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스티브 잡스도 앓았던 ‘신경내분비종양’⋯부산백병원, 고난도 로봇수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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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로봇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외과 이희주 교수. 사진=부산백병원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것으로 알려진 '신경내분비종양'. 일반적인 암보다 진행이 느린 경우가 많지만, 발생 위치와 종양의 특성에 따라 치료가 까다로운 희귀종양이다. 특히 췌장과 십이지장, 담도가 만나는 부위에 생기면 여러 장기를 함께 절제하고 다시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 필요하게 된다.

그중 십이지장에 신경내분비종양이 생긴 74세 여성 환자에게 부산백병원이 로봇을 이용한 췌십이지장절제술, 이른바 '휘플 수술(Whipple procedure)'을 시행했다. 외과 이희주 교수가 지난 8일 집도한 이 고령 환자는 회복 단계를 거쳐 24일 퇴원한다.

74세 십이지장 희귀종양 환자에 '휘플 수술'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NET)은 신경세포와 호르몬 분비세포의 특성을 함께 지닌 신경내분비세포에서 발생한다. 췌장뿐 아니라 위, 소장, 직장, 폐 등 여러 장기에서 생길 수 있다.

췌장암으로 알려진 '췌관선암'과는 발생하는 세포부터 다르다.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질환도 췌관선암이 아니라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었다. 다만 이번 부산백병원 환자는 췌장이 아닌 십이지장에서 발생한 종양이라는 차이가 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두 얌전한 종양은 아니다. 일부는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 간 등으로 전이할 수 있으며, 세포의 증식 속도와 악성도에 따라 예후도 크게 달라진다.

또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해 저혈당이나 설사 등 특이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뚜렷한 증상 없이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십이지장 신경내분비종양은 전체 신경내분비종양 가운데서도 드문 편이다. 종양이 작고 얕은 곳에 있으면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깊이 침범했거나 림프절 전이 위험이 높고 중요한 장기와 가까운 경우에는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

췌장·십이지장·담도 잘라내고 다시 연결⋯왜 어려운 수술일까?

이번 수술에 적용한 '휘플 수술'은 미국 외과의사 앨런 휘플(Allen Whippl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췌장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 담관 일부, 담낭 등을 절제하고 남은 장기들을 다시 연결하는 대수술이다.

어려운 이유는 이 부위에 소화기관과 주요 혈관이 복잡하게 모여 있기 때문이다. 종양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췌장에서 나오는 소화액과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 위에서 내려오는 음식물이 다시 소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각각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잘라낸 장기를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을 '문합(吻合, anastomosis)'이라고 한다. 특히 췌장과 소장을 연결하는 부위는 작은 틈이 생겨도 췌장액이 새어 나오면서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정교한 봉합이 중요하다.

이번 환자는 종양이 십이지장 하행부의 장간막 쪽에 자리 잡고 있어 췌장관과 담도관까지 함께 절제해야 했다. 이희주 교수는 "휘플 수술은 담도와 췌장, 십이지장을 절제한 뒤 남은 장기들을 소장에 각각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라며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각도로 접근할 수 있고 정교한 문합이 가능한 로봇수술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은 확대된 3차원 영상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수술기구를 활용해 좁고 깊은 부위에서도 정밀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술 자체의 난도가 높은 만큼 의료진의 숙련도와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수술법 선택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23일 "췌장암과 십이지장암뿐 아니라 희귀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서도 고난도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술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도 앓았던 ‘신경내분비종양’⋯부산백병원, 고난도 로봇수술 성공
이희주 교수팀이 곧 퇴원할 환자 회복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부산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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