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의 눈물.. 연 40조 저출산 예산은?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험관시술을 30차례나 한 결혼 8년차 난임 부부입니다. 채취와 이식을 매달 진행하다보니 평균 월 200만원의 병원비가 지출됩니다. 제발 첫째만이라도 횟수 제한 없이 건강보험 적용 부탁드립니다.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커서 아이를 포기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난임 지원에 소득기준을 두고, 횟수 제한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맞벌이라 정부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1년 동안 1500만 원은 썼네요, 현재 전세 살고 있고, 그렇게 고소득도 아닌데.. 아이 없는 삶을 생각할까 싶어요.”

지난 주(8월10일) <아이 낳고 싶어 ‘난자 동결’까지 하는데.. 현실은?> 칼럼에 달린 댓글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 난임 부부의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결코 체감할 수 없다. 차라리 난임-저출산 정책 담당자를 난임 경험자 중에서 뽑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15년간 225조원이나 들었다는 저출산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도 40조원이 넘는 예산이 저출산 ‘대책’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출산을 위해 힘든 시험관시술을 반복하는 부부들은 신체적 어려움은 물론 경제적 고통까지 짊어지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저출산 대책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임신을 피하는 사람들을 향해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형국이다. 핵심은 외면하고 주변만 맴도는 대책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난임 부부들은 “현실에 맞게 도와달라”고 하소연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벤트 식으로 도입하는 ‘1000만원’ ‘500만원’ 출산장려금보다는 먼저 ‘임신’부터 할 수 있게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난임 지원 ‘횟수제한’과 ‘선정기준’에 힘들어 한다.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인공수정, 시험관)을 보면 선정기준이 까다롭다. 먼저 난임 부부의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액수부터 따진다. 일정 금액을 넘으면 본인 부담이다. 불과 몇 천원 차이로 희비가 갈릴 수 있다. 맞벌이 부부라도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술횟수도 제한이 있다. 신선배아의 경우 최대 7회, 동결배아 최대 5회, 인공수정 최대 5회까지다. 이후부터 많게는 월 수백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부부가 힘들게 돈을 벌어 임신-출산에 쏟아 붓는 형국이나 다름없다.

시술 성공은 난임 부부가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난자채취를 하면 나이가 많은 여성은 난자가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는 경우(공난포)가 상당수다. 이 경우 시험관 횟수만 여러 번 늘어나고 지원금도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몸 관리를 아무리 잘해도 ‘난자 건강’까지 관리할 순 없다.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나이 많은 ‘임신 기대 여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분들에게 시술 횟수에 제한을 두는 것은 엄청난 심적 부담을 안기는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돈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발 난임 지원 횟수제한 좀 완화해 주세요. 첫아이만이라도 낳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난임 시술 지원 횟수가 끝나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모든 과정이 비급여 대상이다. 난자채취에 100만원 이상, 난자-정자 수정시키는데 100만원, 동결하는 것도 수십만원, 이식 때 또 백만원 단위… 원래부터 임신을 피한 것도 아니고 결혼을 늦게 한 ‘죄’밖에 없는데 돈 때문에 다시 좌절한다. 한 번, 한 번 시도할 때마다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니 오히려 그 스트레스 때문에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15년간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투입한 예산 규모는 225조 3천억 원이다. 해마다 저출산 관련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5년 저출산 대책 마련 당시 합계출산율 1.07명에서 지난해에는 0.84명까지 떨어졌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이다. 인구 자연 감소가 진행되는 국가 위기상황이다.

​저출산위원회 주장에 따르면 실제 예산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부의 ‘템플스테이’, 교육부의 ‘대학 인문 역량 강화 사업’ 등 교육이나 사회정책 예산이 저출산 예산에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예산 40조 1906억 원 가운데, 난임 지원이나 보육 지원 등 직접 지원 예산은 전체의 47.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최근 일·가정 양립 어려움, 집값 폭등, 사교육비 부담 등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요인이 많아지며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점이 있다. 따라서 예산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아이를 낳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부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직장에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현행 난임치료 휴가는 연 3일이다. 인공수정 혹은 체외수정 등 난임치료를 받기 위해 직장에 청구하는 휴가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난임 치료를 이해 못하는 일부 직장의 몇몇 사람이 문제다. 업무 공백을 우려해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직장에서도 난임치료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 내가, 내 가족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난임 부부가 경제적 고통에, 주위의 시선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해선 안 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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