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6일 (금)

심장충격기 잘못 심어진 72세男⋯18년이나 무탈 생존, 어떻게?

심장마비 예방용 이식형 심장충격기(ICD)의 전극선(리드), 심방 중격 구멍 탓에 우심실 대신 좌심실에 잘못 박혀/와파린 통한 철저한 항응고 요법 덕분에, 장기간 별탈 없이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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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식형 심장충격기(제세동기, ICD)의 전극선이 우심실이 아니라 좌심실로 엉뚱하게 들어갔는데도 18년이나 별탈 없이 생존한 심장병 환자의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장마비 예방을 위해 몸 안에 심은 이식형 심장충격기(제세동기, ICD)의 전극선이 당연히 들어가야 할 곳인 우심실이 아니라 좌심실로 엉뚱하게 들어갔는데도 18년이나 별탈 없이 생존한 심장병 환자의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영국 이스트 체셔 국립보건서비스(NHS) 트러스트 심장내과 연구팀에 의하면 72세의 이 환자는 심장병(심실 빈맥과 심장기능 저하)으로 18년 전 이식형 심장충격기를 몸 안에 삽입했다. 그 과정에서 심방 중격 결손(구멍) 때문에 심장충격기의 전극선(리드)이 우심실이 아니라 좌심실로 잘못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술 후 4년 뒤의 일이다. 당초 우심방으로 들어간 전극선은 심방 중격 결손 부위를 거쳐 좌심방으로 건너간 뒤 승모판을 거쳐 좌심실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정기 점검 결과 드러났다.

의료진은 전극선 주변으로 섬유화가 진행됐고 환자에게 색전증이나 감염 증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전극선을 직접 제거하는 대신 와파린을 통한 철저한 장기 항응고 요법을 유지하는 보존적 치료를 택했다. 환자는 이 치료 덕분에 18년 동안 심장충격기와 관련된 합병증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사례 연구 결과(Eighteen Years of Complication-Free Survival Following Inadvertent Left Ventricular 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ICD) Lead Placement via Atrial Septal Defect: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심장충격기의 예전 명칭은 제세동기였으나 알아듣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라 바뀌었다. 심장충격기(제세동기)에는 응급용으로 공공장소에 비치하는 자동심장충격기(AED), 갖고 다니는 휴대용 심장충격기, 몸 안에 심는 이식형 심장충격기 등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심장충격기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부정맥이 왔을 때 ‘강한 전기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막아주는 기기인 데 비해, 인공심장박동기(페이스메이커)는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뛸 때 ‘약한 전기 자극’으로 규칙적인 박동을 유도해 주는 기기다.

보건복지부 등 통계 자료를 보면 인공심장박동기와 이식형 심장충격기(제세동기) 등 심장 이식형 전자장치(CIED)를 장착한 환자는 약 1만 7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다만 이는 개별 기기별 누적 환자 수가 아니라 전체 이식형 심장 전자 장치를 포괄하는 추산치로 봐야 한다. 국내 이식형 심장충격기(ICD) 자체만 별도로 집계한 최신 단일 누적 환자 통계는 없다. 매년 이뤄지는 기기 교체 주기, 환자 고령화에 따른 사망, 신규 시술 건수 등으로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수천 명이 새로 ICD를 시술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식형 심장충격기는 심각한 심실성 부정맥(심실 빈맥, 심실 세동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지하고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 박동을 정상화한다.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는 메인 펌프 역할을 하는 곳은 좌심실과 우심실이다. 이 기기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감지하고 곧바로 전기 충격을 가해 정상 박동으로 되돌리기 위해 원래 전극선을 우심실에 정확히 안착시켜야 한다.

전극선이 우심실에 자리잡아야 심장의 이상 리듬을 정확히 감지하고 적절한 강도의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 전극선이 잘못해 좌심실로 들어가면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체순환 경로에 이물질이 노출되면서 혈전(피떡) 생성, 뇌졸중, 판막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부쩍 높아지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가 전극선을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적절한 항응고 치료를 병행하면 장기 생존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환자에게 심장 이식형 전자 장치를 시술할 때는 다양한 투영 방향의 영상 유도를 활용해 전극선의 정확한 위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심방 중격 결손이란 무엇인가요?

A1. 우심방과 좌심방을 나누는 벽에 구멍이 남아 있는 선천성 심장병입니다. 구멍의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으면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Q2. 심장충격기(제세동기)의 전극선이 좌심실로 잘못 들어가면 왜 위험한가요?

A2. 좌심실 내부의 높은 압력과 혈류 속에서 이물질인 전극선 주변으로 피가 굳어 혈전(피떡)이 생기기 쉽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키거나 판막 손상 및 심내막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3. 전극선을 제거하지 않고 약물로만 관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전극선을 삽입한 지 이미 오래 지나 주변 조직과 유착됐을 가능성이 크고, 환자에게 이렇다 할 감염이나 색전증 등 즉각적인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은 수술로 제거하는 대신 항응고제로 안전하게 관리하는 쪽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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