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1일 (목)

“‘뼈 말라’만 아니면 다 처방돼요”⋯‘마운자로 성지’ 가보니

BMI 기준 미달에도 처방⋯현행 규정상 미용 목적 ‘허가 외 사용’ 일률적 제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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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보일 정도로 마르지 않거나 특이사항 없으시면 웬만해선 다 처방받으세요. 지금까지 원장님께 진료받고 처방 못 받은 분 거의 없어요.”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인근 A의원. 상담 직원에게 “BMI(체질량지수)가 27㎏/㎡ 미만이고 당뇨·고혈압 등 동반질환도 없는데 마운자로를 처방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A의원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이른바 ‘마운자로 성지’로 입소문 난 곳이다. 대기실 한쪽 벽에는 마운자로·위고비의 용량별 약값과 처방비가 적힌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진료를 기다리는 10명 안팎의 환자 중에는 눈에 띄게 마른 체형도 여럿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성인의 경우 BMI 30㎏/㎡ 이상이거나, BMI가 27㎏/㎡ 이상 30㎏/㎡미만이면서 제2형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폐쇄성 수면무호흡증·심혈관질환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을 때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 같은 허가 기준에 미달하는 정상체중 환자에게도 단순 체중 감량 등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A의원 외 다른 의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종로5가 또다른 B의원에서는 “원장님과 진료하면 BMI 기준 등을 충족하지 않아도 처방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고, C의원에선 “BMI가 23㎏/㎡ 이하만 아니면 처방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모두 식약처 허가 기준과는 차이가 있었다. 

비만으로 인한 질환이 없음에도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치료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이 같은 ‘의약품 허가 외 사용(off-label use)’을 일률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허가 외 사용’은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해 허가한 효능·효과나 투여 대상, 용법·용량 등의 범위를 벗어나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 치료를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어 허가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처방 자체가 곧바로 불법이 되거나 의사가 처벌받는 건 아니다. 정상체중 환자에게 단순 미용 목적으로 GLP-1 비만치료제를 처방하더라도 허가 기준을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일률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처럼 처방 문턱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과열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다 저렴한 마운자로를 구하려 일본으로 ‘원정 구매’를 떠나는거나, 저가 판매로 유명해진 일부 의원과 약국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이 가장 많았던 가맹점도 이른바 ‘마운자로 성지’로 알려진 서울의 한 약국이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할인 판매하는 상품권이다. 일부 약국과 의원도 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어 마운자로 등 비급여 의약품 구매와 진료비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온누리상품권 결제액 1위는 서울의 A약국으로 260억원, 2위는 인근 B의원으로 102억원이었다. 두 곳 모두 마운자로를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처방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비급여로 처방되는 점도 허가 범위를 벗어난 처방을 관리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등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GLP-1 계열 약제는 일정한 급여 기준을 충족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하면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한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비만치료제 자체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청구자료에 투약 정보가 남지 않아 부작용 감시에 한계가 있다”며 비만치료제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GLP-1 비만치료제는 애초 미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이 아닌 만큼 비만 치료에 사용돼야 할 사회적 자원이 불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일대 약국 거리.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공급 물량과 유통처가 제한돼 일부 약국에 판매가 집중돼 있다. 취재 당시 사진 속 약국 상당수에서는 비만치료제 재고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최지연 기자

동시에 현재 비만치료제 투여 기준 자체를 한국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교수는 “식약처가 성인의 경우 BMI 30㎏/㎡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과 유럽의 임상 연구 기준”이라며 “대한비만학회는 국내 여러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BMI 25㎏/㎡ 선으로 낮추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에서도 BMI 25~26.9㎏/㎡인 사람의 절반가량에서 잔여 콜레스테롤이나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나고 이들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현재 비만 치료제 투여 대상자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투여 기준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박 교수는 청소년들의 비만치료제 남용에 대해선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청소년의 비만 문제도 심각하지만, 저체중 아이들의 극단적인 다이어트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이들에게 비만치료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도 지난달 30일 청소년 대상 비만치료제 투여 기준을 새롭게 담은 ‘GLP-1 계열 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 개정판을 배포했다.

식약처는 “청소년기는 성장과 발달이 진행되는 시기인 만큼 낮은 용량부터 신중히 투여를 시작하고 구토나 메스꺼움으로 인한 탈수, 급성 췌장염 등의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초기 BMI가 성인의 BMI 30kg/m² 이상에 해당하고 체중이 60kg을 초과하는 비만 환자에 한해 세마글루티드 및 리라글루티드 성분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터제파타이드는 해당 연령대 비만 환자에게 허가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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