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남성보다 여러 신체 부위에서 통증을 더 흔하게 경험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은 대체로 55세 이전에 가장 빠르게 늘었지만, 통증을 가장 흔하게 보고한 나이는 부위마다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118개국 612만 5459명에게서 수집한 자가 보고 통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Global and regional reference curves for pain across the lifespan in 6.1 million individuals in 118 countri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11개 부위 모두 여성에서 통증 더 흔해
통증 분석 대상은 머리, 얼굴, 목·어깨, 손·손목, 팔꿈치, 발·발목, 무릎, 가슴, 등·허리, 복부, 고관절 등 11개 부위였다. 전체적으로 통증 유병률은 얼굴이 약 2%로 가장 낮았고, 등과 허리가 약 40%로 가장 높았다.
분석 결과, 11개 부위 모두에서 여성의 통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높았다. 차이가 가장 큰 부위는 얼굴로, 여성의 통증 유병률이 남성의 1.8배였다. 이어 두통은 1.74배, 복부 통증은 1.6배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제1저자인 캐나다 맥길대 맷 필링임 박사는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성호르몬과 면역 기능, 신경계가 통증을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뿐 아니라 스트레스, 월경·임신·출산에 따른 신체적 부담, 작업 환경, 의료서비스 이용, 증상 표현 방식의 차이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실험에서 암컷과 수컷의 통증 과민 반응에 서로 다른 면역 경로가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다만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며, 이번 분석에서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55세 이전 빠르게 늘지만, 가장 흔한 나이는 부위마다 달라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은 모든 분석 부위에서 55세 이전에 가장 빠르게 늘었다. 특히 등·허리, 고관절, 무릎 통증은 20~55세 사이 빠르게 증가한 뒤에도 대체로 계속 늘어, 75세 무렵이나 그 이후에 가장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통은 약 34세, 복부 통증은 약 23세에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목·어깨 통증은 약 62세, 팔꿈치 통증은 약 59세에 가장 흔했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통증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다.
그는 성인기 초기와 중반부터 신체적 업무 부담, 부상, 체중 증가, 대사질환, 스트레스, 반복적인 긴장 등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을 가능한 이유로 들었다. 노년기에는 이러한 요인의 영향이 이미 상당히 누적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발전 수준에 따라서도 노년기 통증 격차
국가 간 차이도 나타났다. 건강·교육·소득 수준을 종합한 인간개발지수(HDI)가 가장 낮은 국가군에서는 80세 이상에서 신체 어느 부위든 통증을 경험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군보다 31%포인트 높았다. 가장 고령인 연령대에서는 허리 통증 유병률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전체 통증 부담 가운데 흡연, 비만, 낮은 소득과 관련된 부분도 추정했다. 세 요인에 해당하는 비중은 전 세계적으로 18%였지만, 동유럽에서는 27%,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3%로 차이가 컸다. 연구진은 인간개발지수가 낮은 지역의 통증 부담을 이해하려면 다른 요인들도 더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차이 분석…개인의 변화나 만성 통증과 구분해야
이번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자료는 서로 다른 연령대 사람들을 비교한 것으로, 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통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추적한 결과는 아니다. 현재나 최근의 통증을 포함하므로, 제시된 비율을 만성 통증 유병률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또 지역별로 확보한 자료의 양에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신시내티대 슈치타 가그 교수는 통증을 관리하려면 먼저 치료 가능한 원인을 살피고, 개인의 상태에 맞춰 운동과 심리적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뿐 아니라 움직임과 일상생활 기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연구 제1저자 필링임 박사는 이번 결과가 생애 전반에 걸친 통증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료가 부족한 지역에서 양질의 통증 정보를 수집해야 연령과 지역에 맞는 예방 및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는 뜻인가요?
A. 이번에 제시한 성별 차이는 통증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비교한 것입니다. 여성의 통증 유병률은 11개 부위 모두 남성보다 높았지만, 이 비율을 통증 강도의 차이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Q2. 통증은 나이가 들수록 계속 늘어나나요?
A. 부위마다 다릅니다. 등·허리, 고관절, 무릎 통증은 대체로 노년기까지 증가했지만, 두통과 복부 통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가장 흔했습니다. ‘55세 이전에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는 결과도 그 시기에 통증이 가장 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Q3. 이번 연구는 만성 통증을 분석한 것인가요?
A. 만성 통증만을 분석한 연구는 아닙니다. 현재나 최근에 경험한 통증도 포함됐으므로, 제시된 수치를 만성 통증 유병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