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보충제는 돈 낭비에 불과하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과도하게 높이 설정된 비타민D 결핍 기준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이 쓸데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 코메디닷컴 2024.02.08 “국민 90%가 ‘비타민D’ 결핍! 무엇이 문제일까?”)
(* 코메디닷컴 2024.02.01. “한국인 결핍 영양소 1위는 무엇일까?”

2011년, 미국 연방정부에 의학 자문을 하는 가장 권위 있는 학술단체인 미국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에서 비타민D 12ng/mL 이하를 ‘결핍’이라 하였다 [1].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20ng/mL, 심지어 30ng/mL 이하를 결핍이라 진단하고 고용량 비타민D 주사 또는 약을 처방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생겼을까?

‘질병 장사'(Disease mongering)라는 말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의료담당 편집장 린 페이어(Lynn Payer)가 1992년 출간한 책 제목이 ‘질병장사꾼들'(Disease-Mongers: How doctors, drug companies and insurers are making you feel sick)이었다.

제목에 나와 있듯이 질병 장사란 정상인을 환자로 만들어 약을 팔아 제약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통상적으로 가벼운 병이거나,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겨온 증상들을 ‘의학적인 질병’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질병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 [2].

왜 그럴까? 환자만을 대상으로 약을 파는 것은 수요가 한정되어 있으나, 정상인에게도 약을 팔 수 있다면 더 많은 매출량과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 이득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단지 조금 불편한 것쯤으로 받아들이던 증상들을 이제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 설득하고, 쇼닥터(Show doctor)들과 과장 광고 및 허위광고로 약을 먹게 만든다. [3].

제약회사들의 ‘질병 장사’…정상인도 비타민D 먹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설마 그럴까? 누구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의약품을 발견하여 질병 치료 실적을 향상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 산업화’가 계속되면서 공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이 더 앞서게 되었고, 그 대목에서 ‘질병 장사’는 아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제약회사의 CEO는 이익을 남겨 주주들에게 보고할 의무는 있지만, 시민들 건강을 증진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이 사회병리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2005년 호주 본드대 레이 모이니한(Ray Moynihan) 교수는 좀 더 구체적인 질병 장사의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병을 팔다(Selling Sickness: how the world’s biggest pharmaceutical companies are turning us all into patients)’를 출간하여 전 세계에 그 위험성을 알렸다.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여성 폐경(menopause), 골다공증(osteoporosis) 등이 대표적인 질병 장사의 한 부류다.

오늘날, 이런 현상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다행히 ‘질병 장사’로 인한 위협을 인지하고 이에 저항하는 의사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4,5,6,7].

의료란 무엇인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의사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지 않는 의료행위는 장사에 불과하다.

환자를 돕기 위한 치료는 좋은 것이다. 환자는 치료를 통해 호전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 ‘환자’라는 딱지를 붙이면 사람들은 불안해지고, 의미 없는 약물에 의지하게 되고, 결국 약물 부작용에 노출된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질병 장사의 의미를 깨달아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바란다.

한번 설정된 기준을 바꾸기는 힘들다

현재 서양에서는 비타민D 부족의 기준점을 낮추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대부분 의료 기관에서는 옛날 기준인 30ng/ml을 결핍의 기준점으로 잡고, 30ng/ml 이하인 경우 보충제를 권하고 있다.

그래서 피 검사를 하면 10명 중 8~9명이 당연히 결핍으로 진단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보충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매일 약을 먹거나 3개월에 한 번씩 비싼 주사를 맞아가며 수치를 올리는데 몰두한다.

그럼, 비타민D 수치는 높을수록 좋은 것일까? 하지만 비타민D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다.

뼈 건강을 위해 고농도의 비타민D 보충제를 먹지만, 골밀도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8], 중년 이상 성인의 골절 빈도를 줄이지도 못했고 [9]. 고령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고관절 골절 빈도도 줄이지 못했다 [10].

고령자의 근손실 예방과 근력보존에 비타민D가 효과 있다는[11] 일부 주장과는 달리, 70세 이상에서 고농도의 비타민D 복용 시 낙상 위험이 오히려 증가했다 [12].  2020년 하버드 의대에서 2만5천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비타민D 복용은 낙상을 줄이지 못했고, 골절 예방 효과도 없었다 [13].

비타민D 보충제와 함께 칼슘 복용 시 신장결석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있다 [14]. 2021년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에서도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타민D 검사는 근거가 불충분하며, 비타민D 보충제도 골절 등 여러 질병 예방에 효과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발표했다 [15,16].

수십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드디어 2022년,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자료를 취합하여 세계 최고의 의학저널 ‘NEJM’에서 편집자 사설을 통해 비타민D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다음과 같은 최종 판결(verdict)을 내렸다 [17].

“비타민D 보충제는 나이, 성별, 인종, 체질량지수에 상관없이 골절 예방 효과는 없다. 그 외 암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한다는 근거도 부족하다. 햇빛을 거의 볼 수 없는 특수한 환경이거나 흡수 장애 또는 골다공증 약물로 인한 저칼슘혈증 치료 목적 외 비타민D 보충제는 불필요하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무증상 성인에게 비타민D 검사나 보충제를 권하지 말라.”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 받은 후 “약을 먹을까, 주사를 맞을까” 고민하던 필자는 어떻게 했을까?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도 잘 뛰어다니고 때때로 햇볕을 쬐면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1. 무증상 건강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비타민D 농도를 검사하거나, 보충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을 필요는 없다.
2. 현재 의료 기관에서 기준으로 제시하는 비타민D 결핍 수치는 과장되어 있다.
3. ‘Disease mongering’(질병 장사)에 주의하라.

그래서 그 옛날 라틴어에도 이런 격언이 있었나 보다. “Caveat Emptor” (Buyers Beware, 구매자여 조심하라).

P.S. 비타민D 부족을 걱정하시는 분은 일주일에 3~4번,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 약 10분간만 얼굴과 팔에 햇빛을 쬐면 충분한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18]. 실내에서 창문으로 햇빛 쬐기는 자외선B가 유리창을 통과 못 하기에 비타민D 합성에 도움이 안 된다. 체내에서 생성된 비타민D는 약이나 음식으로 먹은 비타민D보다 훨씬 효과도 좋고, 최소 2배 이상 더 오래 몸속에서 작용한다 [19]. 비타민D 부족, 더는 두려워 말자.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Institute of Medicine. Dietary reference intakes: calcium and vitamin D.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2011.
2. R Moynihan, I Heath, D Henry D. Selling sickness: The pharmaceutical industry and disease-mongering. BMJ 2002;324:886-891.
3. R Moynihan, E Doran, D Henry. Disease mongering is now part of the global health debate. PLoS Medicine 2008;5(5):e106.
4. R Moynihan, D Henry. The fight against disease mongering: Generating knowledge for action. PLoS Med 2006;3(4):e191.
5. CK Cassel, JA Guest. Choosing wisely: helping physicians and patients make smart decisions about their care. JAMA 2012;307:1801-1802.
6. L Tiefer, K Witczak, I Heath. A call to challenge the “Selling of Sickness”. BMJ 2013;346:f2809.
7. P Frappé, DM Haller, A Roméas, et al. Avoiding disease mongering: a checklist for vascular physicians and researchers. Thrombosis Research 2019;181:120-123.
8. LA Burt, EO Billington, MS Rose, et al. Effect of high-dose vitamin D supplementation on volumetric bone density and bone strength: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9;322:736-745.
9. MS LeBoff, SH Chou, KA Ratliff. Supplemental vitamin D and incident fractures in midlife and older adults. N Engl J Med 2022;387:299-309.
10. DJ Morgan, SS Dhruva, ER Coon et al. 2018 update on medical overuse. JAMA Intern Med 2019;179(2):240-246.
11. HA Bischoff-Ferrari, M Borchers, F Gudat, et al. Vitamin D receptor expression in human muscle tissue decreases with age. J Bone Miner Res.2004;19(2):265-269.
12. HA Bischoff-Ferrari, B Dawson-Hughes, EJ Orav, et al. Monthly high-dose vitamin D treatment for the prevention of functional decline: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Intern Med. 2016;176(2):175-183.
13. LeBoff MS, Murata EM, Cook NR, et al. Vitamin D and OmegA-3 TriaL (VITAL): effects of vitamin D supplements on risk of falls in the US population. J Clin Endocrinol Metab 2020;105:2929-38.
14. RD Jackson, AZ LaCroix, M Gass, et al. Calcium plus vitamin D supplementation and the risk of fractures. N Engl J Med. 2006;354(7):669-683.
15. AH Krist. Screening for Vitamin D Deficiency in Adults.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Recommendation Statement. JAMA 2021;325(14):1436-1442.
16. DC Grossman, SJ Curry, DK Owens, et al. Vitamin D, calcium, or combined supplementation for primary prevention of fractures in community-dwelling adults: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Recommendation Statement. JAMA 2018;319(15):1592-1599.
17. SR Cummings, C Rosen. VITAL Findings – A Decisive Verdict on Vitamin D Supplementation. N Engl J Med 2022;387:368-370.
18. AJ Samanek, EJ Croager, P Gies, et al. Estimates of beneficial and harmful sun exposure times during the year for major Australian population centres. Med J Aust 2006;184(7):338-341.
19. JG Haddad, LY Matsuoka, BW Hollis, et al. Human plasma transport of vitamin D after its endogenous synthesis. J Clin Invest 1993;91:2552–5.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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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2-20 09:15:19

      아주좋은 건강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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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yo*** 2024-02-15 09:48:15

      건강검진에서 비타민D결핍이라고 나오면 먹어도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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