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여성이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을 할 때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눈 주위가 심하게 붓는 혈관부종 증세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다 병원을 찾았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일반의학과 푸자 파텔 연구팀에 따르면 이 23세 여성은 2018년부터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할 때마다 이상 증세에 시달렸다.
이 환자는 달리기를 시작하면 머리부터 가려워지기 시작했고, 5~10분 만에 속옷이나 운동복이 닿는 엉덩이·사타구니와 얼굴에 5mm 미만의 작은 두드러기(팽진)가 번졌다. 운동을 멈추지 않으면 눈 주위가 부풀어 오르는 안와 주위 혈관부종과 기침 증상까지 나타났다.
환자의 증상은 달린 시간보다는 운동의 강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걷기나 가벼운 근력 운동처럼 저강도·중등도 운동을 할 때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기 등 심장박동이 가파르게 뛰는 운동을 하면 어김없이 발작이 일어났다. 운동 직후에 활동을 멈춰도 약 30분 동안 발작이 더 심해졌다. 두드러기 증상은 24시간, 눈 주위가 퉁퉁 붓는 증상은 48시간까지 이어졌다.
환자는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거나 탕에 들어갈 때, 당황하거나 화가 나 체온이 오를 때도 두드러기 증상을 겪었다. 겨울철 추운 날씨(약 0°C)에 노출된 발목에도 간혹 두드러기가 생겼다. 이 환자는 운동 유발성 기관지 수축(천식)과 습진, 계절성 알레르기 등을 앓은 적이 있다.
식품 알레르기 피부 반응 및 특이 면역글로불린E(IgE) 검사에서는 우유·밀·새우·땅콩 등 주요 음식물이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의료진은 음식과 운동이 결합된 ‘식품 의존성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FDEIA)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알레르겐)에 접촉한 뒤 수분에서 수 시간 이내에 온몸에 발생하는 매우 심각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흔히 ‘과민성 쇼크’라고도 한다. 환자는 피부를 긁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피부 묘기증(피부그림증) 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환자의 치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발병 초기 항히스타민제(레보세티리진)와 위산분비억제제(파모티딘), 천식 약(몬테루카스트) 등을 복용했으나 고강도 운동만 하면 증상이 번번이 나타났다. 약 용량을 표준 권장량의 4배까지 늘리자 극심한 졸음과 코·피부 건조증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환자는 2023년 도입한 생물학적 제제 ‘오말리주맙’ 주사 치료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알레르기 유발 항체(IgE)가 면역세포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이 표적 치료제를 4주 간격으로 300mg씩 투여하자, 운동 유발 두드러기와 눈 주위 혈관부종이 씻은 듯 가라앉았다. 발병 8년 차인 2026년 현재, 이 환자는 4주 간격 주사 요법과 함께 매일 몬테루카스트 10mg, 운동 1시간 전 항히스타민제(펙소페나딘) 180mg을 복용하고 저·중강도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 연구 결과(Allergic to Exercise: A Case of Exercise-Induced Urticaria and Angioedema)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운동 중 발생하는 알레르기 반응은 크게 세 가지 병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EIA)’다. 운동 중이나 직후에 급격한 혈관 확장과 면역 반응으로 두드러기·혈관부종과 함께 호흡곤란, 저혈압, 실신, 복통 등이 나타나는 치명적인 전신병이다. 미국의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아나필락시스 발생 건수의 약 1.5%가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 및 식품 의존성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국내 성인의 알레르기 유병률 증가와 함께 야외 스포츠·피트니스 인구가 늘어나면서 임상 현장에서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둘째, 체온 상승이 주원인인 ‘콜린성 두드러기’다. 몸 깊은 곳(심부)의 체온이 약 1°C 높아질 때 부교감신경계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비만세포를 자극해 발생한다. 1~5mm 크기의 작은 팽진과 주변의 붉은 홍반, 따가운 가려움증이 특징이다. 운동 외에 뜨거운 목욕을 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낄 때도 이 증상이 나타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의하면 콜린성 두드러기는 물리적 자극으로 생기는 국내 만성 유도성 두드러기 환자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10~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남성 발병률이 여성보다 1.5~2배 높다.
셋째, 물리적 마찰로 생기는 ‘증상성 피부 묘기증(피부그림증)’이다. 전 인구의 2~5%가 겪는 가장 흔한 물리적 두드러기다. 운동복과 마찰하거나 압박을 받는 부위에 팽진이 많이 생긴다.
이 환자는 고강도 운동에 반응해 혈관부종으로 이어지는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의 특징, 뜨거운 환경 및 스트레스에 5mm 미만 발진이 돋는 콜린성 두드러기, 마찰 부위 발진이 동반되는 피부 묘기증이 한 환자에게 복합적으로 겹쳐 나타난 사례에 속한다.
운동 중 가려움증이나 팽진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발진을 단순한 땀띠나 체질 문제로 넘기고 무리하게 운동을 이어가면 기도 부종이나 혈압 저하 등 치명적인 전신 아나필락시스로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전문의와 상담해 본인의 정확한 알레르기 유형을 확인하고, 필요 시 비상용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를 처방받아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할 때마다 몸이 가렵다면 운동 알레르기인가요?
A1. 운동 중 나타나는 피부 가려움증이나 붉은 반점은 단순 혈류 증가나 땀에 의한 자극일 수도 있지만, 팽진(모기 물린 듯 부풀어 오름)이나 눈·입술 부종이 동반된다면 콜린성 두드러기나 운동 유발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어지러움, 호흡 불편이 동반되면 즉시 운동을 멈추고 알레르기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Q2. 운동 전에 음식을 안 먹고 공복으로 운동하면 안전한가요?
A2. 밀가루나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운동할 때만 반응이 생기는 ‘식품 의존성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FDEIA)’ 환자는 식후 운동을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음식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운동 강도나 체온 상승 자체에 반응하는 체질이라면 공복 상태라 하더라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정밀 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Q3. 이런 병이 있으면 평생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하나요?
A3. 운동을 완전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병의 유발 임계치를 파악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저강도 및 중등도 운동(걷기,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하면 됩니다. 또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만약의 응급 상황에 대비해 혼자 운동하기보다는 동반자와 함께하며 비상 약제를 구비하는 등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