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한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가 자신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과 연계돼 제보에 나섰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확보한 자료에 대해서도 회사 데이터베이스의 원자료가 아니라 과거 사정 당국 조사 등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추출·분석된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제보가 특정인의 처벌이나 경영권 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중심 거버넌스’ 구축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신 회장 등 특정 경영권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완벽한 음모론이다”며 “신 회장을 알고 있지만, 저는 신 회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신 회장을 약 1년 전 처음 만난 뒤 두세 차례 더 만났으며, 마지막 연락은 지난 4월 말에서 5월 초였다고 했다. 송 회장에 대한 법인카드 제보와 신 회장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시스템 중심의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와 ‘혈통’이 아닌 진정한 ‘임성기 철학과 정신’이 살아 숨쉬는 기업문화는 뒷전에 둔 4자 연합이라면 누가 경영권을 가지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팽팽한 지분 구도…“신동국 배후설은 음모론”
김 전 대표는 신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정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보 시점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4자 연합에 균열이 생기고 신 회장과 송영숙 회장 측의 지배력 경쟁이 부각된 상황에서 송 회장 일가를 겨냥한 법인카드·회사자산 사용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의 의도와 별개로 이번 논란이 송 회장 측의 도덕성과 내부통제 문제로 확산될 경우 결과적으로 신 회장 측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만 보면 송 회장 측이 앞서지만, 실제 의결권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표 대결 구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측 잔여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신 회장 개인 지분은 28.15%로 늘어나며, 한양정밀 보유분 6.95%를 합친 신 회장 측 지분은 35.1%가 된다.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창업주 일가와 우호세력의 지분은 40.86%다. 다만 이 가운데 오너 일가가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EFH)에 환매조건부로 넘긴 약 6.6%는 원소유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이를 제외하면 지분은 약 34.26%가 된다. 이에 양측의 의결권 구도는 사실상 박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제보 동기를 놓고는 과거 큐어세라퓨틱스가 한미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한 데 따른 보복성 폭로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한미그룹이 투자하지 않은 것이 억울했다면 그때 터뜨렸을 것”이라며 2023년 투자 논의 당시가 아닌 3년 뒤 제보에 나선 점을 들어 부인했다.
당시 투자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됐는지를 놓고도 회사 측과 설명이 엇갈린다. 김 전 대표는 한미 측 관계자에게 기술을 소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식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회사에서 투자제안서 받았다고 하는데 투자제안서를 공개하라”라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의 소액주주 결집 행보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과거 소액주주 대표가 되기 위해 지원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필요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플랫폼 정책 등의 문제로 대표가 되지는 못했지만 현재 개인적으로 주주들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원데이터 아니다…사정당국 조사 대비 추출된 자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김 전 대표가 20여 년 전 한미를 떠났는데도 어떻게 송 회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내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1996년 한미약품 무역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년여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났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자신이 확보한 정보의 출처 가운데 현재 한미그룹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이 모두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대표는 회사가 내부적으로 자료 유출자를 찾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보자 신원과 인원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특히 자신이 보유한 자료가 한미그룹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직접 빼낸 원본 자료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김 전 대표는 “자료는 원 데이터가 아니다”며 “사정 당국의 조사를 대비해서 사전에 추출한 자료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 이사 사임 뒤에도 20억원대 보수…무릎 관절 치료비 지원도 문제 제기
김 전 대표는 송 회장이 지난해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회사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은 것이 적절했는지도 문제 삼았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의료비나 차량·회원권 등 회사 지원을 받았다면 어떤 내부 규정과 승인 절차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송 회장은 2025년 3월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아무런 업무상 지위도 없이 작년 한 해 2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다”며 “20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아가는 분에게 무릎 관절 치료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답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한미약품그룹 회장 직함은 유지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각자의 지위와 업무에 따라 어떤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는지는 회사 규정에 의거해야 한다”며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해당 규정을 제시하고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그런 혜택을 받아도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송 회장의 병원·약국비, 백화점 결제, 해외 출장비, 법인차량과 회원권 등과 관련해 회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가 확인될 경우 관련 비용을 환수하고 결제·집행 과정에 관여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회사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코메디닷컴은 회사 측에 △한미사이언스나 한미약품의 이사회·감사위원회의 관련 내용 보고·조사 여부 △송 회장에 대한 의료비 등 지원 근거 △과거 큐어세라퓨틱스로부터 받은 투자제안서 보유 여부 △유출 자료의 성격 △제보자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 등을 문의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답변을 준비하기 어렵다”며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