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먹는 음식에 따라 뇌가 늙는 속도도 달라질까. 채소와 베리류, 생선 등을 강조하는 ‘마인드(MIND) 식단’을 충실하게 따른 사람들에게서 뇌 조직이 더 천천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회백질 감소 속도의 차이를 나이로 환산하면 뇌 노화가 약 2.5년 늦어진 수준이었다.
중국 저장대 의대 공중보건대학원과 미국 하버드대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소속 천후이·위안창정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중·노년층의 식습관과 장기간의 뇌 구조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에 발표됐다.
마인드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과 혈압 관리를 위한 대시(DASH) 식단을 결합한 것이다. 녹색 잎채소와 다른 채소, 베리류, 견과류, 통곡물, 생선, 콩류, 올리브유, 가금류 위주로 구성되고, 버터와 마가린, 치즈, 붉은 고기, 페이스트리와 단 음식, 튀긴 패스트푸드는 제한된다. 기존 연구에서는 인지 건강과의 관련성이 보고됐지만, 노화에 따른 뇌 구조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국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의 자녀 세대 코호트에 참여한 1647명을 분석했다. 연구 시작 당시 평균 나이는 60세였으며, 첫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뇌졸중이나 치매의 증거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1991~2001년 건강검진 때 수집한 식품섭취빈도 설문으로 식습관을 평가하고, 1999~2019년 최소 두 차례 촬영한 뇌 MRI로 구조 변화를 살폈다. 추적 기간의 중앙값은 12.3년이었다. 마인드 식단 점수는 15점 만점으로, 참가자들의 평균은 7점에 조금 못 미쳤다.
추적 기간 동안 참가자 전반에서 전체 뇌와 회백질, 백질, 해마의 부피가 줄어드는 등 노화에 따른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마인드 식단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회백질이 더 느리게 감소했다. 점수가 3점 높을 때마다 연간 회백질 부피 감소량은 0.279㎤ 적었다.
이는 노화에 따른 감소가 약 20% 적은 것으로, 연구진은 뇌 노화가 약 2.5년 늦어진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회백질은 기억과 학습, 의사결정, 정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조직이다.
뇌실의 확장 속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뇌실은 뇌척수액으로 채워진 공간으로, 뇌 조직이 위축되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마인드 식단 점수가 3점 높을 때마다 측뇌실 부피의 연간 증가량은 0.071㎤ 적었다.
노화에 따른 확장이 약 8% 적은 것으로, 약 1년의 뇌 노화 지연에 해당했다. 이 수치는 뇌 구조 변화의 차이를 나이로 환산한 값이며, 실제 뇌가 그만큼 젊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식품별로는 베리류 섭취량이 많을수록 뇌실이 더 천천히 확장됐다. 가금류 섭취는 더 느린 뇌실 확장과 회백질 감소에 관련이 있었다. 반대로 단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더 빠른 뇌실 확장과 더 큰 해마 위축에 관련이 있었고, 튀긴 패스트푸드 섭취도 해마 부피가 더 크게 줄어드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베리류의 항산화 성분과 가금류의 양질의 단백질이 산화 스트레스와 신경세포 손상을 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도 있었다. 통곡물 섭취량이 많을수록 회백질과 해마 부피가 더 빠르게 줄고 뇌실도 더 빠르게 확장됐다. 반면 제한 식품인 치즈는 섭취량이 많을수록 회백질과 해마 부피가 더 천천히 줄고, 뇌실 확장과 백질 고신호 병변도 적었다. 백질 고신호 병변은 MRI에서 밝게 보이는 부위로, 조직 손상을 나타낼 수 있다.
마인드 식단과 더 느린 뇌 구조 변화의 관련성은 여러 추가 분석에서도 유지됐다. 나이가 많거나 신체활동이 활발한 사람,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닌 사람에게서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뇌 건강에 좋은 식단을 다른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실천하는 것이 신경퇴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여서 마인드 식단이 뇌 위축을 직접 늦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식단 준수도가 높은 사람들은 흡연과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의 비율도 낮았다. 식사 내용을 기억해 응답하는 설문 방식의 한계가 있고, 첫 MRI 검사 당시의 경도인지장애나 이후 식단 변화, 유전적 위험 요인의 영향도 배제하지 못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점도 결과를 다른 인구집단에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에도 이번 결과가 뇌 건강을 위한 식사 방식으로서 마인드 식단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