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9일 (월)

뱃속에서 한 아이의 암이 다른 쌍둥이에게⋯DNA로 암세포 전파 확인

영국 연구진, 일란성 쌍둥이 조직·태반 검체 33개 분석⋯암세포 한 차례 이동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태반을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드물게 암세포가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이번 연구는 DNA 분석으로 한 아이의 암세포가 다른 아이로 전파된 희귀 사례를 확인했다. 이미지 AI 생성

자궁 안에서 함께 자라던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아이에게 생긴 암이 다른 아이에게까지 퍼졌다. 암은 전염되는 병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국 연구진이 DNA를 분석해 암세포가 이동한 흔적을 찾아냈다.

영국 웰컴생어연구소와 그레이트오먼드스트리트병원 등의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하나의 태반을 공유한 일란성 쌍둥이 자매다. 임신 33주 무렵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한 태아의 얼굴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임신 34주에 태어난 두 아이는 모두 희귀암인 '미분화 육종'으로 진단됐다. 육종은 근육과 지방, 결합조직 등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미분화 육종은 암세포가 정상 세포의 특징을 거의 갖추지 않아 어떤 조직에서 시작됐는지 구별하기 어려운 암이다. 첫째 아이는 출생 12일 만에, 둘째 아이는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생후 9주 만에 숨졌다.

연구진은 암이 두 아이에게 각각 발생했는지, 한 아이에게서 다른 아이로 옮겨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상 조직과 태반 검체 23개, 종양 검체 10개 등 총 33개의 DNA를 분석했다. 전장유전체 분석이라는 방법으로 DNA의 유전정보 전체를 읽고 유전자 변이를 살폈다.

일란성 쌍둥이는 거의 같은 유전정보를 갖지만, 태아가 성장하는 동안 각자의 세포에 조금씩 다른 유전자 변이가 생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이용해 암세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첫째 아이의 세포에서 유래한 고유한 유전자 흔적이 두 아이의 종양에 공통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암이 첫째 아이에게서 시작해 태반의 혈관을 통해 둘째 아이에게 한 차례 옮겨간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변이가 쌓인 정도를 살펴 암이 임신 초기 말에 발생했고, 임신 중기 후반에 다른 아이에게 옮겨간 것으로 추정했다.

암은 감염병이 아니며, 일상적인 접촉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하나의 태반을 공유한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암세포가 혈관을 통해 다른 태아에게 옮겨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두 아이와 태반의 DNA를 비교해 초기 배아의 세포들이 두 아이의 몸과 태반에 서로 다른 비율로 분포한 흔적도 확인했다. 일란성 쌍둥이가 형성되는 과정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복잡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쌍둥이 한 쌍을 분석한 결과여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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