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 쌍둥이의 혈액에서 뜻밖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여자아이의 혈액에는 남성형 성염색체를 가진 세포가, 남자아이의 혈액에는 여성형 성염색체를 가진 세포가 섞여 있었다. 두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태반 하나를 공유하는 동안 혈액세포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규슈대병원 산부인과 유키 고타로 의사 등 연구진은 이 사례를 지난 9월 28일 국제학술지 《산부인과 연구저널(Journal of Obstetrics and Gynaecology Research)》에 발표했다.
임신 21주에 성별 차이 확인⋯출생 후 혈액검사도 뜻밖
38세 여성은 체외수정으로 만든 배아 두 개를 이식받아 쌍둥이를 임신했다. 임신 초기 초음파검사에서는 두 아이가 태반 하나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반을 공유하는 쌍둥이는 대부분 수정란 하나가 나뉘어 생긴 일란성이다. 그런데 임신 21주 무렵 초음파검사에서 한 아이는 남아, 다른 아이는 여아로 확인됐다.
여성은 임신 37주에 제왕절개로 남녀 쌍둥이를 출산했다. 출산 후 태반을 검사한 결과, 두 아이는 실제로 태반 하나를 공유하고 있었다.
혈액검사 결과는 더욱 특이했다. 여아의 혈액세포 30개 중 16개는 남성형인 XY, 14개는 여성형인 XX 염색체를 갖고 있었다. 남아도 30개 중 22개가 XY, 8개가 XX였다.
하지만 입안 점막세포는 달랐다. 여아에게서 검사한 세포 100개는 모두 XX였고, 남아는 100개 중 97개가 XY였다. 상대방의 성염색체를 가진 세포가 주로 혈액에 섞여 있었던 셈이다.
'혈액 키메라' 현상⋯세포 이동 경로는 확인 못 해
연구진은 이를 '혈액 키메라 현상'으로 판단했다. 서로 다른 수정란에서 생긴 세포가 한 사람의 혈액에 섞여 있는 현상이다.
이번 쌍둥이는 서로 다른 수정란에서 생겼지만 태반은 하나였다. 연구진은 태반을 통해 혈액세포가 오가면서 상대방의 세포가 각자의 몸에 남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태반에서 두 아이의 혈관이 직접 연결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세포가 이동한 경로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두 아이는 출생 후 2년 넘게 정상적으로 자랐다. 생식기 발달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일본 연구진은 태반을 공유한다고 반드시 일란성 쌍둥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혈액과 다른 신체 조직의 유전정보가 다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조직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이 처음 보고된 것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2014년 태반 하나를 공유한 남녀 이란성 쌍둥이의 혈액에서 XX·XY 세포가 함께 발견된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