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필수, 응급의료 맡을, 그런 병원을...”
부산 센텀종합병원 개원한 박종호 (의)센텀의료재단 이사장
“전국 40개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문제로 나라가 큰 홍역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크고, 더 시급한 건 우리 필수의료, 응급의료, 지방의료를 어떻게 되살릴까 하는 문제죠.“
(의)센텀의료재단 박종호 이사장은 그 핵심적 해법의 하나로 ‘지방’의 ‘2차’ 병원들이 다시 제자리를 잡도록 하는 시스템 혁신을 들었다.
여기엔 지역 2차 종합병원들이 담당할 필수의료, 응급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높여 현실화하고, 난도 높은 수술을 담당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법률적 처벌 위험’(legal risk)을 낮추어주자는 것도 포함된다. 혈액 순환이 잘 돼야 몸이 건강한 것처럼 1차~2차~3차 의료전달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병원 경영을 30년 해온 그로선 지방의료 살리는 문제도 해결책이 없지 않다. 박 이사장은 부산대 의대에서 정형외과를 전공했다.
“대학 다닐 때 ‘공중보건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의료 취약지에서 한동안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죠. 최근 다시 이슈로 등장한 ‘지역 공공의사’와 비슷한 개념인 거죠. 그 덕분에 전문의 따고 4년간 경북 김천과 울산 언양에서 형편 어려운 사람들 치료했더랬습니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정말 깊이 느꼈죠.”
그런 후에야 1995년 울산에 처음으로 ‘내 병원’(울산강서병원)을 갖게 됐다. 병 잘 고치고, 실력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환자가 계속 늘어났다.
부산으로 옮겨 2002년 부산센텀병원을, 2009년 서(西)부산센텀병원을 잇따라 개원했다. 척추, 관절 전문병원들. 특히 서부산센텀은 손쪽을 집중적으로 보는 수부(手部) 전문이다.
그로부터 다시 15년이 지났다. 부산센텀병원 바로 옆에 14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둘을 묶어 지난 12월,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그 병원이 지난 9일 그랜드 오픈했다. 18개 전문과목에 477병상 규모다.
개인병원부터 477병상 종합병원까지 30년... "환자 위한 토탈케어 병원으로"
울산 시절 병원부터 시작하면 거의 30년에 걸쳐 숨이 가쁘게 달려온 세월의 땀과 고민이 여기에 농축돼 있다. 요즘 들어선 “수술도 잘 하지만, 병원 경영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도 듣는다.
사실 병원은 겉보기와 달리 실제 경영은 무척 어렵다. "다들 어렵다 하는 호텔업, 보험업보다 난도가 더 높다" 알려져 있다. 거기에 지역 문화, 지역민들과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뼈 전문으로 시작했지 않습니까? 우리 강점이 거기 있지만, 환자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다른 문제들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걸 발견했습니다. 뼈만 잘 고쳐 놓는다고, 오래 못 가는 이치인 거죠.”
그가 대학병원 다학제적 협진 시스템까지 갖춘, '종합병원'을 꿈꿔온 이유다. 하지만 처음 설계 단계부터 시작하면 병원 완공하는데 무려 5년 넘게 걸렸다.예상치 못한 난관과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 이를 피하지 않고, 더 재빠르게 헤쳐나가는 뚝심이 다시 작동했다.
그럴 때마다 병원 핵심역량이라 할 의사들 진용을 더 보강해나갔다. 부산대병원장을 역임한 박남철 병원장을 영입하고, 윤진한 의무원장(동대병원 비뇨의학과)과 이선근(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한상영(동아대병원 간내과), 박광민(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이기남(동아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등 각 전문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던 명의들로 라인업(line-up)을 짠 것.
“뇌와 심장혈관, 간담도, 중증도 외상 및 성형 등 외과 계열 진료를 더 특화해 나가려 합니다. 내과 분야도 강화해 다층적 협진이 가능하도록 하고요. 응급의료센터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지역 응급의료망을 유기적으로 구축하면 응급환자 뺑뺑이 문제도 서서히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횐자 중심에 둔 '감성치료' '디테일치료' 강조
병원 명성은 의사와 간호사들의 경험과 실력, 중증질환까지 커버할 정밀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거기에 환자를 고객만족(CS)하게 할 직원들 노력까지….
이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가능하다. 그가 평소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라"며 강조하는 ‘감성치료’, ‘디테일치료’도 이 시스템 안에서 CS 차별화 요소로 작동한다.
그런데, 박 이사장에겐 병원 핵심역량을 키워나갈 또 다른 복안이 있다. ‘첨단재생의료’다. 인구 비중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까지 60대 이상에 접어들며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현실과도 닿아있다. 그런 노령층 퇴행성 질환을 잘 관리하고, 늘어나는 암 환자들 줄기세포. 면역세포 치료 역량을 더 빨리 갖춰나가겠다는 것.
“암도, 만성질환도 이제 대부분 ‘불치병’이 아닙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또 중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죠. 사전·사후 관리와 재활, 예방 교육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건강검진센터 쪽에 투자를 많이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박남철 병원장과 함께 첨단재생의료 기반의 ‘융합의학기술원’을 세우는 방안을 가다듬고 있다. ‘건강한 뇌 항노화연구소’, (재)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등도 큰 역할을 맡는다.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는 것이 단기 목표다.
난치병 극복할 첨단재생의료에 새로운 가능성 탐구
“부산은 고령 인구가 다른 대도시보다 더 많습니다. 노년층 환자들은 대체로 여러 질병을 함께 갖고 있잖아요? 부산의 건강지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요. 그래서 우리 부산은 노인의학, 항(抗)노화, 역(逆)노화 의료를 더 빨리 증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逆)발상이다. 센텀종합병원이 취약계층 방문간호와 노인 실버건강교실 프로그램들을 마련한 것도, 지역단체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
그가 “지역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병·의원과 보건의료단체, 지자체, 언론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별 병원 노력만으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부산의료발전재단’ 설립도 조만간 깃발을 들 생각이다. 관절 수술에 천착해오던 ‘뼈 의사’의 손길이 이제 우리 의료현장의 여러 고질적 문제들을 고치고, 또 미래의 정밀의료 너머까지 뻗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