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두에 무언가가 살짝 닿는 순간 갑자기 슬픔이 밀려오거나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성관계 중은 물론 속옷을 입거나 수건으로 몸을 닦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이런 감정이 나타난다. 이른바 '슬픈 유두 증후군(Sad Nipple Syndrome)'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영국 일간 더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여성건강 전문 클리닉 '더 피메일 헬스 닥터 클리닉(The Female Health Doctor Clinic)' 설립자인 니키 램스킬 박사는 유두 자극으로 갑작스러운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램스킬 박사는 "슬픈 유두 증후군은 유두를 만지거나 자극했을 때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감정이 갑자기 밀려오는 현상"이라며 "쾌감이나 단순한 신체 감각 대신 슬픔, 불안, 두려움, 짜증, 심한 향수병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배가 철렁 내려앉거나 끔찍한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불길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은 유두에 무언가가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타나며, 몇 초에서 몇 분 뒤 사라진다. 이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 상태로 돌아오는 일이 많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틱톡에는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은 사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마치 핵폭탄이 곧 떨어질 것 같고,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전 남자친구는 내가 없는 증상을 지어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슬픈 유두 증후군은 성관계나 모유 수유 중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 옷이 유두에 스치는 순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의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가벼운 불쾌감에 그치는 사람도 있지만, 심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유두에 닿는 접촉 자체를 꺼리거나 쾌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했던 자극이 왜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현재 슬픈 유두 증후군은 공식적인 의학 진단명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관련 연구도 충분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증상을 느낀 사람도 있고 성인이 된 뒤에야 알아차린 사람도 있다.
램스킬 박사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현상을 들어본 적조차 없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민감한 신체 부위와 관련된 증상이라 부끄러움 때문에 의사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몬과 신경계 반응 연관성...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호르몬과 신경계의 반응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두에는 감각신경 말단이 풍부하게 분포해 있다. 유두가 자극받으면 신경 신호가 뇌로 전달되며, 이 과정에는 호르몬 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도 포함된다.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호르몬 중 하나는 옥시토신이다.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은 유두 자극에 반응해 분비되며 모유 수유, 출산,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 관여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옥시토신의 신호 전달 과정에 변화가 생기면 강한 부정적 감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도파민도 관련 요인으로 거론된다. 도파민은 동기와 보상, 감정 반응을 조절하며 모유 생성에 관여하는 프로락틴과도 상호작용한다.
슬픈 유두 증후군은 모유 수유 중 나타나는 '불쾌성 사출 반사(Dysphoric Milk Ejection Reflex)'와 비교되기도 한다. 불쾌성 사출 반사는 모유가 분출되는 시점 전후로 갑작스러운 슬픔이나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램스킬 박사는 "이러한 설명은 아직 가설 단계이며, 슬픈 유두 증후군에도 동일한 기전이 작용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유두 접촉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반드시 과거 성적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인 관계에 불만이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는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경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의 호르몬과 신경계 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어떤 접촉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불편함을 일으키는 신체 접촉을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다. 한편 램스킬 박사는 "새로운 유방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 분비물이 지속되고, 피부 변화나 통증이 나타난다면 슬픈 유두 증후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별도로 진료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