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비만율 낮은데, 섭식장애 더 많은 이유는?
백혜련의원실 분석...정상체중인데 살쪘다 생각, 감량 시도 많아
국내 청소년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비만율이 낮은데도 섭식장애를 겪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의원이 교육부·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4일 백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만 13~18세 여성은 같은 나이 또래 남성보다 섭식장애로 진료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섭식장애란 식사 행동과 체중, 체형에 대해 집착하는 질병이다. 굶기, 폭식, 구토 등 체중 감소를 위한 이상 증상과 행동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만 13~15세 여성 섭식장애 진료자는 2020년 398명에서 2021년 598명, 2022년 813명, 지난해 849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또래 남성 섭식장애 진료자는 30명, 60명, 69명, 63명으로 두 자릿수에 그쳤다. 만 16~18세 여성 진료자 수는 만 13~15세 여성 진료자 수보다 더 많았다. 2020년 609명이었던 만 16~18세 여성 진료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957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비만율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높았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전국 800개 학교의 중1~고3 학생 5만7346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익명성 자기기입식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연령별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비만을 나타내는 체질량지수 95백분위수 이상 비율은 남학생(14.9%)이 여학생(8.9%)보다 높았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신장(m²)으로 나눈 값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을 진단할 때는 성별, 나이를 기준으로 백분위수가 85~94.9라면 과체중, 95 백분위수 이상은 비만에 해당한다. 성별과 나이가 같은 아이 전체를 100명으로 가정했을 때 체질량지수가 낮은 순으로 배열해 95번째(95 백분위수)부터는 비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85 백분위수 미만은 정상이다.
반면 체중감량을 시도한 비율은 여학생(43.8%)이 남학생(25.6%)보다 높았다. 체질량지수 85 백분위수 미만 학생 중 자신의 체형을 살이 찐 편이라고 인지한 ‘신체 이미지 왜곡 인지율’도 여학생(26.1%)이 남학생(17.1%)보다 높았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비만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신체 이미지 왜곡 등으로 체중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백혜련 의원은 “청소년기에 형성된 신체에 대한 인식은 평생의 자아 존중감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청소년이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돌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섭식장애를 겪는 청소년들이 신속히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