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심부전·심근경색 등 심장병부터 지레 걱정하는 사람이 꽤 많다.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으로 심장보다는 콩팥이 더 먼저, 더 자주 손상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신규 제2형 당뇨병 환자 161만7508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환자의 평균 연령은 59세였고 51%가 여성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 후 5년 안에 만성콩팥병이 먼저 발생할 위험은 19%, 심부전이 먼저 발생할 위험은 8.3%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가 콩팥병을 앓을 위험이 2배 이상 더 높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특히 콩팥과 심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심부전이 먼저 발생한 환자는 이후 5년 안에 만성콩팥병이 생길 위험이 42%나 됐다. 반면 만성콩팥병이 먼저 발생한 환자는 이후 5년 안에 심부전을 겪을 위험이 23%였다.
또한 당뇨병 진단 후 5년 이내에 만성콩팥병, 심부전 또는 사망을 겪는 복합적인 위험은 33%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 수치가 ‘사망률 33%’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콩팥병, 심부전, 사망을 모두 합친 복합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10년 후에는 55%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가 모두 발병 직후에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공동 주도한 나비드 사타르 교수는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이 함께 혈관과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면서 합병증 위험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할 수 없다. 연구 결과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9월 28일~10월 2일 열리고 있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그렇다면 왜 심장보다 콩팥이 더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일까? 콩팥이 심장보다 먼저 타격을 입는 정확한 원인 메커니즘은 이번 연구에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미세혈관의 조기 손상과 동반 질환 때문에 그럴 것으로 추정된다.
콩팥은 많은 미세혈관 덩어리로 이뤄진 장기다. 혈당이 높아지고 고혈압·비만 등이 겹치면 전신의 미세혈관이 타격을 입는다. 상대적으로 굵은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심근경색 등 심장병보다는, 미세혈관 손상에 민감한 콩팥이 훨씬 이른 시점에 기능 저하(만성콩팥병)로 나타나기 쉽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최신 자료(Diabetes Fact Sheet 2025)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비만 동반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비만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7.6%로 비만이 아닌 성인의 약 2배나 됐다. 특히 당뇨병 전 단계 유병률은 비만 성인에서 38.3%, 비만이 아닌 성인에서 24.9%로 집계됐다. 비만 인구에 강력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이들 당뇨병 환자의 콩팥 건강에는 이미 적신호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당뇨병성콩팥병 유병률은 25.4%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이 콩팥 이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혈당이 높으면 미세혈관이 손상되며,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장기 중 하나가 콩팥(신장)이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자신도 모르게 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혈당 관리뿐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특히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소변 단백 검사와 신장 기능 검사로 콩팥 상태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모두 콩팥병이 생기나요?
A1. 아닙니다. 콩팥병에 걸릴 위험을 분석한 이 연구 결과를 보면, 당뇨병 진단 5년 내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은 약 19%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콩팥병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Q2. 왜 심장병보다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가요?
A2. 이번 연구에서는 정확한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은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등이 혈관과 장기를 함께 손상시키는 복합적인 과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Q3. 당뇨병 환자는 콩팥 검사를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요?
A3. 이번 연구는 구체적인 검사 주기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뇨병 환자는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만큼, 정기적으로 의료진과 상담하며 소변 검사와 신장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 간격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주치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