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각질까지 일어난다면 피부암일까.
피부암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병변은 겉모습은 물론 조직검사에서도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한국 연구진이 피부 병변의 위치와 주변 피부 상태까지 살펴 두 질환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박지혜 피부과 교수와 김준영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 연구팀이 피부암인 '보웬병'과 전암성 병변인 '보웬양 광선각화증'을 구별하는 진단 예측모델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일본피부과학회지(The Journal of Dermatology)》 10월호에 실렸다. 지난 8월 11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보웬병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에 암세포가 머물러 있는 피부암이다.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침범하지 않은 '제자리암'에 해당한다.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주로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으며, 피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전암성 병변이다.
두 질환 모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각질이 일어날 수 있다. 조직을 떼어 현미경으로 살펴봐도 세포 변화가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진단에 따라 치료 방향은 달라진다. 보웬병은 병변의 특성에 따라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냉동치료나 바르는 약을 주로 사용한다. 다만 보웬병도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연구팀은 두 질환을 더 정확하게 구별하기 위해 조직검사 결과뿐 아니라 피부에 나타나는 특징에도 주목했다.
먼저 2018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단받은 환자 253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보웬병 환자는 152명, 보웬양 광선각화증 환자는 101명이었다.
두 질환은 병변이 생긴 위치부터 달랐다. 보웬양 광선각화증 환자의 90.1%는 얼굴이나 두피처럼 햇빛에 자주 노출되는 부위에 병변이 생겼다. 반면 보웬병 환자는 36.2%에 그쳤다.
세포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조직검사에서 표피 3㎜ 너비를 기준으로 비정형 세포를 세어보니 보웬병은 평균 13.68개,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5.51개였다. 비정형 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모양이나 크기가 불규칙한 세포를 말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병변이 생긴 위치와 주변 피부 상태, 자외선에 따른 조직 변화, 비정형 세포 수 등을 종합해 두 질환을 구별하는 방식이다.
이어 경북대병원 환자 207명의 자료로 모델의 정확도를 검증했다. 그 결과 207명 중 197명의 질환을 올바르게 구분해 정확도 95.17%를 기록했다. 모델을 개발한 병원과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높은 감별 성능을 보인 셈이다.

박지혜 교수는 "보웬병과 보웬양 광선각화증은 서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치료 접근에는 차이가 있어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며 "피부 병변의 임상 정보와 조직검사 정보를 함께 활용하면 두 질환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미 두 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과거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모든 피부암을 95% 정확도로 찾아낸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팀은 다른 인종과 지역의 환자를 대상으로도 모델의 정확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