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을 줄이려고 미승인 주사제를 사용했다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급성 간부전으로 입원한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여성은 한 달간 병원 치료를 받고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메건 핸콕스(32)는 온라인에서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후기를 접한 뒤 펩타이드 주사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호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돌이켜보면 꽤 날씬한 편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미용 시술을 받던 중 담당 시술자로부터 중국산 펩타이드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고,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주사제를 구입했다.
핸콕스는 적정 투여량을 알지 못했고 의사의 조언도 받지 않았지만, 12월 24일 첫 번째 주사를 맞고 나흘 뒤 두 번째 주사를 투여했다.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급성 간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심한 황달과 함께 지속적인 메스꺼움, 구토, 변비, 복부 팽만, 피로감이 나타났다.
핸콕스는 약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으며 간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해 간이식은 피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러 차례 입원했고, 간 회복을 위한 약물 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다. 치료 과정에서 체중 증가와 탈모, 피부 궤양까지 겪으면서 일도 그만둬야 했다. 그는 “거울을 볼 때마다 예전의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들다. 나처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체중감량 효과 높다는 ‘레타트루타이드’…아직 정식 승인 전
위 사연에서 핸콕스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치료제다. 임상시험에서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정식 판매 승인을 받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레타(ret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식욕과 혈당,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세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기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오젬픽은 GLP-1 수용체에,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작용한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여기에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감량을 돕는다. 세 가지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의미에서 ‘트리플 G(Triple G)’라고도 불린다.
2026년 10월 28일 일라이 릴리가 발표한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 1298명을 대상으로 레타트루타이드와 오젬픽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레타트루타이드가 더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80주간 레타트루타이드 9mg을 투여받은 참가자는 평균 20.1kg(체중의 19.5%), 12mg 투여군은 평균 21.5kg(20.9%)을 감량했다. 같은 기간 오젬픽 2mg 투여군은 평균 9.5kg(9.4%)을 감량했다. 두 레타트루타이드 투여군 모두 오젬픽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높은 체중감량 효과가 알려지면서 정식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의 불법 유통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레타트루타이드뿐 아니라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세르모렐린(sermorelin), 콜라겐 생성 촉진 효과로 알려진 GHK-Cu 등 다양한 펩타이드가 판매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제품에 ‘연구용’ 또는 ‘인체 사용 금지’라는 문구를 표시하면서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레타트루타이드 모조품을 사용한 뒤 2명이 사망한 사례도 보도됐다. 41세 남성은 심정지를 겪었으며, 49세 남성은 심한 탈수와 영양실조, 심정지를 겪은 뒤 숨졌다. 해당 제품과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불법 유통 제품은 실제 성분과 함량, 순도를 확인하기 어려워 정식 임상시험에서 사용되는 약물과 안전성이 같다고 볼 수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레타트루타이드가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이 아니며, 승인되지 않은 제품은 제조 과정과 품질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사 일라이 릴리 역시 불법 유통 제품에는 성분이 불분명한 물질이나 유해한 불순물이 포함될 수 있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편, 급성 간부전은 기존에 간질환이 없던 사람에게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간이 독성물질을 해독하고 혈액 응고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황달,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악화되면 의식 저하와 출혈,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하면 간이식이 필요하다. 주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성 간염, 약물 과다 복용, 약물이나 독성물질에 의한 간 손상 등이 있다.
레타트루타이드와 급성 간부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핸콕스가 사용한 제품은 정식 승인된 의약품이 아닌 불법 유통 제품으로, 실제 성분과 함량, 불순물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위 사례만으로 레타트루타이드 성분 자체가 간부전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투여한 뒤 심각한 간 손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승인 비만치료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