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으로 끝난, 김연아 ‘시한부’ 학위과정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 31: Kim YA, Kim HY, Oh YJ, Kwon WY, Lee MH, Bae JY, Woo MS, Kim JM, Yoo YH. Polychlorinated biphenyl 138 exposure-mediated lipid droplet enlargement endows adipocytes with resistance to TNF-α-induced cell death. Toxicol Lett. 2018;292:55-62.

■사람: 김연아(박사과정)
■학문적 의의: POPs에 의한 지방 세포사에서 survivin의 역할 규명

마취과 전문의 김연아가 내 방을 찾았다. 당시 그는 창원경상국립대병원 마취과에서 봉직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박사학위 과정을 밟기 원하였다. 허락된 시간은 2년 조금 더 되었다.

2년은 박사학위 논문 실험에는 부족한 기간이다. 게다가 특정 학생에게 너무 짧은 기간에 학위를 부여하면 실험실에서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학원생들은 너나없이 일찍 학위과정을 마치고 싶어한다. 나는 박사학위 수여에 필요한 최소 과정을 3년으로 정해두고 이 원칙을 지켜왔다.

김연아를 받아들이면 이 원칙을 깨야 한다. 나는 선뜻 답을 주지 못하였다. 그런데 “실험 연구의 꿈을 오랫동안 품고 지냈다”고 말하는 얼굴에서 간절함이 읽어졌다.

나는 2년 동안 실험하고 후에 1년 동안은 실험실 외에서 논문을 작성하기로 하고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을 허락하였다. 실험 목표를 달성하여야만 학위 수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거듭 주지시켰다.

마침 POPs 관련 연구에 매진하던 나는 김연아의 박사과정 연구 주제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에 의한 지방세포사를 제안하였다. POPs가 축적되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지방세포의 생리적인 소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 연구 목표였다.

연구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되었다는 점은 그에겐 힘든 조건이었다. ‘시한부 생명’이란 얘기는 흔히 듣지만, ‘시한부 학위과정’은 전에 겪지 못하였던 도전이었다.

열심히 연구하고 자료를 얻었지만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니 조급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보니 많이 긴장하였고 꽤 날카로워졌다. 그렇다고 실험이 잘 흘러가지는 않았다.

직장과 학교 오가며 주말에도 실험 계속

실험실을 떠나는 시점에 김연아는 원하던 자료를 다 얻지 못하였다. 원래 계획대로 모든 실험을 마쳤다면 나머지 기간에 논문 작성을 할 수 있었겠지만, 계획은 수포가 되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에 임용된 김연아는 경남 창원과 동아대(부산시 서구) 사이에 방을 얻어 지내며 밤과 주말엔 실험실을 찾아 보강 실험을 계속하였다. 이 과정이 너무 어려워 김연아는 학위 제출을 늦추거나 포기하려는 조짐을 보였다.

김연아. [사진=유영현 제공]
나는 권유하고, 격려하고, 강권하였다. 꿈의 마지막 순간이 흔들릴 때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였다면, 이 이야기는 ‘새드 스토리’(sad story)로 마감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마침내 POPs가 축적된 지방세포에서 세포사를 막는 몇 분자들을 발견하고 이들이 세포사를 막아내는 기작을 찾아내어 박사학위를 청구하게 된다. 2년 시한부 박사학위 과정의 결과는 ‘해피 엔딩’(happy ending)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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