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건강은 만성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현정의 입속 탐험]

한 여성이 기상 알람이 울렸지만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계속 누워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술담배를 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조언들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인 33만7554명을 대상으로 식단, 수면시간, 신체활동, 앉아있는 시간, 음주 등 5가지 생활습관과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비만(BMI ≥ 30 kg/m2)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당연히 유전적 위험도가 높고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비만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3.54배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유전적 고위험군 중에서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 사람은 불량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보다 비만 위험을 2.16배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건강한 생활습관이 심혈관계 질환 등 비만 관련 15개 질환의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건강을 잃었을 때  주로 유전적 소인, 즉 부모 탓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의학적 근거들은 생활습관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유전적 소인 때문에 조기 사망 위험이 21%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유전적 영향을 60% 이상 상쇄하고 수명을 5년 더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유전적 소인과 불량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이 78% 더 높다고도 합니다. 즉,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꿀 수 없는 유전적 소인을 탓하기 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식이, 수면, 운동, 금연금주, 스트레스 관리 이외에도, 잘 먹고 잘 자기 위해서는 건강한 구강관리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칫솔질과 관련된 구강관리 지식들이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생각해 봅시다.

“칫솔질 후 입안을 잘 헹구어야 하나요? 아니면 치아에 좋은 불소성분을 남기기 위해 한두번만 헹구어도 되나요?”

“칫솔질은 2분만 해도 되나요?”

“잠 자기 전후 구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약은 의약외품입니다. 약에도 용법과 용량이 있듯이, 치약도 적절한 사용법이 중요합니다. 칫솔질로 잘 헹구어 내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헹구어야 하나요? 한 회 40 mL의 물로 6번 이상 잘 헹구어야 여분의 치약이 입안에 없다고 합니다. 칫솔질의 목적은 모든 치아에 붙어있는 생물막 중 하나인 플라그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뇌졸중 환자 등 사람마다 칫솔질 시간은 달라져야 합니다. 구강관리에 앞서 있는 일본 노인요양시설에서 15분 이상 칫솔질을 권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구강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침은 언제 어느 때나 충분하게 분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노인은 밤에 침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더구나 많은 약들이 입을 마르게 합니다. 침에는 면역과 관련된 성분 뿐만 아니라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여러 성분들이 들어 있습니다. 정상인은 하루 동안 생수 작은 병 분량인 500mL 이상 분비됩니다. 입마름의 객관적 증거는 침이 분당 0.1mL 미만 분비되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144mL 미만입니다. 입이 마르면, 입술이 갈라지고, 입안이 화끈거리고, 씹고 삼키는 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맛을 느낄 수 없고 말하기도 불편합니다. 입마름이 계속되면 충치와 잇몸병이 생기고, 입에서 냄새가 나면서 구강 궤양뿐만 아니라 구강 면역이 떨어져 곰팡이의 하나인 칸디다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들은 치과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물을 마셔 어느 정도 입마름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는 동안에는 침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면서 잡니다. 게다가 자는 동안에 입이 심하게 마르면 잠이 깨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되면 건강 유지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잠자기 전후 구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잠자기 전 먼저 치실을 사용해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뿐만 아니라 잇몸 속 치아에 붙어 있는 플라그를 제거하세요. 불소치약을 사용해 칫솔질 후 물로 입안을 6회 이상 깨끗이 헹구세요.
  2. 구강을 깨끗하게 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 반 컵 정도 마시세요. 배뇨 장애가 있다면 생략해도 됩니다.
  3. 매 끼니마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많은 싱싱한 채소 중심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세요. 음식으로 섭취한 칼슘과 인산염, 비타민들은 치아와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중요합니다. 특히 뼈건강에 좋은 비타민D는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저녁식사 후에는 간식을 피하세요. 특히 단 맛이 느껴지는 간식을 먹은 후에는 반드시 물로 헹구는 습관을 들이세요.
  5. 수면과 관련된 이갈이, 수면무호흡 등의 증상이 있다면 치과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세요.
  6. 구강건강을 위해 요거트 등의 발효식품을 즐겨하고, 단 맛이 나는 음식 섭취를 최대한 피하세요. 이를 통해 좋은 구강미생물들로 충치나 잇몸병 등의 원인균들을 자연스럽게 조절하세요. 요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구강유익균 복용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구강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지만,  구강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반 의사들은 환자들의 구강 상태를 잘 모르고, 치과의사들은 우리의 전신 건강 상태를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만성질환을 과거에는 생활습관병, 요즘은 비전염성 질병(NCD)으로 부릅니다. 만성질환으로 매년 4100만 명이 사망하는데, 이는 전 세계 사망자의 74%에 해당합니다. 매년 1790만 명이 사망하는 심혈관질환이 대부분이며, 암(930만 명), 만성호흡기질환(410만 명), 그리고 당뇨병(200만 명)이 그 뒤를 따릅니다. 건강에 해로운 식단, 신체활동 부족, 음주 및 흡연, 대기오염 등은 이러한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 만약 연구자들이 구강건강과 만성질환 사이의 관계를 더 깊이 연구한다면, 구강건강이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Kim MS, Shim I, Fahed AC et al. Association of genetic risk, lifestyle, and their interaction with obesity and obesity-related morbidities. Cell Metabolism, 2024, DOI: 10.1016/j.cmet.2024.06.004,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24)00229-8

Bian Z, Wang L, Fan R et al. Genetic predisposition, modifiable lifestyles, and their joint effects on human lifespan: evidence from multiple cohort studies. BMJ Evid Based Med. 2024 Jul 23;29(4):255-263. doi: 10.1136/bmjebm-2023-112583. PMID: 38684374.

김승연, 안다은, 양정인등. 잇솔질 후 헹굼 횟수에 따른 구강 잔여 세치제의 양에 대한 융합연구. Journal of Digital Convergence 2019;17(12):393-398. https://doi.org/10.14400/JDC.2019.17.12.393

Kim, JM, Yoo SY, An JS et al. Effect of a multichannel oral irrigator on periodontal health and the oral microbiome. Sci Rep 2023;13:12043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noncommunicable-diseases

    김현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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