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이나 손발이 갑자기 붓고 심한 복통까지 반복되는 희귀질환이 있다. 목 안쪽까지 부으면 숨쉬기 어려워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런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약을 먹는 환자들이 캡슐 대신 작은 알갱이 형태의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바이오크리스트 파마슈티컬스는 유전성 혈관부종(HAE) 예방약 '오라데요(Orladeyo·성분명 베로트랄스타트)'의 150mg 과립 제형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대상은 12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이다.
캡슐 대신 작은 알갱이⋯음식에 뿌려 먹어도 돼
오라데요는 유전성 혈관부종 발작을 예방하는 먹는 약이다. FDA는 2020년 12월 12세 이상 환자에게 캡슐 제형을 처음 승인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11세 어린이도 과립 형태로 복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에는 12세 이상으로 과립 사용 대상을 넓혔다. 캡슐을 삼키기 어렵거나 알약 복용을 꺼리는 환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과립을 먹던 환자도 12세가 된 뒤 같은 형태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과립은 작은 알갱이 형태다. 입에 직접 넣고 물이나 우유와 함께 삼키거나, 부드럽고 신맛이 없는 음식에 뿌려 먹을 수 있다. 푸딩이나 으깬 감자 등이 적합하다. 반면 요구르트처럼 산성이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알갱이의 코팅이 녹아 쓴맛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에 뿌렸다면 바로 먹고, 알갱이를 씹거나 부수지 않아야 한다. 정해진 용법에 따라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이번 승인은 새로운 성분을 개발하거나 치료 효과가 더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FDA는 과립의 안전성과 환자가 약을 견디는 정도, 제조·품질 자료 등을 검토해 사용 대상을 확대했다.
부종 일으키는 물질 억제⋯기존 임상서 발작 44.2% 감소
유전성 혈관부종은 피부와 점막 아래 조직이 반복해서 붓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일반적인 알레르기와는 발생 원리가 다르다.
주요 원인은 '브래디키닌'이라는 물질의 과도한 작용이다. 브래디키닌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혈관 밖으로 체액이 빠져나가면서 피부나 점막 아래가 붓는다.
오라데요는 브래디키닌 생성에 관여하는 '혈장 칼리크레인'이라는 효소를 억제한다. 이를 통해 부종 발작을 예방한다.
치료 효과는 기존 캡슐 임상시험에서 확인했다. 12세 이상 환자 120명이 참여한 3상 시험에서 오라데요 150mg을 하루 한 번 복용한 환자의 부종 발작은 28일당 평균 1.31회였다. 가짜 약을 먹은 위약군은 2.35회였다. 오라데요 복용군의 발작 횟수가 44.2% 적었다.
시험은 24주 동안 진행했다. 이 수치는 기존 캡슐의 효과로, 이번에 승인된 과립 제형에서 새롭게 얻은 임상 결과는 아니다.
갑자기 목 붓는 응급상황엔 사용 못 해
오라데요는 부종 발작을 미리 막는 예방약이다. 이미 시작된 급성 발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특히 혀나 목 안쪽이 갑자기 붓고 숨쉬기 어려워지면 즉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약을 먹고 있더라도 급성 발작에 대비한 치료제를 별도로 준비해야 할 수 있다.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복통과 구토, 설사, 허리 통증, 위식도역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권장량을 초과하면 심장의 전기신호에 이상이 생겨 부정맥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발작이 일어났다고 약을 임의로 추가 복용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