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일으키는 안질환 쓰나미 몰려오는데…”
이종수 대한안과학회 이사장 인터뷰
“2년 후엔 우리나라도 65세 이상이 국민 전체의 20%를 넘는 '초(超)고령사회'가 되잖아요? 그러면 다른 질병도 많아지지만,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환자도 빠르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자기한테 그런 병이 생겼는지 모르는 이가 태반이에요.”
이종수 부산대병원 교수. 대한안과학회 제22대 이사장이다. 대한안과학회 76년 역사상 부산대에서 이사장이 나온 것은 그가 처음이다.
실명할 수 있는 병이 있는 줄 모르는 이가 태반이 넘는다? 의외였다.
“질환 인지율이란 게 있습니다.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질환을 알고 있는지 질문했을 경우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죠. 지난 2012년 조사해보니 황반변성은 3.5%, 녹내장은 25.8%만 알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게 무슨 얘길까요?”
그는 “이런 질환들은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을 스스로 인식했을 때에는 질환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했을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 심각성을 모르고 지나가기에 십상이란 얘기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황반변성 발생률은 이미 13.4%, 당뇨망막병증은 무려 19.6%나 됐다. 낫지 않으니 평생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녹내장도 3.4%나 됐다. 이들을 합하면 36%가 넘는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노령인구가 늘수록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이런 병들은 고령화나 식습관 등으로 생기는 변화들이니 그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조기에 발견해 병의 진행을 늦추게 하는 게 최선인 거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주기적인 '안저검사'를 권했다. “가장 가성비 높은 방법”이라고도 했다.
안저(Fundus, 眼底)는 카메라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 시신경, 망막혈관 등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안저검사는 자신의 망막, 신경과 혈관 상태를 두루 확인해볼 수 있는 검사다.
“안과에 가보면 안저카메라로 1초 정도면 끝납니다. 사진 한 장으로 이런 질병 세 가지를 모두 찾아낼 수 있어요. 편리하고, 또 안전하죠. 전국의 웬만한 안과 의원은 모두 이 검사가 가능해요.”
녹내장 실명으로 사회적 손실 3조원..."안저검사만 받아도 예방 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녹내장 실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손실'을 2조 9997억 원으로 추산했다. 거의 3조 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보니 고혈압은 3조 8000여억 원, 당뇨병은 3조 1000여억 원이 나왔다. 녹내장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큰 질환이란 의미다.
물론 대학병원 건강검진이나 개인적으로 돈을 내고 받는 사설 건강검진엔 대부분 안저검사가 들어있다. 검진비에 약 2만 원 정도만 추가하면 된다.
모든 국민이 받는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항목엔 이 검사가 들어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건강보험 보험단가로 환산하면 8540원밖에 들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 26.5%는 평생 한 번도 이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 전체로 보면 1/4이 넘죠. '의료 형평성'이 깨지고, 상당한 '의료격차'가 있는 셈입니다.”
이미 노인인구비율 20%를 넘어선 부산에 사는 그에겐 이런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데, 아직 어설픈 방파제 하나 없이 그 거센 파도에 맞서려 하고 있어서다.
“이들 3대 안과 질환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 개인의 삶에 너무 큰 타격을 줍니다.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 손실도 너무 크고요. 누구라도 40대부터는, 아니 늦어도 50대부터는 대비해야 한다고 늘 얘기 하고 있지만…”
대한안과학회는 매년 '눈의 날'(매년 10월 두 번째 목요일) 전후해 안질환의 위험성을 알리려 애써왔다. 내버려 두면 어떤 상황이 오리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관리만 잘 하면 80% 이상이 실명까진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예방의 출발은 자기 눈 상태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국민 눈 건강을 위협하는 '사각지대'(死角地帶)를 앞에 두고 그의 고민이 적지 않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