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생님은 어떤 영양제 챙겨 드시나요?”

[송무호의 비건뉴스] 골다공증, 약 없이 치료하는 방법④

한 번씩 외부 특강을 나가면 청중들이 꼭 묻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영양제, 어떤 걸 주로 챙겨 드시나요?”

‘비건’ 의사라 고기를 안 먹으니 영양분이 부족할 것이라 지레짐작했을 수 있다. 먼저 답부터 해보자. 필자는 지난 8년간 채식을 하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영양제를 전혀 먹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살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물론, 이전에 육식할 때는 영양제도 챙겨 먹곤 했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매일 먹고 있는데 따로 영양제를 사서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고기를 안 먹으면 단백질은 어떻게 얻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그래도 많다. 채식하면 뼈 건강에 중요한 단백질이 부족해질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백질이 고기에만 들어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흔히 먹는 곡식, 콩, 채소에도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뼈 건강에 약보다 음식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들 사이에선 ‘이상한 의사’ 또는 ‘돌팔이 의사’로 매도되기 쉽다. 의대에서 제대로 된 영양학 수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기에 서양의(西洋醫) 관점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에서는 병든 환자에게 사용할 처방 약에 관해 공부하고, 이 약들은 거대 제약회사의 중요한 상품들이다. 특허를 받은 약만이 처방 약에 들어갈 수 있는데, 알다시피 음식은 특허를 받을 수가 없어 제약업계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관심이 별로 없다. 이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사 본인들이 영양학, 특히 음식의 중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환자가 물어봐도 "그냥, 골고루 잘 드세요"라고만 대답한다. 책 또는 인터넷 등에서 영양학 공부를 꾸준히 한 일반인보다 의사들이 더 많이 안다고 결코 할 수 없다.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나쁜 요인이 무엇일까? 술, 담배, 비만, 고혈압, 당뇨…?

놀라지 마시라. 사람을 병들게 하고, 빨리 죽게 만드는 가장 나쁜 요인은 잘못된 음식선택이다.

란셋 보고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2018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에서도, 2019년 195개국을 조사한 최상위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보고에서도 음식선택, 특히 고염식, 가공육, 붉은색 고기의 과다 섭취와 통곡물, 과일, 채소의 섭취 부족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1, 2].

아래 그래프에 나와 있듯이 음식은 담배보다 사망률을 더 높인다.

그래프 출처: CJL Murray, et al. JAMA 2018

 

이렇듯 음식과 건강이 훨씬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많이 밝혀지자, 2019년 미국의사협회 공식 학술지(JAMA)에서조차 “이제는 의사들에게 영양학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3].

동양의학에서는 음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여 일찍부터 그 지혜를 건강을 위해 활용해 왔다. 그래서 한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식은 피하라고 한다. 음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은 세균성 질환이나 응급상황 또는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면 대단히 좋은 결과를 보이지만, 만성질환에서는 크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병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지 않고 증상만 일시적으로 없애는 대증요법(對症療法, symptomatic treatment)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은 만성질환에선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왜 그런가?

따라서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 있기에 치료가 안 되고 병은 계속 진행된다. 간단한 예로 주위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약을 먹어 완치된 환자를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모친이 가벼운 고혈압에 약 한 알부터 시작하여 당뇨까지 생긴 후 약을 한주먹씩 드시다가 결국 합병증으로 돌아가셔서 고혈압약과 당뇨약이 갖고 있는 한계를 실감했다. 약만으로는 만성질환을 해결할 수 없다.

골다공증 문제도 마찬가지다. 뼈가 약해지는 근본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약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소비자들 마음이 병을 오히려 더 키운다.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이 아니라 음식이다. 이것이 진실이고 과학이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 약만 먹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뼈를 튼튼하게 만들려면 식습관을 바꾸는 노력부터 필요하다.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공짜 점심"은 없다.

뼈에 해로운 음식을 멀리하고 좋은 음식을 가까이해야 한다. 채식하면 골다공증의 절반은 예방된다. 예방이 치료보다 효과적이다.

예로부터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한의학 고전에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그 진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不治己病 治未病(불치이병 치미병), 병들고 나서 치료하지 말고 병들기 전에 다스려라." -황제내경-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CJL Murray, US Burden of Disease Collaborators. The state of US health, 1990-2016: burden of diseases, injuries, and risk factors among US states. JAMA 2018; 319:1444-1472.
2. A Afshin, PJ Sur, KA Fay, et al. Health effects of dietary risks in 195 countries, 1990–2017: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The lancet 2019;393:1958-1972.
3. J Abbasi. Medical students around the world poorly trained in nutrition. JAMA 2019;322:1852.

    송무호 의무원장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