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를 끊어보는 게 어떨까요?”
의사가 환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왜 금연하지 못하는지, 과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까지 상담하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큼 중요한 예방에는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에서 환자 한 명당 통상 10분의 진료시간은 예방의료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3분 진료’라는 말과 함께 빠른 진료가 일상화된 한국의 의료현장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영국 가정의 4명 중 3명 “시간 부족”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왕립일반의학회(RCGP)가 가정의(GP) 2316명을 조사한 결과 75%가 환자에게 충분한 예방의료를 제공하기에는 진료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진료시간 부족으로 밀려나는 것은 단순한 건강상담만이 아니었다. 금연과 체중 감량,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 상담은 물론 예방접종을 권하거나 복용 중인 약을 점검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토리아 초르치우 브라운 RCGP 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환자가 몰리는 진료현장에서는 당장 시급한 문제부터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증상을 확인하고 검사나 치료를 결정하다 보면 환자의 생활 전반을 살피고 장기적인 건강관리 방법을 상담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가디언은 금연 상담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금연 의사가 있는지, 과거 왜 실패했는지, 어떤 치료나 지원이 필요한지까지 파악하려면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건강 조언, 환자는 여전히 의사를 가장 신뢰
짧은 진료 시간에도 환자들이 건강관리에 대한 조언을 가장 신뢰하는 상대는 여전히 의사였다.
RCGP가 영국 성인 2000명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을 신뢰하는 대상으로 가정의를 꼽은 사람이 64%로 가장 많았고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웹사이트가 51%로 뒤를 이었다. 약사 38%, 가족·친구 22% 순이었고 AI 챗봇은 7%,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5%에 그쳤다.
영국 보건 싱크탱크 킹스펀드는 진료 부담 때문에 의사들이 예방적 개입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NHS의 장기적인 정책 방향으로 ‘질병에서 예방으로(from sickness to prevention)’의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 RCGP는 이를 실현하려면 가정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의사가 환자 한 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여전한 ‘3분 진료’ 고민
짧은 진료시간을 둘러싼 고민은 일명 ‘3분 진료’라 불리는 한국의 의료 현장도 다르지 않다. 다만 국내 외래진료가 실제 평균 3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시행된 ‘2025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서 외래환자가 응답한 평균 진료시간은 9분이었다. 조사 대상 1만4922명 가운데 외래환자의 70.2%는 실제 진료시간이 4~10분이었다고 답했다.
짧은 진료가 의료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국내 연구도 나왔다. 올해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 일반인 2023명과 젊은 의사 324명에게 상급종합병원 암 환자의 진료시간을 3분, 5분, 10분, 15분으로 달리해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진료시간이 길수록 충분한 정보 제공과 설명, 환자의 의사결정 참여, 의사에 대한 신뢰, 불안 감소 등 대부분 항목의 평가가 높아졌다.
연구진은 "한국에서 중증질환 외래진료의 제한된 시간이 의료의 질을 둘러싼 우려로 지적돼 왔으며 이를 흔히 ‘3분 진료’라고 부른다"고 설명한 뒤 "3분이 실제 암 환자 초진의 평균 진료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