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 치료제’, 맞고 싶은가요?
[송무호의 비건뉴스]
저명한 학술지 '사이언스'가 최신 비만 치료제를 ‘2023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꼽았다. 비만은 물론, 현대인을 괴롭히는 비만 관련 질병 및 보건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1].
혜성처럼 등장한 삭센다·위고비
독자들도 이미 여러번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살이 안 빠지는 건 체질인가? 약이라도 먹어야 하나?”라며 비만 치료제를 찾게 된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활동 감소로 ‘확찐자’, 즉 체중 증가한 사람들이 많아지며 비만 치료제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2].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던 약인 식욕억제제 '펜타민' 외에 요즘은 효과가 강력한 주사제가 더 인기다. 그중 '삭센다'(Saxenda)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로 처음 세상에 나왔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발견되어 용량 변경 후 다시 출시된 상품이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후, 2018년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GLP-1'(Glucagon Like Peptide-1)과 유사한 물질이다. 음식 섭취에 반응해서 분비되는 GLP-1은 췌장에 작용하여 인슐린 분비는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는 억제해서 혈당을 조절한다. 위장에서 음식물의 위 배출 시간을 느리게 하여 포만감을 높이고, 뇌에 작용해서 식욕을 억제하기에 결과적으로 음식 섭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삭센다는 하루 한 번 식사와 무관하게 복부 또는 대퇴부에 피하 주사한다. 집에서 자가 주사로 쉽게 살을 뺄 수 있고, 마약성 의약품인 기존 식욕억제제와는 달리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없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강남에서 삭센다 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고, 과대광고도 쏟아졌다.
그리고 이번엔 새로운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열풍이 불고 있다. 일런 머스크(테슬라 CEO)가 이 약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GLP-1 유사체 '삭센다'를 개선한 제품이.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가 주성분이고 작용 기전은 삭센다와 유사하다. 삭센다가 1일 1회 투약했던 것을, 1주 1회 투약으로 연장하여 편의성이 높아져 더 인기다.
치료비 큰 부담...위고비는 월 1350달러
삭센다 치료비는 월 40만원 정도다. 하지만 위고비는 월 1350달러 정도로(국내 출시 미정) 고가임에도 수요가 많아 공급이 딸린다 한다.
현재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 삭센다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 하지만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비만치료제 사용 후 부작용으로 보고된 1만 3천여건을 분석한 결과, 펜타민과 삭센다의 부작용이 가장 심각했다 [4].
펜타민은 식욕억제제로 알려졌지만, 실은 마약류 의약품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의존성과 내성을 유발할 수 있다. 입이 마르고,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게다가 어지러움, 불안, 불면, 우울증, 변비 등의 부작용까지 흔히 나타난다.
삭센다는 펜타민과는 달리 비(非)마약성 약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지 않아 기존 식욕억제제들이 유발하는 입 마름, 두근거림,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없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위장 운동이 저하되어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함,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미국 전문의들 지적한 비만치료제 부작용은
지난해 10월, “기적의 비만 치료제”라던 삭센다와 위고비 등이 위장관((胃腸管)에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는, 첫 대규모 연구 결과가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서 나왔다 [5].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2006~2020년 미국에서 삭센다, 위고비를 처방 받은 1600만 명의 건강보험 청구기록을 통해 해당 약물과 위장관 부작용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또 이를 다른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부프로피온-날트렉손) 사용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삭센다 또는 위고비를 처방받는 사람들은 콘트라브 사용자에 비해 위장관 부작용 문제가 훨씬 많았다.
특히 심한 복통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췌장염’(pancreatitis) 위험이 9배나 높았다. 음식물이 소장 및 대장을 통과하지 못해 구토, 복부 팽만감, 심한 복통 등을 일으키는 ‘장 폐색’(bowel obstruction) 위험은 4.2배,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해해 메스꺼움, 구역질, 구토 등이 나타나는 ‘위 마비’(gastroparesis) 위험은 3.7배 높았다 [6].
‘갑상선암’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그 때문에 이 약은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거나 앓았던 사람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 [7].
최근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충동 부작용이 보고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권고했다 [8].
이처럼 약물로 살은 뺄 수 있으나 각종 부작용들이 뒤따른다. 현재 비만 치료 주사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기에 장기간 치료받기에는 비용 부담도 크다.
그래서 위고비는 좋은 약이지만, 오로지 부자들의 전유물이다. 미국 유명 셀럽들이 위고비로 살을 뺐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위고비는 한달에 약 200만 원이 필요한 약이라 장기적으로 투약이 가능한 부자들만 체중 관리가 가능하다. 아무리 중산층이라고 해도 상당히 부담이 가는 금액이다 [9].
한 번 맞기 시작하면 도중에 중단못해
더 큰 문제는 주사를 맞다가 중단하면 식욕이 다시 증가하고 체중이 느는 요요현상이 발생한다 [10]. 따라서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처럼 밑빠진 독에 물 붓듯 계속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투약이 가능할 것 같은가?
따라서 비만 치료제들은 일시적 사용은 가능하나, 부작용 및 비용 문제로 지속하기 힘들다. 또 약을 먹을 때만 식욕이 사라지고 약을 중단하면 요요현상이 생겨 체중이 이전보다 더 늘어나니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간혹 수술로 살을 빼고자 하는 분들도 계신다. 지방흡입술(Liposuction)로 손쉽게 살을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5000명당 1명은 사망할 수도 있다 [11]. 또한 지방흡입으로 빼는 살은 피하지방을 제거하는 거라, 건강에 좋지 않은 내장지방에는 변동이 없어 비만과 관련된 건강문제(당뇨,고혈압,고지혈증,지방간,심장병)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12].
비만치료제 또는 수술은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되는 임시방편이라 가능한 피하는게 좋다. 그럼 비만에 근본적인 치료는 무엇일까?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 지디넷코리아 https://zdnet.co.kr/view/?no=20231215093745
- 데일리팜 https://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291684
- 데일리팜 https://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303623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0648#home
- M Sodhi, R Rezaeianzadeh, A Kezouh, et al. Risk of Gastrointestinal Adverse Events Associated With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for Weight Loss. JAMA 2023; doi:10.1001/jama.2023.19574.
-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100917080002117
- 헬스경향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46401
- 헬스케어 https://m.healthcaren.com/news/news_article_yong.jsp?mn_idx=496930#google_vignette
- 팜뉴스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131
-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30830/120944548/1
- FM Grazer, RH de Jong. Fatal outcomes from liposuction: census survey of cosmetic surgeons. 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 2000;105(1):436-446.
- S Klein, L Fontana, VL Young, et al. Absence of an effect of liposuction on insulin action and risk factors for coronary heart disease. N Engl J Med 2004;350:2549-2557.