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속노화, 즉 천천히 늙고 싶다면 어떤 식단을 골라야 할까. 지중해식부터 식물성 식단까지 건강에 좋다는 식사법은 많지만,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덜어줄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강한 식사 유형 10가지를 분석했더니 모두 생물학적 노화가 더 느리게 진행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다른 식단을 압도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었다.
독일 신경퇴행성질환센터(DZNE) 인구건강과학 부문 책임자인 모니크 브레텔러 교수와 제1저자인 줄리아나 타바레스 박사과정 연구원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약 7500명의 식사 정보와 혈액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국제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먼저 독일 본에서 진행 중인 DZNE 라인란트 연구 참여자 6470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어 독일 포츠담레브뤼케 인간영양연구소(DIfE)가 진행한 EPIC-포츠담 연구 참여자 1034명의 자료로 결과를 확인했다. 두 연구에 포함된 인원은 총 7504명이었다.
분석 대상은 지중해식 식단(MDS), DASH 식단, MIND 식단, 대안적 건강식이지수(AHEI-2010), 북유럽식 식단, EAT-랜싯 식단, 전반적 식물성 식사지수(PDI), 건강한 식물성 식사지수(hPDI), 건강하지 않은 식물성 식사지수(uPDI), 식이염증지수(DII) 등 건강에 좋다고 여겨지는 10가지 식사 유형이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보고한 식품 섭취 내용을 각 식단의 권고 사항과 비교해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는지 점수를 매겼다.
신체의 노화 정도는 혈액 속 DNA 메틸화 패턴으로 평가했다. DNA 메틸화는 DNA에 화학적 표지가 붙는 현상으로,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고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준다. 이 패턴은 나이가 들면서 비교적 일정한 방식으로 변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데 쓰인다. 태어난 뒤 몇 년이 지났는지를 나타내는 실제 나이와 달리, 생물학적 나이는 몸이 분자 수준에서 얼마나 노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DNA 메틸화로 노화 정도를 읽는 세 가지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적용했다. 분석한 DNA 지점은 약 85만 개로, 기존 연구 대부분에서 다룬 규모의 약 두 배였다.
분석 결과, 10가지 식단 모두 권고 사항을 더 잘 따를수록 생물학적 노화가 더 느리게 진행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식단에 따라 연관성의 강도는 달랐지만, 절대적인 차이는 크지 않았다. 라인란트 연구에서 확인한 결과는 별도의 EPIC-포츠담 연구 집단에서도 확인됐다.
각 식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같지는 않았다. 식단마다 강조하는 식품과 영양 목표가 달라 한 식단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다른 식단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모든 식단의 건강 기준을 동시에 충족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타바레스 연구원은 “한 기준에서 건강하게 먹는 사람과 다른 기준에서 건강하게 먹는 사람은 서로 다른 때가 많았다”며 “식단 사이에 측정할 수 있는 차이는 있지만 그 크기는 작다. 전체적인 양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흡연 여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건강한 식사와 더 느린 생물학적 노화의 연관성이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에게서 더 강했다. 흡연자들이 전반적으로 더 건강하게 먹는 것은 아니었다.
이 차이를 설명할 생물학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흡연이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건강한 식사에 따른 이점이 더 크게 나타날 여지가 있다고 추정했다. 타바레스 연구원은 “흡연은 건강에 매우 해롭다”며 이 결과가 흡연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식사와 노화를 연결하는 생물학적 경로도 살펴봤다. 각 식단과 관련된 DNA 메틸화 지점은 서로 달랐지만, 이 지점들이 연결된 생물학적 경로의 70% 이상은 10가지 식단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세포 구조와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대사 등 노화와 만성질환에 중요한 과정들이었다.
일부 경로는 특정 식단에서만 나타났다. 심장 관련 경로는 DASH 식단에서, 인지와 기억 관련 경로는 뇌 건강을 돕기 위해 개발된 MIND 식단에서 고유하게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각 식단이 추구하는 주요 목표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건강한 식사를 실천할 때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완벽한 식단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브레텔러 교수는 “건강한 식사와 더 느린 생물학적 노화의 연관성은 크지는 않지만 측정할 수 있고 예방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식사 유형이 더 느린 노화와 관련돼 있다는 것은 개인적·문화적 선호와 예산, 입맛에 맞춰 건강한 식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타바레스 연구원은 “완벽한 식단 하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실용적인 메시지일 수 있다”며 “식단별로 고유하게 나타난 생물학적 경로는 앞으로 특정 건강 목표에 맞춘 식이 중재와 건강 권고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