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대신 치의학 대학자 길 가게된 계기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4: Park BS, Kim GC, Back SJ, Kim ND, Kim YS, Kim SK, Jeong MH, Lim YJ, Yoo YH. Murine bone marrow-derived mast cells exhibit evidence of both apoptosis and oncosis after IL-3 deprivation. Immunol Invest, 2000;29:51-60

■박봉수 부산대 치대 구강해부학교실 교수

■학문적 의의: IL-3 의존성 비만 세포사에서 아폽토시스와 온코시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포사 연구를 시작하고 성과가 나면서 부산대 치대 박봉수 교수를 만나 공동 연구를 제안하게 된 데는 꽤 오랜 기간의 인연이 작용하였다.

박 교수는 고등학교 두 해 후배로 의·치대 연합 동창회에서 만났다. 박 교수는 치대 4학년 재학 당시 조교였던 나의 제안을 듣고 임상 치과의사 대신 해부학 교실에 남았다.

그가 남았으나, 그를 지도해야 하는 난 2년 동안 배워 놓은 게 없어서 그에게 가르쳐 줄 학문이 없었다. 우리는 그저 외로운 길을 가는, 다독이는 사이의 동료에 불과하였다.

박 교수는 군필 후 부산대 치대 구강해부학 교실을 창설하고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혼자 모든 수업을 담당하느라 해외연수 기회도 얻지 못하고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였다.

세포사 연구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자, 나는 미뤄 둔 숙제하듯 박 교수를 만나 공동 연구를 제의하였다. 박 교수는 즉시 응하였다. 이후 우리 사이는 ‘빈천지교'(貧賤之交)에서 ‘이문회우'(以文會友)가 되었다.

비만세포는 알레르기 등 주로 면역기능과 관련하여 연구되던 세포이다. 우리는 말단 조직에서 비만세포의 수가 적으면 당연히 비만세포가 매개하는 면역 이상 상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비만 세포사 연구를 합리화하였다. 본 논문이 비만 세포사에 대한 우리의 첫 연구이다.

박 교수 실험실원들이 내 실험실을 오가며 연구에 매진하였고, 이후 박 교수는 본인의 소속에 맞게 구강암 세포사로 연구를 확장하여 나갔다.  그에게 해부학 전공을 제안하여 평범한 임상 치의사 길을 막았나 싶어 미안하던 마음의 빚을 어느 정도 벗어났다.

박 교수는 후에 대학 동료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면서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원장직을 훌륭히 수행하였고, 엄청난 액수의 발전기금을 모금하였다. 나와 박 교수는 주변이 부러워하는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였다.

주변에서 함께 연구하던 동료들의 관계가 비틀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대부분 연구자의 욕심 때문이다. 자연현상을 이해하려고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하지만 모든 자연인이 가지는 보편적인 성정은 연구자들의 관계를 해친다. 경쟁심과 이기심 등이다. 나와 박 교수가 이런 성정의 지배를 받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이용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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