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이 휴·폐업을 한 상황에서 미리 진료비를 납부한 환자들이 돈을 돌려받거나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측에서 미리 휴·폐업 내용을 알려야 하는 입원환자와 다르게 외래환자에게는 폐업 사실을 직접 고지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갑)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의료기관 휴·폐업과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상담은 총 1157건으로 집계됐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피부과 487건(42.1%), 치과 300건(25.9%), 성형외과 58건(5%), 한의원 33건(2.9%) 순이었다. 기타 진료과목에서는 162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가장 흔한 상담 신청 이유는 ‘계약 관련’이었다. 의료기관이 이미 납부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548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위약금 납부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184건으로 집계됐다.
서 의원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휴·폐업 신고는 관할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접수하도록 돼 있다. 의료기관은 신고예정일 14일 전까지 원내의 잘 보이는 곳과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게시해야 한다. 안내문에는 휴·폐업 예정일과 함께 진료기록 이관·보관, 진료비 정산·반환 방법 등을 담는다.
의료기관 측에는 입원환자에게 신고예정일 30일 전까지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내용을 알리고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방법 등을 안내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입원하지 않고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은 후 귀가하는 ‘외래환자’에게는 직접 통지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병원 내부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안내문이 사실상 유일한 창구다.
몇 주나 몇 달 간격으로 내원하는 장기치료 환자나 진료비를 선납한 환자는 휴·폐업 사실을 제때 알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피부과와 치과는 진료과목 특성상 여러 차례에 걸쳐 치료가 이뤄지고 진료비를 미리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서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피부과와 치과가 전체 상담 접수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약 68%였다.
이 상황에서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 환자는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치료가 중단된다. 휴·폐업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진료기록을 이관하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는 것도 어려워진다.
서영석 의원은 “의료기관의 휴·폐업이 단순한 영업 종료에 그치지 않고, 이미 낸 진료비를 돌려받지 못하거나 남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문을 닫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과 권익이 걸린 문제”라며 “휴·폐업 사실을 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환자가 실제로 진료비를 돌려받고 필요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정비해 환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