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고도 암이 사라지지 않았던 항문암 환자가 새로운 면역세포 치료제를 투여받은 지 28일 만에 완전반응을 보였다. 검사에서 확인됐던 암 병변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다만 환자 한 명에게서 나타난 초기 결과로, 완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국 바이오기업 에이투 바이오테라퓨틱스(A2 Biotherapeutics)는 3일(현지시간)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2B395'의 임상 1·2상 추가 결과를 발표했다. 항문암 환자의 완전반응은 지난 9월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 치료받은 환자가 10명에서 11명으로 늘었지만, 치료 효과를 평가한 환자는 9명으로 같았다.

정상세포 보호하면서 암세포는 공격하도록 설계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는 항문에 발생한 편평세포암이 진행돼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편평세포암은 피부나 점막을 덮는 세포에서 발생한다. 이 환자는 서로 다른 다섯 가지 항암치료 요법을 거쳤고, 방사선치료도 두 차례 받았다.
연구진은 환자에게 A2B395를 한 차례 투여했다. 28일째 검사에서는 크기를 측정하던 암 병변뿐 아니라 다른 부위에서 확인됐던 병변까지 모두 사라졌다. 의료진은 이를 완전반응으로 판정했다.

A2B395는 건강한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다.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환자의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만든 것이다.
현재 CAR-T 치료제는 주로 혈액암에 사용한다. 항문암처럼 장기에 덩어리를 형성하는 고형암에서는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A2B395의 특징은 정상세포에 대한 공격을 줄이는 안전장치를 갖췄다는 점이다. 이 치료제는 암세포 표면의 EGFR(표피성장인자 수용체)이라는 단백질을 공격 표적으로 삼는다.
문제는 정상세포에도 이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HLA-A*02라는 또 다른 단백질에 주목했다. 치료제가 정상세포에 남아 있는 이 단백질을 인식하면 공격을 억제하도록 설계했다. 반면 EGFR이 있으면서 HLA-A*02를 잃은 암세포는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모든 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암세포에 EGFR이 존재하고 HLA-A*02는 사라졌는지 확인해 치료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
고형암 환자 9명 평가⋯장기 효과는 아직 미확인
8월 21일 기준 임상시험에는 항문암과 폐암, 대장암, 유방암, 두경부암 등 여러 고형암 환자 11명이 참여했다.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 있었던 9명 중 항문암 환자 1명이 완전반응을 보였다. 두경부암 환자 1명은 암의 크기가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드는 부분반응을 나타냈다. 나머지 7명 가운데 5명은 암이 뚜렷하게 커지거나 줄지 않았고, 2명은 암이 진행했다.
부작용도 확인됐다. 치료받은 11명 중 2명에게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나타났다. 각각 경증인 1등급과 중등도인 2등급이었으며 모두 회복했다. 이식한 면역세포가 환자의 정상조직을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병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로 만든 CAR-T 치료제가 일부 고형암 환자에게도 효과를 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항문암 환자의 완전반응이 이후에도 유지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러 암종의 환자 9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초기 임상자료인 만큼, 항문암 치료 효과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환자를 장기간 관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