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궁내막증 환자 10명 중 8명은 편두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네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이런 연관성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도 조사됐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연구팀은 20일(현지시간) 미국신경학협회(ANA) 연례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자궁내막증과 편두통을 다룬 기존 연구 35개를 메타분석한 결과다.
자궁내막증 환자, 편두통 가능성 2.3배 높아져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밖의 다른 부위에 증식하는 병이다. 주로 난소, 난관, 골반 복막 등에 위치해 생리 주기마다 심한 통증과 출혈을 유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환자 역시 2019년 5만6868명에서 2024년 9만4473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은 미국 여성 약 20만8000명과 건강한 대조군 1300만 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궁내막증 환자는 대조군 여성에 비해 편두통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2.3배 높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연구 방법에 따라 편두통 유병률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환자를 직접 면담해 증상을 살핀 임상 연구에서는 자궁내막증 환자의 최대 78%에서 편두통이 확인됐다. 반면 장기간 보험청구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 유병률은 18~43%였다.
1년치 단순 진료·청구 기록만 활용한 연구에서는 두 질환이 함께 기록된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편두통과 자궁내막증의 연관성을 감안하면 편두통은 자궁내막증의 질환 포착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단기 의료기록으론 실제 동반 사례를 최대 90%나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편두통·자궁내막증, 통증 유발 원인 비슷할 수도
연구팀은 편두통과 자궁내막증이 통증을 일으키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봤다. 이때 핵심 물질로 제시된 것이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다. CGRP는 신경에서 분비돼 통증 신호를 전달하고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편두통 예방이나 치료에 쓰이는 약물 중 일부는 CGRP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통증을 잠재우기도 한다.
연구팀은 CGRP가 자궁내막증에서도 통증이나 신경염증 경로를 과하게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궁내막증 병변에도 신경섬유나 염증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요하네스 W. 볼디마누엘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조교수는 발표장에서 “편두통 치료를 위한 CGRP 표적 치료제가 자궁내막증 통증에도 효과가 있을지 연구할 가치가 있다”며 “두 병을 하나의 치료제로 완화할 수 있을지 후속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디마누엘 교수는 대다수의 단기 진료 기록 연구에서 편두통과 자궁내막증의 연관성이 낮게 보고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가임기 여성들은 자궁내막증과 편두통을 별개의 질환으로 여기고 서로 다른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두 질환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증상을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