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치료의 핵심 무대가 췌장 아닌 십이지장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인슐린 분비를 돕거나 혈당을 낮추는 약물치료와는 다른 길, 즉 십이지장 점막을 새로 돋게 해 혈당 조절 기능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부산에서 본격화한다.
국립부경대 강현욱 교수(의공학 전공)가 창업한 의료기기 스타트업 (주)티큐어(TeCure)는 2일 “고신대복음병원(병원장 최종순)과 비만, 제2형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용 내시경 의료기기 임상연구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는 티큐어가 개발한 레이저 치료시스템 '엔도큐어(EndoCure)'가 있다. 내시경을 통해 십이지장 점막에 레이저 에너지를 전달하는 장비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됐다.
왜 십이지장인가?
십이지장은 위를 지난 음식물이 처음 닿는 소장의 시작 부위다. 단순한 통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영양소를 감지해 혈당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신호를 내보내는 기관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엔도큐어가 활용하는 원리는 '십이지장 점막 재생술(DMR·Duodenal Mucosal Resurfacing)'. 내시경으로 십이지장 점막 표층을 처리한 뒤 새 점막이 재생되도록 유도,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 조절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에 앞서 해외에서는 가열한 물로 점막을 처리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이 먼저 진행됐다. 일부 연구에서 혈당 개선 가능성이 관찰됐지만,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은 아직 검증 단계에 있다.
티큐어는 같은 원리에 레이저를 접목했다. 광섬유를 내장한 풍선 카테터(balloon catheter)로 레이저 에너지를 전달해 점막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제 임상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이번 연구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대학병원 임상 현장에서 검증
협약에 따라 티큐어는 레이저 시스템과 광섬유 벌룬 카테터의 개발, 임상시험용 기기 공급, 기술 지원을 맡는다. 고신대복음병원은 내분비내과 김부경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엔도큐어 시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약물치료와 비만대사수술로 양분된 기존 치료 체계에 '내시경 시술'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더해질 수 있다.
강현욱 대표는 "이번 협력이 내시경 기반 레이저 치료시스템의 임상적 가능성과 기술 경쟁력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검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임상 근거를 쌓아 국내외 인허가와 상용화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종순 병원장도 "최근 비만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지만 장기 치료 부담과 치료 중단 이후의 체중 관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내시경 기반의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면밀히 평가해 비만, 당뇨병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한편, 티큐어는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TIPS)’에 선정됐다. 내시경 레이저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당뇨병과 비만뿐 아니라 위식도역류질환 등으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