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관절 통증과 부기가 가라앉아도 약을 계속 같은 양으로 써야 할지 고민한다.
한국 연구진이 병이 안정된 환자의 치료제를 단계적으로 줄인 결과, 약 10명 중 9명은 6개월 뒤에도 염증과 증상이 잘 조절되는 상태를 유지했다.
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박동진·이신석 연구진 등이 참여한 한국 다기관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약을 줄였을 때 치료 효과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살폈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일 국제학술지 《관절염과 류머티즘(Arthritis & Rheumatology)》에 게재됐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손가락과 손목 등 여러 관절에 통증과 부기가 나타난다.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관절이 손상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연구 대상은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나 표적합성 항류마티스제로 치료받으면서 6개월 이상 병이 안정된 환자들이었다. 이 약들은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반응의 특정 표적이나 경로에 작용해 관절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약 끊지 않고 단계적으로 감량⋯24주 뒤 효과 비교
연구진은 환자 348명을 약물 감량군 171명과 기존 용량 유지군 177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감량군은 약의 종류에 따라 주사 간격을 늘리거나 먹는 약의 용량을 줄였다. 약을 끊지 않고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절반 수준까지 낮추는 방식이었다.
24주 뒤 치료 계획을 준수한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감량군의 88.2%가 염증과 증상이 잘 조절되는 상태를 유지했다. 기존 용량 유지군은 89.6%였다.
연구진은 두 치료법의 차이가 미리 정한 허용 범위를 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약을 줄인 치료가 기존 용량을 유지하는 치료보다 효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한 것이다.
약을 줄이면 환자의 치료 부담도 덜 수 있다. 주사제는 투여 횟수가 줄고, 먹는 약은 복용량이 감소한다.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 사용량을 줄이면 약제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실제 의료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부작용까지 감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약 줄였는데도 효과가 유지된 이유는?
가능한 설명은 연구 대상자들이 이미 6개월 이상 염증을 잘 조절해 왔다는 데 있다. 염증이 오랫동안 안정된 일부 환자는 이전보다 적은 양의 약으로도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약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염증을 억제하는 치료를 계속하면서 사용량만 조금씩 줄였다. 병이 다시 악화하면 약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감량 도중 상태가 나빠진 환자 대부분은 약을 다시 늘린 뒤 증상이 안정됐다. 다만 이번 연구가 적은 양의 약으로도 효과가 유지되는 생물학적 원인을 직접 밝혀낸 것은 아니다.
약을 줄인 환자와 기존 용량을 유지한 환자의 치료 결과가 모든 면에서 같았던 것도 아니다. 일부 질병 활성도 평가에서는 기존 용량을 유지한 환자들의 결과가 더 좋았다.
연구 기간이 24주로 비교적 짧았다는 점도 한계다. 일부 주사제는 투여 간격을 단계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약물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기간이 12주에 그쳤다. 장기간 감량해도 병이 악화하지 않고 관절 손상을 막을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유럽류마티스학회도 류마티스관절염이 오랫동안 안정된 환자에게 약물 감량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다만 약을 완전히 끊으면 병이 악화할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류마티스관절염이 안정된 일부 환자에게 약물 감량이 가능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