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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매체 더 미러에 따르면 워릭 스미스(67)는 몇 달 동안 말할 때 불편한 증상을 겪었다.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 워릭은 병원을 여러 번 찾았다. 의료진들은 단순 후두염이라고 진단했다. 워릭은 “의사는 후두염인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워릭의 상태는 악화했다. 그는 “몇 달이 지났는데 증상이 계속될 순 없다”며 “2년 전에 형이 인후두암으로 사망했기에 걱정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약 1년간 증상이 지속되자 결국 그는 의료진에게 조직검사를 요청했다.
검사 결과 워릭은 후두암 4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암을 방치해야만 했던 워릭의 건강은 심각한 상태였다. 수술을 하더라도 목소리를 잃을 위험이 컸고, 수술하지 않으면 최대 6개월 생존할 수 있다는 상황이었다. 워릭은 “진단 당시 가장 먼저 형이 떠올랐다”며 “잘못 진단을 내린 병원에게는 굉장히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결국 워릭은 후두절제술(laryngectomy)을 통해 암을 제거했다. 이 수술 탓에 워릭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잃게 됐다. 수술 후 워릭은 목소리를 다시 낼 수 있도록 재활치료 등으로 연습했다. 매주 항암치료와 6주에 걸친 방사선치료도 받았다. 그는 “토끼처럼 소리를 내곤 했기에 침묵하면서 사는 게 너무 답답했다”며 “사람들에게 말을 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등으로 글을 적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워릭은 5년 생존율이 40%라는 판정을 받았다. 5년 생존율은 암 환자가 치료 시작 5년 안에 해당 암으로 사망하지 않을 확률이다. 5년 생존율이 높을수록 암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현재 워릭은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후두암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단체의 모금활동 등을 진행 중이다.
목소리 내는 후두에 생긴 암, 큰 위험요인은 흡연
워릭이 앓던 후두암은 발성기관인 후두에 생긴 암이다. 후두는 목 가운데 만져지는 딱딱한 갑상연골을 비롯 연골로 둘러싸여 있는 기관이다.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음식물이 하기도로 내려가지 못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가 직접 후두에 닿으면 후두점막세포가 암세포로 자랄 수 있다. 음주도 후두를 자극해 암 위험을 높인다. 석면이나 먼지,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위험하다. 비타민이 부족한 식습관, 방사선, 성대에 발생하는 백반증, 각화증 등도 후두암 원인으로 꼽힌다.
쉰 목소리 2주 지속된다면 암 의심해봐야
대표 증상은 쉰 목소리다. 암이 진행되면서 성대가 마비돼 쉰 목소리와 함께 사레가 들리기도 한다.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 호흡곤란, 기침 등도 나타난다. 흡연하는 사람이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난다면 병원에서 후두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후두암 진단은 후두경 또는 후두내시경으로 후두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위 사연처럼 조직검사를 해도 후두암을 확진할 수 있다.
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 잘 발생하는 후두암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고 목소리를 내는 기능이 잘 보존된다. 우리나라 전체 후두암 환자는 1302명, 이중 남성은 1226명, 여성은 76명으로 나타났다(2023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
초기 후두암은 레이저 등으로 암을 제거할 수 있다.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후두를 제거하는 수술이 진행된다. 수술 후에는 위 사연처럼 목소리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식도로 발성하는 법을 터득하거나 인공후두기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자칫하면 목소리를 잃을 수 있는 병인 만큼 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담배와 술은 멀리해야 한다.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도록 채소와 과일 등을 자주 챙겨먹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