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나 멜론을 먹은 직후 입술과 입안이 간질거리거나 혀가 따끔거리는 사람이 있다. 평소 꽃가루 시즌에 재채기와 콧물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이런 증상도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특정 과일이나 채소를 먹었을 때 입술이나 입안이 가려워지는 알레르기 반응을 겪기도 한다. ‘꽃가루-식품 알레르기 증후군’으로, 흔히 구강알레르기증후군(oral allergy syndrome, OAS)이라고 부른다.
구강알레르기증후군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한 내용과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 영국 알레르기 전문단체 아나필락시스 UK 등의 설명을 바탕으로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꽃가루와 닮은 식품 단백질에 면역계가 반응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면역계는 특정 꽃가루 단백질에 반응한다. 일부 과일과 채소, 견과류에도 이와 구조가 비슷한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면역계가 이를 꽃가루 단백질로 잘못 인식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교차반응’이라고 한다.
증상은 대개 생과일이나 생채소 등을 먹은 직후 나타난다. 음식이 닿은 입술이나 혀, 입천장, 목 안쪽이 가렵거나 따끔거리고, 약간 붓기도 한다. 대부분 입과 목 주변에 국한되지만, 드물게 더 심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음식에 증상이 나타나는지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자작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과나 배, 복숭아, 자두, 당근, 셀러리 등을 먹었을 때 입안이 가려울 수 있다.
가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인 돼지풀의 꽃가루는 멜론과 수박, 바나나, 오이 등과 교차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잔디류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토마토, 오렌지, 복숭아 등에 반응하기도 한다.
다만 특정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관련 식품 모두에 증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반응하는 음식과 증상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증상은 원인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에는 더 심해지기도 하지만, 해당 음식을 먹으면 계절과 관계없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 가볍지만, 드물게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도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의 증상은 대체로 입 주변에 나타나는 경미한 반응에 그친다. 원인 단백질 중 상당수가 열과 소화 과정에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다만 심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땅콩이나 견과류를 먹고 입이 가렵다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알레르기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꽃가루와 관련된 반응인지, 심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별도의 견과류 알레르기인지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유 역시 꽃가루와 교차반응을 일으켜 일부 사람에게 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은 뒤 입 주변의 증상뿐 아니라 전신 두드러기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숨쉬기 어렵거나 목이 조이고, 삼키기 힘들거나 심한 어지러움·실신 등이 나타나면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충분히 익히면 괜찮기도…견과류는 볶아도 주의
관리의 기본은 자신에게 증상을 일으키는 음식과 조리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가 되는 형태로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생으로 먹으면 증상이 있지만 충분히 익힌 뒤에는 먹을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가열 과정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익혔다고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가볍게 데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견과류는 볶은 뒤에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껍질에 원인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도 있지만, 껍질을 벗기는 것만으로 증상을 확실히 막을 수는 없다.
증상이 심해지거나 익힌 음식에도 반응하면 진료 필요
음식을 먹다가 입안이 가렵거나 붓기 시작하면 일단 섭취를 중단한다. 가벼운 증상은 입을 물로 헹군 뒤 가라앉기도 한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과 대처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목의 불편감이 심하거나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경우, 익힌 과일과 채소에도 반응하는 경우에는 알레르기 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하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면역치료로 음식 관련 증상까지 줄어든 사례도 보고됐으나, 효과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과일을 먹고 입술이나 입안이 가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구강알레르기증후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면역계가 과일 속 단백질을 구조가 비슷한 꽃가루 단백질로 잘못 인식해 가려움이나 부기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Q2. 증상을 일으키는 과일도 익히면 먹을 수 있나요?
A. 충분히 익히면 원인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열하거나 껍질을 벗겼다고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견과류는 볶은 뒤에도 반응할 수 있으며, 익힌 음식에도 증상이 생기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Q3. 구강알레르기증후군도 위험할 수 있나요?
A. 대부분 입 주변의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드물게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호흡곤란이나 목이 조이는 느낌, 심한 어지러움 등이 생기면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땅콩이나 견과류를 먹고 입이 가려운 경우에도 다른 식품알레르기와 구별하기 위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