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어블, ‘미아 없는 세상’ 도전은 계속된다

[스타트업 워치] 문석민 리니어블 대표

2014년 해외 크라우딩 펀드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약 4만 달러 모금 성공. 국내 크라우딩 펀드 플랫폼 와디즈에서 약 2만 달러 모금 성공. 본엔젤스 등 국내 벤처 캐피탈로부터 총 15억 원 투자 유치. 2015년 미아 방지 밴드 리니어블 개발 및 시판. 2017년 국제 아동 구호 기구 유니세프의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웨어러블 포 굿 챌린지(Wearables for GOOD Challenge) 최종 선정.

급기야 올해(2018년) 미국 IT 기업 샘테크로부터 200만 달러(약 21억 원) 투자 유치. 인도, 유럽의 주요 통신사와 협업 추진 및 스마트 워치 공급 계약. 2014년 창업한 스타트업 리니어블이 쌓아온 눈부신 성과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온 스타트업. 그런데 문석민 리니어블 대표는 만나자마자 이렇게 고백했다.

“리니어블은 실패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에 미국 기업으로부터 2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한데다, 하반기부터 인도의 통신 대기업 타타커뮤니케이션 등을 비롯한 인도, 유럽의 주요 통신사에 스마트 워치를 공급할 예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실패했다는 것인가? 알고 보니, 리니어블은 지난해(2017년) 재창업에 준하는 심각한 진통을 겪었다.

문석민 대표는 기존 밴드로는 미아 방지라는 목표를 구현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과감히 내부 구성원에게 사업 전환(피보팅)을 선언했다. 국내외 30만 개 판매량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던 리니어블 밴드 판매를 스스로 중단하면서 회사 전체가 흔들렸다. 몇 명의 초창기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회사를 떠났다. 리니어블을 접고 다른 사업을 구상해보라는 조언도 받았다.

이런 진통 속에서도 문석민 대표는 아이,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하드웨어를 만들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스카우트 제의도 마다한 문 대표의 고집은 결국 ‘스마트 워치(주니어, 실버, 레이디)’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1년 만에 브랜드는 물론 웹사이트와 로고까지 모두 재단장했다.

리니어블이 새롭게 선보인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위한 스마트 워치 3종은 이전의 블루투스 기반 밴드와 달리 사물인터넷(IoT)망 로라(LoRa)망을 이용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로라망은 저전력으로 4㎞ 이상 통신할 수 있어 블루투스 등 기존 저전력 무선 통신 프로토콜보다 통신 범위가 훨씬 넓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올여름 새 제품 출시를 앞둔 리니어블의 문석민 대표를 서울 성수동 리니어블 본사에서 만났다.

“사업 위기에도 꾸준한 러브콜, 올해 매출 100억 원 기대”

– 올해 여름 처음 선보일 스마트 워치 3종을 소개해 달라.

“로라망 기반의 스마트 워치로 이름은 리니어블 주니어, 실버, 레이디다. 기본적으로 어린이, 노인, 여성 등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고, 보호자가 지정한 구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림이 간다. 또 위급 상황 시 이용자가 버튼 하나로 보호자에게 SOS를 요청할 수 있다. 그 외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거나 수면 패턴 등을 기록하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 시중의 키즈 워치나 스마트 워치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리니어블의 처음 문제의식은 모든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아 방지 솔루션이 없다는 점이었다. 돈이 많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돈만 있으면 경호원을 둘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가격 장벽 때문에 키즈 워치 등 미아 방지 기술이 모두에게 제공되지 못했다.

과거 리니어블 밴드를 개당 5000원으로 책정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였다. 이번에 내놓는 리니어블 워치는 약 30달러(약 3만 원) 정도로 밴드에 비해 가격이 높아졌다. 하지만 평균 20~30만 원에 월 사용료 1만 원인 다른 키즈 워치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또 리니어블 워치는 아이들에게 해로운 전자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 기존에 없던 여성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인도 타타커뮤니케이션과 협력할 때 두 가지 제안을 받았다. 하나는 인도 공장의 산업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장용 웨어러블 기기였고 다른 하나가 여성 보호용이었다.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인도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처음 타타 측이 원한 건 위험할 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SOS 버튼과 위치 추적 기능뿐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여성의 손목 동작을 인식해 범죄를 예측하는 기능을 추가로 제안했는데, 그 점을 타타 측이 높이 평가해서 일을 같이 하게 됐다. 그렇게 리니어블 주니어에 이어서 리니어블 레이디도 탄생했다.”

– 예상 매출액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는 매출이 0원이다. 올해 9월쯤 국내를 포함한 4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가 시작되는데, 지금까지 맺은 계약으로 봤을 때 올해만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인도 타타커뮤니케이션, 네덜란드 KPN, 스위스 스위스컴, 싱가포르 스타허브, 뉴질랜드 스파크, 미국 컴캐스트 등 전 세계 통신사, 방송사와 협업 중이다.”

– 피보팅 후에도 인도 통신 대기업인 타타커뮤니케이션의 러브콜을 받았고, 미국 IT 기업 샘테크의 21억 원 투자를 비롯해 전 세계 여러 통신사와 협약을 맺었다. 비결이 무엇인가?

“지난해 초 피보팅 선언한 후 초창기 멤버 몇 명 이외의 스무 명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리니어블에 투자하던 한 투자자는 진지하게 다른 아이템을 생각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니어블을 접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그간 리니어블이 쌓아온 성과 덕분에 타타커뮤니케이션처럼 마음이 맞는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 타타와의 협업이 샘테크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리니어블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유럽 통신사와 추가적인 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석민 리니어블 대표]

“쓰레기 디자인한다는 말에 시작한 미아 방지 밴드, 갈수록 부끄러움 커져”

–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은 자사 제품의 실패를 선언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리니어블 밴드 판매 중단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블루투스 기반 리니어블 밴드는 아이가 30m 이상 멀어지면 보호자에게 알람이 울린다. 그러고 나서 아이의 위치 파악은 리니어블 이용자의 망으로 이뤄진다. 리니어블 사용자가 많아져서 촘촘하게 망을 형성해야 아이의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만약 사용자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30m 밖 아이의 위치 파악은 불가능하다.

애초 예상만큼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리니어블 밴드의 효용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되었다. 2016년 말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도 리니어블 밴드의 판매를 요청하는 고객이 있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를 잃어버리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완벽한 미아 방지 솔루션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보고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 로라망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인가?

“로라망은 약 4㎞(최대 14㎞)까지 신호를 받을 수 있고, 망이 전국에 촘촘히 연결돼 있다. 리니어블에 투자한 미국 샘테크의 경우 로라망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샘테크와 협업을 맺은 각국의 통신사가 자신의 로라망을 활용한다. 국내에선 로라망을 구축한 SK텔레콤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자체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 리니어블 밴드를 접고 나서도 계속 미아 방지나 치매 노인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 미아 방지 밴드를 시작할 땐 가벼운 마음이었다. 당시에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능력 있는 디자이너가 회식 자리에서 ‘대표를 믿고 왔는데 쓰레기나 디자인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을 들었다. 충격을 받았다. 곧바로 회사를 접었다. 그러고 나서, 검토하던 여러 아이템 가운데 선택한 것이 바로 미아 방지 밴드였다.

당시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와 자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가볍게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 생각보다 잘 되고, 고객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면서 오히려 부끄러웠다. ‘너희가 하는 일이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준 외국인 고객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피보팅을 고민할 때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새로운 기회라 고민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른 아이템을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했다”

– 새롭게 선보이는 리니어블 워치의 비전은 무엇인가?

“리니어블 레이디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도의 타타 측에 위기 상황에 처한 여성의 행동 패턴을 감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제시했었다. 어린이를 위한 리니어블 주니어나 치매 노인을 위한 리니어블 실버에도 비슷한 기능을 넣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가진 후천적 자폐나 노인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

자폐 아동의 행동이나 초기 치매 노인의 행동 패턴을 리니어블 워치가 판단하도록 하면 후천적 자폐나 초기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초기 치매를 리니어블 워치를 통해서 조기에 발견하면 약 복용 등의 선제적 대응으로 치매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게 가능할 테니까. 아이의 후천적 자폐도 마찬가지고.”

– 다시 시작하는 리니어블의 미래 비전은?

“우선 리니어블 워치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큰 구상을 가지고 있다. (웃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비즈니스라는 리니어블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성공한 스타트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대해 달라.”

[사진=리니어블]

정새임 기자 j.saeim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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