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8일 (목)

힘없고 근육 흐물흐물⋯암 환자 80% 겪는 ‘소모증’ 없앨 수 있을까

미국 테라사키 생의학혁신연구소 “피부로 미세한 전기 자극 전달해 미주신경 조절하는 치료기기 임상시험” 밝혀/미국암연구소·암협회 등 지원으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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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암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뒤 흰색 레이스 장식이 달린 천(항암 스카프)을 머리에 두른 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환자의 50~80%는 ‘암이 일으키는 소모증’(악액질)에 시달린다. 살이 쭉쭉 빠지고 근육과 지방이 분해돼 흐물흐물해진다. 식욕이 뚝 떨어지고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암 환자 치료에 큰 타격을 가하는 걸림돌인 암 유발 소모증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에 대한 첫 인체 임상시험이 곧 시작된다. 미국 테라사키 생의학혁신연구소는 수술이나 체내 이식 없이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 신경 신호를 조절해 암 환자의 소모성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에 대한 인간 대상 첫 임상시험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과학기술진흥협회 포털 ‘유레카 얼럿’에 따르면 암 유발 소모증 치료를 위한 이 의료기기는 피부를 통해 미세한 전기 자극을 전달해 뇌와 장, 간을 연결하는 핵심 신경 경로인 미주신경을 조절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수술 없이 몸 밖에서 미주신경을 차단하거나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첫 ‘경피적 미주신경 차단 장치’다.

이 같은 접근법과 기초 메커니즘에 대한 전임상 연구 결과(Vagal blockade of the brain-liver axis deters cancer-associated cachexia)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셀(Cell)》(2025년 10월)에 실렸다고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이 전임상 연구에는 미국 듀크대·시카고대·텍사스대 등 많은 대학과 연구소가 참여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암 유발 소모증(악액질)을 겪는 췌장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연구팀은 8주간 치료기기의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을 평가하고, 암 유발 소모증의 초기 완화 여부와 간 기능 생체지표 등을 함께 살핀다. 연구팀은 “수술이나 임플란트 없이 미주신경을 조절해 암 유발 소모증을 일으키는 병리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개입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미국암협회(ACS) 등이 이 연구를 지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암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실제 기기와 가짜(위약) 기기를 비교하는 임상시험(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암이 일으키는 소모증(악액질)은 암 환자 전체 사망 원인의 약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암 유발 소모증을 겪는 환자는 암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과 면역 반응 때문에 체내 대사에 이상이 생겨 근육과 지방이 제멋대로 분해된다. 또한 환자는 극심한 체중 감소(최근 6개월간 5% 이상)를 보이고, 만성적인 식욕 부진과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암 환자가 모두 암 유발 소모증을 겪지 않는 것은 암의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 발생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증상은 췌장암 위암 식도암 등 소화기계 암과 폐암 등 환자의 최대 약 80~90%에서 나타난다. 소화기계 암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암세포 자체의 특성이나 음식물 섭취·흡수 방해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방암 전립선암 피부암과 일부 혈액암 환자들에게서는 암 유발 소모증이 덜 나타나거나 더 늦게 나타난다. 암 초기에는 발생률이 낮지만 암 세포가 주변으로 많이 퍼지거나 말기(진행성 암) 단계로 접어들면, 암 환자의 최대 약 80%가 극심한 소모증을 겪게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암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 '암이 일으키는 소모증’(악액질)이란 정확히 어떤 증상인가요?

A1. 암 유발 소모증은 의도적인 다이어트나 운동 부족과 관계없이 체중과 근육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전신이 쇠약해지는 심각한 증후군을 말합니다. 암 환자의 치료 성적과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Q2. 이번에 개발된 의료기기는 수술 없이 어떻게 암 소모증을 치료하나요?

A2. 피부에 붙이는 부착형 장치로, 미세한 전기 자극을 통해 뇌와 장·간을 연결하는 핵심 신경인 미주신경을 조절합니다. 수술이나 체내 이식 없이 몸 밖에서 안전하게 신경 경로를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Q3.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A3. 우선 미국 MD 앤더슨 암 센터에서 췌장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8주간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을 검증하는 선행 시험을 거친 뒤, 1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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