임산부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산후 과다 출혈이다. 개발도상국에선 지금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산모의 몸에서 피가 많이 빠져 나가니 사망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분만 후 24시간 이내에 500ml 이상의 혈액 손실이 이뤄지면 산후 과다 출혈이다. 쇼크(혈류 부족) 증상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산후 출혈의 원인은 분만 후 자궁의 불충분한 수축이다. 이때 태아에게 피를 공급하던 혈액의 흐름이 멈출 수 있다. 잔류 태반(분만 후 태반이 배출되지 않음), 자궁경부 주위의 상처 등도 산후 출혈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쌍둥이 임신부나 고령의 임신부의 경우 산후 과다 출혈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유능한 산과 의사는 산모가 과다 출혈의 기미가 보이면 약물 투여 등 응급 조치를 할 수 있다. 필요 시 혈액 제품을 신속하게 투여할 수도 있다. 일부 대형 병원에선 산후 출혈에 대비해 혈액을 넉넉하게 보관하기도 한다. 결국 산모를 살리는 것은 산과 의사의 빠른 판단과 유능함이다. 실력 있는 산과 의사가 많아야 산모가 안전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다.

분만 환경 열악해진 근본 원인… 산과 전문의 부족

지방에 사는 임신부는 출산을 위해 대도시 병원 주변에서 하숙하기도 한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선 임신 초기부터의 산모와 태아의 건강 데이터가 쌓여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과 의사가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다. 급하게 갑자기 병원을 찾으면 의사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거주지 인근에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 시도 경계를 넘는 산모가 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출산한 산모는 경북 지역 44.7%, 전남 36.6%, 충남 21.8%, 충북 20.8%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자료). 분만 환경이 이토록 열악해진 근본 원인은 산과 전문의 부족에 있다.

나이 든 산과 의사는 후배들이 없어 퇴근 후에도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 가족과 식사 중이라도 긴급 호출이 있으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워라벨은커녕 몸이 녹아 날 수 있다. 이런 몸 상태로 어떻게 안전하게 아기를 받을 수 있는가. 충분히 쉬어야 일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게다가 의료소송에 걸려 법원을 들락거린다면 … 이런 선배들의 일상을 보고 젊은 의사는 좌절감을 느낀다. 산부인과 미달, 산과 기피 현상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금은 사실상 ‘분만 비상 사태’…정부, 국회, 지자체 뭐하고 있나?

아기를 낳고 싶어도 안심하고 출산할 수 없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나서 ‘분만 비상 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국가 최대 과제인 저출산 현상이 나아져도 문제다. 아기를 받을 산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조산원, 집에서 아기를 낳을 것인가. 산모가 과다 출혈 기미를 보이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부와 지자체 등은 생색내기 현금성 지원보다는 근본적인 분만 인프라를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매년 엄청난 저출산 관련 예산을 쓰면서도 가장 중요한 분만 상황은 처참하다. 그 많은 저출산 예산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저출산 예산 중 일부만 분만 분야로 돌려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명백한 잘못은 의사에게 책임을 지워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는 막대한 저출산 예산에서 배상액을 지원하면 어떨까? 단순히 수가(의사가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 인상만으로는 문 닫는 분만실과 떠나가는 의사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10월은 ‘임산부의 달’이다. 힘들게 임신-출산 과정을 거친 전국의 임산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임신-출산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아기 낳다 숨지는 산모가 늘어나면 안 된다. 중년 엄마가 임신한 딸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도 분만실, 집에서 대기 중인 전국의 산과 의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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